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로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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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분노의 날’ 시위가 거리를 불태우던 10월 17일에 미국에서는 ‘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재갈이 물린 시위였다. 주최 측은 각지 시위와 참가자들에게 오로지 중간선거 투표 호소만 허용했고, 이민 통제 규탄이나 이란 전쟁 반대 등 요구를 금지했다.
‘인디비저블’ 등 친민주당 엔지오들이 주도하는 주최 측은 심지어 시위대가 연방·지방 정부 청사나 일론 머스크 등 특정 인물의 사유지 앞에서 항의 시위도 못 하게 했다. 오로지 중간선거 투표만이 ‘왕’ 트럼프를 저지할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간선거를 2주 앞둔 트럼프의 처지는 녹록치 않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당시 유리함이 모두 흔들리는 상태인데, 그 주된 이유는 미국 제국주의의 취약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와의 대리전) 휴전도, 중국 억지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이란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다. 그 전쟁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 하지만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모든 층위에서 격화되는 충돌의 여파가 미국 국내로 돌아가고 있고, 그래서 트럼프의 중요한 힘이던 득표력이 흔들리고 있다. 마가(MAGA) 운동은 중동 전쟁과 그 여파를 두고 분열해 있다.
현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974년 이후 중간선거를 앞둔 정부를 통틀어 가장 낮은데,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서 냉전 종식 이후를 통틀어 가장 낮다. 공화당은 하원(어쩌면 상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잃을 듯하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일말의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이 되면, 정국의 주도권을 노리고 또 장차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에 제동을 걸려 할 것이다. 또, 미국 자본주의·제국주의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나름의 방책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예컨대 동맹 네트워크 강화).
그러나 오바마·바이든 정부 시절에도 친기업 정당인 민주당은 위기에 신음하는 노동자 등 서민들을 저버렸다. 그런 당이 용인할 조처들은 보통 사람들이 겪는 생활고를 완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특히 전쟁 문제에서 민주당은 트럼프의 반대항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끝내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굳게 지원한(그것 때문에 트럼프에게 정부도 빼앗겼다) 당이자, 트럼프(1기)의 중국 억지를 계승·발전(바이든)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추구하는 당이고, 이란 전쟁도 그 기준으로 득실을 따진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의회의 승인 아래 전쟁을 치르라고 요구하고, 기껏해야 “책임성 있는”(즉 미국의 패권을 보전하는) 종전을 거론한다.
민주당이 이란 전쟁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위신이 추락한 상태로 사그라들게 하리라 여기는 것은 순전한 환상이다.
극우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번 선거가 자신에게 닥친 정치 위기를 키우는 것을 막으려 기를 쓸 것이다. 그가 지난 선거 패배 때마다 그랬듯 극우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벌써부터 트럼프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며 2020년 대선 당시 극우의 격동을 부추긴 수법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8년 중간선거 패배 때 썼던 이민자 탄압 강화 수법도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중남미 이민자 유입을 문제 삼으며 이듬해 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 트럼프의 ‘돌격대’ ICE가 반트럼프 정서가 강한 지역을 노리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해 LA 항쟁 때부터 거듭 썼던 수법이다.
ICE는 이번 달에만도 뉴욕 주택가에서 5세 아동이 탄 자동차에 총격을 퍼붓고, 워싱턴 DC에서 소말리아계 하원의원 일한 오마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런 폭력은 극우를 재결집시키고 고무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맞설 힘은 의회 안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편, 미국 민주사회당(DSA)은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좋은 선거 성적을 거둘 듯하다. 그러나 DSA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가하는 중도 정치의 한계선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DSA 간판 스타 조란 맘다니는 팔레스타인 연대 공약을 속속 거둬들이고 있다. 맘다니는 네타냐후가 뉴욕에 방문했을 때 트럼프와 회동하고, 가자 전쟁 3년 되는 10월 7일 시온주의자들의 ‘추모’ 행사에 참가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지탄을 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DSA가 가장 주력한 것은 반(反)극우 운동 건설이 아니었다. DSA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2028년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시키는 사전 선거운동을 발족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분출할 때 그 운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난하고, 최근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핵심 구호인 경찰 재정 삭감 등을 일컬어 “워크는 미친 짓이었다”고 폄훼한 인물을 말이다.
격렬한 위기와 충돌 속에서 계속될 트럼프의 공격에 맞설 유일한 힘은, 지난해 LA와 올 초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것 같은 대중 저항을 되살리고 발전시키는 데에 있다. 프랑스의 저항에서 배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