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장을 집회장으로 만들어 버린 충격과 공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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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판매하다 벌금 800만원에 기소된 ‘다함께’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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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만큼이나 통쾌하고 흥미진진한 이 글은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재판을 참관한 영화평론가 황진미 씨가 보내온 재판 참관기다. 글 말미에 나오는 ‘쥐벽서’ 박정수 씨는 그라피티 운동의 하나로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가 기소돼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글은 〈한겨레〉에도 실렸다.
글쓴이가 인용한 판매자 6인의 최후진술문은 전문이 관련 기사로 링크돼 있다.
5월19일 3시 반 서초동 법원, ‘
이후 ‘다함께’는 이에 불복하여 정식기소를 신청했고, 그 후 1년이 넘도록 공판을 이어가고 있다. 드디어 6차 공판일. 최후진술과 검찰의 구형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이런 쫄깃한 재판을 어찌 놓칠소냐.
영양가 없는 검찰 측 ‘증인’ “집회? 난 피켓밖에 못 봤다구요”
검사 측 증인이 앞으로 나온다. 병원마크가 선명한 환자복 차림에 발에는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었다. 절뚝거리며 힘들게 앞으로 나와 한참동안 증인 선서를 한다.
“2010년 5월 7일, 증인은 강남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죠?”
“어버이날 전날이라 꽃을 팔고 있었습니다. 파스쿠치 커피숍 앞인데...”
방청석에서 중년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지호당 건물이라 그래!”
“피고인들이 뭘 하고 있었죠?” “얼굴은 모르겠구, 그냥, 집회인줄 알고 지나쳤어요.” “어떻게 그걸 알았죠?” “피켓을 봤습니다.“ “현수막이나 확성기도 봤나요?” “아뇨.” “경찰관이 온 것은 봤나요?” “차만 봤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소란스러운 것을 보신 적이 없으세요?” “없어요.”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데, 영양가가 없다. 그러니까 피켓만 봤고, 그래서 집회인가 했다는 게 전부이다. 증인에게 변호사가 묻는다. “카네이션을 누구랑 팔았죠?” “어머니랑, 친한 형님 두 분이랑, 그날 밤을 샜습니다.” “피켓은 어떤 거였죠?” “글 내용은 모르겠고, 직사각형에 손잡이, 저 달력보다 작고.”
“내 아들은 통지서 무서워서 나온 거여. 우리 아들 괴롭히지 마!”
“어떻게 증인으로 출두하게 되셨나요?” 질문을 받자, 증인은 살짝 격앙되어서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받으라고 연락이 와서요. 소환에 불응하면 처벌된다고 해서. 겁이 나서 … 이유도 모르고 영문도 모르고, 경찰서로 나오라니까 …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저도 모르겠구요.” 변호사는 ‘잉? 이건 또 다른 법률 문제 인데?” 싶은 표정이고, 청중석에선 피식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서 요원 감시의 제스처로 청중석 앞을 스윽 지나간다.
피고 측 변호사가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증인에게 연락처를 받은 적이 없다구요?” 하니,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없어요!” 검사가 분위기 전환하려는 듯 “혹시 큰 가방 못 보셨어요?” 묻지만, “몰라요!” 영 안 먹힌다.
변호사가 “어떻게 증인이 되셨죠?” 묻자, 방청석에서 증언을 코치하던 아주머니가 빽 소리를 지르신다. “뭐여? 이거. 사람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내 아들은 통지서 글귀가 무서워서 나온 거여.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데려다가. 울 아들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여길 나오라구 …” 소리 치는 아주머니에게 판사는 법정 밖으로 나갈 것을 명한다.
아주머니 끌려 나가시면서 “왜이래? 우린 보상 받아야 혀. 김지태
증인, 다리를 절뚝이며 힘겹게 복도로 나가니 다시 어머니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하기야 법이니 관이니 전혀 모르는 노점상 모자한테, 경찰서에만 오라고해도 겁이 덜컥 날 마당에, 영문도 모른 채 증인으로 조사받으라 하고, 법원에 출두해서 증언을 해라, 불응하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했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어버이날을 대목삼아 밤새 꽃을 만들어 파는 분들에게 오늘 일당 공친 건 누가 보상을 해야 하나.
