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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지난호에 대한 짧은 의견 모음:
<레프트21> 5호를 읽고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허풍 뒤의 진실” 기사에 대해

기사는 미국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동유럽의 경제 불안정으로 서유럽 금융시장의 위기가 심각하며 한국의 은행들은 서유럽에 외채가 많아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위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중국은 수출 감소와 심각한 중복투자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이미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어 디커플링 현상은 단지 환상에 불과하다. 위기의 심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허풍 뒤에는 투기 조장과 거품 확대를 통해서라도 투자를 이끌어 내고 체제의 불안 요소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실제로 저점을 통과하려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며 거대 건설사의 배만 불려 주는 4대강 정비 사업에 추경 예산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부자 증세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예산을 확대 집행해야 하며 고용 안정·확대,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대중의 소비를 증진시키는 것이 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고용의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는 망발을 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통한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기사의 주장처럼 노동계급의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창배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엇갈린 전망 때문에 사람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또는 불안감으로 혼란스러워 한다. 그런 점에 비춰 봤을 때 5호에서 한국경제의 경기회복에 대한 분석, 일본 불황이 보여 주는 교훈, 위기에 빠진 중국 경제를 다 같이 다뤄 줘서 경제 위기의 맥락을 이해하기 쉬웠다. 구성이 좋았다.

장미순

진보 진영은 부도 기업 국유화를 요구해야 하는가” 기사에 대해

이종탁 씨가 주장하는 사회화는 노동계급 선진 부위의 의식이 지금보다 더 급진화했을 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주된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노동자·민중과 지역주민, 그리고 해당 기업의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적자금 운영 및 관리위원회(가칭)’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핵심은 노동자들의 투쟁인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즉자적인 투쟁의 요구―‘사장의 이윤은 지켜 주면서 왜 노동자는 해고하는가’ 하는 의미의 국유화 요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종우

저들은 죽음을 강요하며 노예로 살라 한다” 기사에 대해

지난 5월 1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은 총파업을 결의하고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덮쳐 무려 4백40명이 넘는 인원을 폭력 연행했다. 노동자들이 연행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어떤 시민은 여기가 1980년 5월 광주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한다. 집회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노동자들, 전세버스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가던 노동자들,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 화물연대 조끼 또는 비닐 우의를 입고 있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잡아갔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두려움을 느낀 정부는 이들에게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 자신에게 그토록 관대한 법과 원칙이 얼마나 약발을 발휘할지도 의문이고 이렇게 조성된 공포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주춤하게 할 수는 있지만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울분과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대한통운 물류센터로 행진하던 대오들에서 물류센터를 접수(점거)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집행부가 이후 총파업에 집중할 것을 결의하고 행진 대열을 뒤돌아 세운 것이 적절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경찰이 공격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집행부가 물류센터 점거까지도 고려 대상에 넣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6월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당기기로, 그리고 5월 27일 상경 총파업 투쟁이 잡혀 있는 전국건설노조도 화물연대의 투쟁에 적극 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투쟁들이 더욱 확대돼야 하고 대량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쌍용차의 투쟁과도 결합돼야 한다.

김기철

“테러와의 전쟁” 기사들에 대해

사진이 전쟁의 참상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고 캡션도 사진을 적절하게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운데 몰려 있는 캡션의 경우 얼핏 봐서는 어떤 캡션이 어느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지를 찾을 수 없어 난감했다. 다른 일간지나 주간지의 경우 한 지면에 사진이 많이 들어갈 경우 사진의 배열형태를 축소시켜서 그 안에 1, 2, 3 등의 숫자를 넣고 캡션을 1, 2, 3 순서로 한 곳에 배치하는데 다음에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국제 기사의 경우 지도의 필요성을 주장했었는데 매호 잘 반영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이번의 경우 중국, 인도, 이란 등 주요 국가들과 경계를 맞대고 있다는 점이 잘 표현된 것 같다. 또 앞으로는 지도의 축척을 더 작게 해서 큰 화면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의 경우 인도 반도와 아라비아 반도 정도는 나와야 한눈에 봐도 세계 지도의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도는 기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부네르 지역, 보급로, 카라치 등의 위치를 지도에서 짚어 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두 가지 지적이 모순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큰 지도를 바탕으로 작은 지도를 줌-인 하는 형태로 해서 두 가지 지도를 한 공간에 동시에 나타낼 수도 있다.

