미국 중간선거로 한 방 먹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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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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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극우도 한 방 먹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전망하며 “푸른 물결”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닥친 것은 물결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였다.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됐다. 한 정당이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은 것은 지난 50년간 이번이 세 번째다.
공화당은 자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작(게리맨더링)한 지역구에서도 의석을 잃었다. 공화당은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텍사스주에서 선거구 구획을 조정해 민주당의 다수당 등극을 저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텍사스주는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 중 가장 중요한 곳의 하나다. 진보적 색조로 선거 운동을 한 제임스 탈라리코가 100만 표 넘는 표차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텍사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텃밭이던 캔자스·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아이오와·메인주에서도 승리했다.
거대 기술 기업주 억만장자들은 막대한 돈으로 선거를 지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선거 운동 자금과 광고비 지출이 사상 최대인 119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그중 대부분을 공화당이 썼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은 암호화폐나 탈법적 비영리 단체 등에서 나온 검은돈이다. 일론 머스크 혼자서만 공화당 선거 운동에 5억 달러 가까이 쏟아부었다.
심판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트럼프의 임기는 전쟁, 광포한 이민자 추방, 갈수록 악화되는 생활고로 얼룩졌다.
미국의 이란 전쟁은 인플레이션, 특히 식료품·연료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게다가 두 번째 트럼프 임기 초에 부과한 관세 때문에 이미 미국에서 많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 있었다.
올해 9월 말 휘발유 가격은 12개월 전보다 34.2퍼센트 높았다.
미국 석유 기업들은 이란 전쟁 동안 1,300억 달러 넘는 수익을 쓸어 담았다. 전년 동기 470억 달러에서 급증한 것이다.
트럼프가 한 일이라고는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고 있다고 으스대며 유권자들을 대놓고 비웃는 것이었다. 지난달 말 어느 집회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석유·가스 산업은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누가 뭐라든 상관없다. 대놓고 말하겠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떼돈을 벌고 있다.”
10월 〈워싱턴 포스트〉, ABC 뉴스, 입소스의 합동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28퍼센트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권력층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노동계급 사람들을 맹공격하며 슈퍼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을 더 밀어붙였다.
이민 단속
트럼프의 실패는 트럼프 정권의 오른쪽으로의 급진화를 부추겼다. 이는 특히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자행한 폭력적 단속 추방도 이번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의 하나다.
흑인, 갈색 인종, 라틴계 사람들은 미국 시민권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괴롭힘당하고 위험에 처했다.
라틴계 유권자들은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지지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지지로 양분됐는데, 이번에는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이민이 문제라는 우파의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도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텍사스주 매캘런시의 공화당 소속 시장 하비에르 비야로보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플레이션, 경제,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것은 단속 추방입니다. 복면 쓴 ICE 요원들이 사람들을 차량에서 끌어내는 모습 말입니다.”
비야로보스는 “국경 안보”를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도 “히스패닉 공동체에 대한 단속 추방” 때문에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최근 CBS 뉴스 여론 조사에서는 라틴계 응답자의 60퍼센트 가까이가 ‘트럼프 정부가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추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추방 정책의 규모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긴장이 불거졌다. 일부 사용자들은 인종차별적 분열 지배와 이주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건설 기업을 운영하는 라틴계 미국 시민권자 베니 멜렌데스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을 찍고, 2024년 대선 때는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멜렌데스는 ICE 요원들이 자사 노동자들을 잡아가지 못하도록 회사 주변에 울타리를 쳤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트럼프를 찍은 것을 후회합니다.”
진보파
여러 경합주에서 민주당 진보파·좌파 후보들이 대승을 거뒀다.
탈라리코는 재정 지원 확대, 상위 1퍼센트 부유층 감세 철회를 공약했다. 이란 전쟁 종식과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도 요구했다(이스라엘 자체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미시간주도 또 다른 주요 승부처였다. 미시간주에서는 지난 12년간 민주당이 상원의원 의석을 갖고 있었지만, 2016년·2024년 대선 때는 트럼프가 더 많이 득표했다.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는 명료한 구호를 내걸었다. “정치에서 돈을 몰아내자, 여러분의 주머니에 돈을 넣자, 전국민건강보험을 도입하자.”
미시간주의 노동조합 활동가 마이크는 본지에 이렇게 전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자극제가 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가 압도적이에요.
“엘사예드는 선거 운동의 초점을 생활고에 맞췄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나 트랜스젠더 권리에 관한 질문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엘사예드는 공화당·민주당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엘사예드에 패배한 이스라엘 지지자 헤일리 스티븐스는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엘사예드는 로저스를 6퍼센트포인트 넘는 격차로 꺾었다.
마이크는 이렇게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층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공화당에 투표하던 사람들은 중도 후보가 아닌 진보 후보에게 훨씬 더 쉽게 설득됩니다.
“헤일리 스티븐스의 로저스 지지 선언은 이스라엘 때문만이 아닌 듯합니다. 민주당 내 우파 일부는 미국 민주사회당(DSA)과 진보파의 부상을 진심으로 두려워합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앤지 닉슨이 공화당 후보 애슐리 무디에게 석패했다. 진보파인 닉슨은 버니 샌더스와 협력해 온 DSA 당원이다.
임신중지권 반대 우파들은 탈라리코, 닉슨, 오하이오주의 셰러드 브라운 등의 후보들에게 맞서는 선거 운동에 8,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실패했다.
DSA는 올해 당원 수가 13만 명에 이르는, 미국 역사상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사회주의 단체다. DSA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진보 성향 후보들을 위한 지지·지원 운동 단체로서 주로 활동한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DSA의 지지 활동으로 거둔, 널리 알려진 성공 사례다.
최근 DSA 후보들과 진보 후보들이 거둔 당선과 석패는,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일이다.
방심은 금물
그러나 역사는 민주당이 대안이 아님을 보여 준다. 민주당은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의료 서비스에 재정을 지원하지 않고, 이주민들을 구금·추방했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ICE의 단속 추방은 확대됐다.
이번 ‘푸른 물결’이 낳은 민주당 소속 당선자들의 압도 다수는, DSA는 고사하고 민주당 진보파보다도 훨씬 “온건한” 인물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민주당의 의제를 결정할 것이다.
민주당 권력층 일부는 살아남으려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엘사예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엘사예드가 대변하는 대중 정서를 민주당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가둬 두고 싶어한다.
트럼프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패배의 하나는 선거와 무관했다. 지난 1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ICE의 폭력에 반대하는 주(州) 차원의 시위가 벌어져 미국 전역에 파장을 일으켰다.
광포한 이민자 단속 추방에 맞선 대중 저항과 노동자들의 하루 조업 중단을 통해, 트럼프가 미니애폴리스에 투입한 ICE 요원 3,000명 대부분을 쫓아냈다.
2025년 6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ICE에 맞선 항쟁이 벌어졌다.
LA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이자 이주민 권리 운동가 빅터 페르난데스는 이민자 단속 추방이 다시 크게 늘었다고 본지에 전했다. “트럼프는 자기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려 하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이에 맞서 조직화하고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와 투표에 중점을 두고, 민주당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허해집니다.
“자유주의 좌파는 선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하는 곳은 현장에서 계속되는 운동들입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동원이 어느 정도 줄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한 방 먹었지만 극우가 끝장난 것은 아니다. 이미 트럼프는 민주당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거리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데에 기댈 수도 있다.
희망은 거리와 캠퍼스와 일터에서의 저항에 있다. 그 저항을 민주당 지지로 수렴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