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사회당(DSA)의 부상,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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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심판 성격으로 치러질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사회당(DSA)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트럼프가 그들을 (터무니없게도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맹비난하는 맥락이다.
대체로 이민자 2·3세인 DSA 후보들은 뉴욕·콜로라도 등 민주당 텃밭에서 현직 하원의원들을 잇달아 꺾고 민주당 후보가 됐다. 워싱턴 DC 시장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DSA 후보가 낙승했다.
당원 수도 크게 늘어 올해 12만 명을 넘겼다. 미국 역사상 사회주의를 표방한 정당 중 가장 많다.(트럼프가 그들을 “미국 250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두려움을 부추기는 맥락이다.)
언론들과 좌파들은 특히 뉴욕 시장 맘다니의 활약에 주목한다.
팔레스타인과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이 젊은 무슬림 정치인은 선거 전부터 이미 지역 파업에 연대하는 등의 행보로 이름을 알렸다. 선거에서는 뉴욕의 빈부 격차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돌풍을 일으켰다(관련 기사 본지 562호 ‘조란 맘다니의 승리가 미국 권력자들을 패닉에 빠뜨리다’).
맘다니는 재임 반 년 동안 제한적이지만 유의미한 개혁을 제공했다. 주민 40퍼센트의 월세를 최대 2년 동결했고, 공영 식료품점을 설립해 할인가로 생필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극심한 사회 위기에 크게 고통받는 상황에서 맘다니의 생활고 완화 개혁은 진보적 변화 염원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맘다니는 ICE의 이민 통제와 네타냐후의 전쟁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며 운동의 확대에 기여했다. 맘다니의 인기는 뉴욕 DSA를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뉴욕 DSA 당원은 1만 5,000명을 넘겼는데, 그중 8,000명 가까이가 최근 1년 사이 입당했다.
운동
이번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DSA 후보들은 팔레스타인 연대를 전국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시온주의 로비 단체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이 지원하는 후보들에게 승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AIPAC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DSA의 이런 전진은 환영할 만한 변화다.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1년에만 해도 DSA 지도부는 간판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당론을 어기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을 때 그녀를 징계하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DSA 의원단은 분열했다. DSA 지도부는 기회주의적 봉합을 위해 그 이듬해 당내 반시온주의적 기구 ‘이스라엘 BDS 워킹그룹’을 해산시켰다.
그럼에도 2023~2024년 미국에서 전투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분출하자 DSA는 그 운동의 정치적 수혜자가 됐다. 새로운 청년 세대의 관심과 지지에 DSA가 초점을 제공했던 것이다.
2024년 DSA 전국 지도부는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문제 삼아 오카시오-코르테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커다란 비판에 직면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025년이 돼서야 자신의 문제적 입장을 철회했다.)
2025년에는 당 역사상 최초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연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그 당론을 주도해 선거운동을 한 맘다니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이를 자신들의 승리로 여겼다.
DSA 당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속에서 사회개혁 염원 대중을 만나고 선동과 집회를 조직하는 법을 훈련하고, 지역 운동 단체들과 교류를 늘렸다.
DSA 지부들은 여러 지역에서 ICE 반대 저항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미네소타 DSA는 지난 1월 23일 ‘셧다운’ 시위를 조직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최근 2~3년 동안 DSA는 기층에서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트럼프의 ICE 반대라는 중요한 전국적 대중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주류 민주당 정치인들에 식상하고 트럼프 일당의 전횡을 증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개혁 염원의 대변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일각의 평가처럼 맘다니 등이 민주당을 수완 좋게 이용하고 ‘힙한’ 정책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선거운동을 벌여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DSA 정치 전략
최근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39퍼센트, 청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처럼 급진화하는 보통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DSA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기성 정치 질서 안에서 민주당에 대한 좌파적 불신을 나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차악론에 대한 모순된 거부인데, 그 방향은 좌경화다.
미국의 경제·정치·사회 위기가 그만큼 첨예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권력자들은 DSA의 인기를 민주당 득표 향상에 활용하면서도 좌파 혐오를 드러내며 견제를 늘리고 있다. 콜로라도 민주당 주지사 재러드 폴리스는 예비경선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콜로라도를 망치게 두지 말자, 누구도 재산 규모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동했다.(그런데 폴리스의 순자산은 4억 달러에 이른다.)
친민주당 언론 〈애틀랜틱〉은 DSA가 “민주주의와 법치와 자유를 경멸하는 권위주의 지지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처럼 스탈린주의를 연상시키려 한 것이다. 민주당이 DSA를 단속하지 않으면 “정치적·도덕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애틀랜틱〉은 개탄했다.
현재 DSA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맘다니가 속한 그룹은 ‘사회주의 다수파‘다. 당 내에서 유력한 그룹인 이들의 강령은 온건한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이고 이들의 노선은 리버럴 정치 세력과 동맹을 맺는 것(민중전선 전략)이다.
이 그룹은 DSA 창당 지도자인 마이클 해링턴의 정치를 계승하고 있다. 해링턴은 노동계급이 독자적으로 체제를 변혁할 수 없고,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할 유일하게 현실적인 길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파해 왔다. 즉, 민주당 안에서 그 당의 ‘진보적’ 부분과 협력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더 자세한 설명은 본지 322호 기사 ‘DSA의 민주적 사회주의’를 참고하시오.)