구병준

중국이 세계경제 위기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기사에 대해

3면의 디커플링론의 근거가 된 국가인 중국의 경제 상황을 잘 분석해 줬다. 이윤율 하락 경향은 중국에도 예외 없이 작용돼 기업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로서 성장해 온 중국의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는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유럽의 소비침체에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실업과 빈부격차, 급격한 자본의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거리로 내몰린 노동계급의 분노가 축적되고 있으며 지배자들은 미국의 패권이 약화한 틈을 타 세계 패권의 중심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기사에서처럼 중국은 세계경제의 구원자보다는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다음번엔 중국 노동계급의 조직과 투쟁 현황을 다루는 기사를 기대해 본다.

이창배

이윤 중심 체제가 인플루엔자의 위협을 키웠다” 기사에 대해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 신종 인플루엔자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고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런 문제들이 이윤 중심 체제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여러 근거와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훌륭한 기사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었다.

장미순

체제가 돼지독감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은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15면 ‘우석균 칼럼’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도 돼지독감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톱뉴스가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돼지독감이 왜 발생했는가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안전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백신 확보와 같은 실천적 요구들이 강조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구병준

사실이 이러함에도 왜 사람들은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는가? 인플루엔자로 인해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한쪽에서는 가축생산의 기업화·산업화로 다국적 축산기업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진화시키는 동안 거대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그것을 기회로 치료백신을 독점하여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다국적 축산기업은 독감 발생 후 독감 확산에 자사가 한 역할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윤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추악한 동업관계(?)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국적 자본이 제3세계의 의료보험을 탈취하고 복제약 제조를 불허하고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동안 수많은 노동자와 서민 들이 인플루엔자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량 살상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창배

시장의 공세에 맞설 대안경제 체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기사에 대해

우석훈 씨가 공정무역을 강조했었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이야기하지만 우석훈 씨가 공정무역을 주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공정무역 문제는 따로 박스 처리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은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쾌할 듯하다.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스타벅스가 공정무역을 채택한 것이 공정무역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일 텐데 이 사진과 캡션만으로는 공정무역의 약점을 지적할 수 없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보다 스타벅스가 더욱 폭리를 취한다는 사실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노동계급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데 너무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여승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일화는 문제였는가” 기사에 대해

우선 민주노동당에서 평등파가 주사파를 종북주의라 비판하면서 탈당한 것에 대해 평등파의 종파주의를 비판함이 마땅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내 일각에서 조승수 후보의 탈당 시 종파적 태도를 문제 삼아 단일화를 반대하는 것 또한 종파주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비판해야 한다.

이창배

“정규직 양보가 아니라 정부·기업주의 부담 늘릴 것을 요구해야” 기사에 대해

임성규 위원장의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정규직의 양보”가 “임금인상 요구를 낮추거나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기사의 주장처럼 그것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직접적 기여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에게 양보함으로써 정부와 기업주의 선처에 기대기 때문이다. 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반목과 분열을 통해 이득을 취해 왔다. 정규직이 양보한다고 해서 저들이 전략을 수정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창배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의 ‘사회 연대’ 구상에서 우려스러운 점” 독자 편지에 대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실렸던 임성규 위원장 관련 기사를 보면 “6월 총파업 포기한다. 투쟁 동력이 없는데 어떻게 파업을 하나?” 하는 내용의 기사였고 그날 사설에서도 우익 신문들은 임성규 위원장의 이런 ‘결단’에 대해 칭찬을 보내는 논설을 실었다.

임성규 위원장의 표현대로 자신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멋대로 해석하고 썼다”고 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조직 역량이 충분해야 파업도 힘차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표현으로도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인터뷰가 현재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미칠 파장을 생각했다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누가 치를 것인가를 두고 한판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수우익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이 80여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그리 적절치 못했다는 생각이다.

김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