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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사회연대헌장 제정운동’:
정규직 양보가 아니라 정부·기업주의 부담 늘릴 것을 요구해야

2007년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사회보장세 부담 비율

지난 5월 1일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임성규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힘주어 말한 사회연대전략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회연대선언은 “경제공황은 자본주의와 시장주의의 파국”을 보여 주는 것이고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과 병폐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노사 간의 임금투쟁뿐만 아니라 의료·교육·주거 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하고, 보다 나아가 사회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총파업”을 경고하며 사회연대전략이 단순한 정책 묶음이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옳게도 임성규 위원장은 사회연대선언 발표 하루 전 〈노동과 세계〉 인터뷰에서 “정규직 양보론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하며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양보론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정규직 양보론은 정규직이 사용자에게(비정규직이 아니라) 양보하는 것이므로, 임 위원장의 이 주장은 옳다

복지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어

그러나 임성규 위원장이 〈노동과 세계〉와 인터뷰한 내용에는 다소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정규직의 ‘일방적’ 양보에는 반대하지만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한다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복지 재정 확대를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4천8백만 민중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보는 사회보장제도가 같이 진행될 때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 내 임금인상 요구를 낮추거나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일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저소득 노동자에 비해 복지 재정 마련에 더 기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기업주·부자가 독점한 어마어마한 부가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투자될 때에야 이런 기여도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복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족한 복지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위의 표에서 보듯 한국의 복지 수준이 낮은 핵심 이유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부자의 부담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임금(복지)을 늘리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장임금(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대정부 요구안에도 나와 있듯이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 기업주·부자에게 감면해 주기로 한 세금만 거둬도 어지간한 복지 확대를 당장 실시할 수 있다. “갈 곳이 없어 은행에 잠자고 있는 부자들의 돈 8백조 원”(119주년 세계노동절 사회연대선언)을 꺼내 쓰면 임금과 복지 모두 늘릴 수 있다.

사실 이것은 낯선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민주노총도 똑같은 근거를 들며 정부에 복지를 책임지라고 요구해 왔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사회연대헌장 제정운동은 정규직 양보론에 한 쪽 문을 열어 두는 약점을 계속 안고 가선 안 된다.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분명한 초점을 맞춰 양보를 요구하는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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