맘다니는 이를 두고 “루스벨트의 ‘뉴딜’이나 [1930년대 민주-공화당 통합 뉴욕시장] 라과디아의 복지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도서관, 소방관, 공립학교 같은 모두를 위한 공공 서비스를 선별적이 아니라 모두에게 제공하는 정치”라고도 설명한다.(“하수도 사회주의” 1 )
즉, DSA 주도파가 말하는 “사회주의로 가는 현실적인 길”은 민주당 개혁파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개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또한 그 덕분에 DSA가 민주당이라는 기성 체제의 정치 구조 일부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즉, 그 노선의 현실성은 대중이 그런 수준의 개혁으로 만족하거나, 민주당 권력자들이 그런 개혁 노선을 당 내에서 계속 용인할 때만 ‘현실적’이다.
이 지점에서 DSA 주도파의 ‘현실주의’는 DSA를 부상케 한 운동과 급진적 지지자들의 염원(부분적 차악론 거부)과 본질적으로 모순된다.
지지자들의 DSA 지지에는 기성 민주당 권력자들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깔려 있고, 민주당이 약속하는 것을 넘어서고 싶은 개혁과 변화의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활용 노선이 불가피한 전술을 넘어 더 넓고 장기적인 전략이라면, DSA의 실천은 거듭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포장하고, 경선에서 패하면 역겨운 민주당 주류 후보들을 지원해야 하는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 정부를 포장하느라 자신들의 좌파적 신용을 탕진해 버렸다.
기성 정치 구조의 핵심적 일부인 민주당 기구에 적응하게 되면 책략이 미덕이 되고, 대중은 수동적 위치로 놓이게 된다. 조직 운영은 기성 정치 체제의 비민주성을 닮아간다.
맘다니는 (사회개혁 염원 대중의 우려에도) 전임 시 정부의 전문 관료들, 특히 악명 높은 뉴욕시경찰청(NYPD) 수뇌 제시카 티쉬를 유임했다. 핵심 공약인 공공주택 확대를 추진할 시장 직속 기구에 주류 경제학자와 부동산 기업 대변자들을 선임했다.
맘다니의 이런 중도 행보는 보수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외연을 넓혀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정당화된다. 하지만 이는 기성 권력자들에 대한 순응일 뿐이다.
또한 맘다니는 ICE의 인종차별적 폭력 만행에 대한 대중의 증오가 끓어오를 때 두 차례나 트럼프를 만났다. “생활고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그 만남을 통해 맘다니는 생활고 완화 개혁에 훼방을 놓는 민주당 권력자들을 견제하며 수완을 과시하려 했다. 그러나 그 만남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당시 격렬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직면한 트럼프에게 ‘말이 통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 기회와 숨 쉴 틈을 줬을 뿐이다.
올해 7월 맘다니 계열은 DSA의 대선 후보 선정 절차에서 당원 투표를 폐기하고 “숙의”로 대체하려 했다. 이는 오카시오-코르테스를 DSA 대선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사전 공작이라는 의심을 샀다.(이 절차 수정에 대한 결정은 내년 당 대회로 미뤄졌다.)
맘다니는 또한 이번 중간선거 예비경선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 맘다니는 네타냐후가 뉴욕에 오면 체포돼야 한다고 공표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후보들을 지지했지만, 동시에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인 브래드 랜더도 지지했다. 랜더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DSA의 팔레스타인 연대 입장을 비난하며 DSA를 탈당한 인물이다.
민주당 내 동맹자를 늘리려는 이런 책략은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을 실망케 할 뿐이다.이런 책략의 진정한 위험은 사회개혁 염원 대중의 에너지와 운동이 방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급진 좌파들은 민주당을 “사회운동들의 무덤”이라고 비판해 왔다.(관련 기사 본지 315호 ‘미국 민주당은 어떻게 진보 염원을 좌절시켜 왔는가’)
DSA의 부상은 기성 정치 체제 안에서 줄타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BLM 운동,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ICE 반대·축출 운동 등으로 분출한 급진적 변화 염원 덕분이다. DSA의 약진으로 표현된 에너지가 유지·확산되는 것은 운동들의 성패에 달려 있다.
급진적 좌파는 DSA의 약진과 맘다니의 개혁 등에 (비판적이면서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지지를 보내야 한다. 특히, 그 지지자들과 함께 기층에서 운동을 계속 건설·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층의 운동들이 발전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계급적 힘을 사용할수록 민주당 차악론은 물론이고 DSA의 자기제한성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진다.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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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하수구 사회주의”는 1918~1940년 밀워키 지방정부를 운영한 밀워키 사회당(SPA)의 별칭이었다.
독일계 이민자들이 주축을 이뤘던 밀워키 사회당은 20세기 초 독일 사회민주당 이론가 에두아드르 베른슈타인과 연계가 있었고, 그의 정치를 공유했다. 사회주의 정치인들이 진보적 자본가들과 협력해 친노동 개혁을 계속할 수 있고 근본적 변혁 없이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밀워키 사회당은 지방정부를 통해 사회 세력 간 충돌을 중재하고 위생·교통·복지 등 ‘모두에게 이로운 사회주의’ 정책을 펴고자 했다. 그런 노선은 밀워키 사회당이 당대 가장 첨예한 쟁점들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이민자(특히 동아시아계) 통제를 지지하고 흑인 차별에 반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지도자인 빅터 베르거는 공공연한 백인우월주의자였다.
고(故)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하수구 사회주의자들’은 말로는 노동자 단결이 부족하다고 개탄하지만 실천에서는 미숙련 이주노동자를 경멸했다. … 시정(市政) 운영에서 그들의 시민 개혁 정책은 진보[자유]주의와 차이가 없었다.”(《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p67~68)
밀워키 사회당은 자본주의 미국 안에 ‘사회주의의 섬’을 만들 수도 없었다.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자 밀워키 사회당은 전시 동원을 지지하고 지역 노동조합에 파업 중단 선언을 압박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밀워키 사회당은 더욱 온건화했고, 민주당에 용해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