1천8백 원 받고 신문 팔았는데 ‘시위’했다? 그럼 소주 판촉행사는?
어수선하던 장내가 정리되자, 피고 측 변호사가 검찰에게 묻는다.
“기소내용에 ‘신문형식의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검사가 말한다.
“유료판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호를 제창하고, 신문형식의 유인물을 나눠주는 일련의 행위를 집회로 보는 것입니다. 공동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강조 행위를 시위로 보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되묻는다.
“시위의 범위를 너무 넓게 규정하고 계신데요, 그날 강남역에서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소주병 모양의 스티로폼을 쓰고, 전단지를 나눠준 것도 공동의 목적을 강조한 이들도 집시법에 저촉되나요?”
변호사의 논지는
회원 내부에서도 예외가 없다. 구독하는 사람이 배달 안된 최신호를 한 부 가져가면, 나중에 꼭 되돌려줘야 한다. 어차피 신문은 많이 남고, 지난 신문은 쓰레기일 텐데 뭐 하러 그러나 싶어도, 이건 이들의 원칙이다. 그 원칙이 법정에서 방어용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뜬금없이 ‘가방’에 집착하는 검사, 무슨 답을 원해?
변호사는 증거자료로, 피고인 중 한사람인 신명희 씨가 연행 당시 상황을 찍은 비디오CD를 보여준다. 화면엔 피고인들과 경찰들이 나온다. 야구 경기 중 양측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배치기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피고인 김지태와 경찰관 이종순이 보인다.
판사가 묻는다. “지금 이것이 정확히 몇 시 상황인가요?” 김지태가 말한다. “저는 그날 정확히 7시 50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경찰관 이종순과 다른 한명이 와 있었습니다. 8시에 경찰관이 더 왔기 때문에, 화면에 경찰관이 두 명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7시 50분 상황입니다.”
이어지는 변호사의 설명. “저것이 7시 50분 상황이고, 8시에 피고인들은 가판을 접었습니다. 경찰조서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신문을 배포했다고 나와 있는데, 언제 그랬다는 거죠?”
검사는 뭔가 꼬투리를 잡고 싶은지,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저 큰 가방엔 무엇이 들어있나요?” 아까부터 가방에 집착하신다. 그러니까 그게 테러 위험이 있어 보였다는 경찰 측 진술이라도 있는 걸까? “판매하는 신문이랑 소책자 등입니다.”
국가보안법? 선거법? 야간 집시법? 공무집행방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돼?
변호사,
“2009년 3월에 창간하여, 국가 지원과 기업 광고를 받지 않고 1천8백 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강남역, 혜화역 등 정해진 장소에서 가두판매하고 있습니다. 가판과 지국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세 신문으로, 독자를 찾고자 거리에서 판촉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피고인 신명희 씨가 진술한다.
“저는 철제 책상을 펴고 현수막을 펼치고, 그날의 헤드라인이었던 ‘고장 난 자본주의, 안보위기는 사기다’ 등을 외치며 판매했습니다. 창간부터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판매를 해왔지만, 판매 행위를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원래 7시부터 판매를 하는데, 그날은 10분 늦게 도착하여 가판을 폈습니다. 7시 40분에 경찰관 이종순 씨가 나타나 ‘이거 신고하고 하는 거냐?’ 물었습니다. 그리곤 신문과 소책자를 ‘가져가서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판매하는 합법적인 간행물이고 인터넷에도 다 나와 있으니 검색을 해보시라 했더니, ‘니들, 차에 수갑 채워서 현행범으로 연행하고, 이것들은 다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근거가 뭐냐고 했더니, ‘우리나라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도저히 신문을 팔 수 없을 것 같아서, 가판대를 정리하는데 …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신문과 소책자를 압수하겠다며 낚아챘습니다. 경찰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때 김지태 씨가 왔구요.
나중에 온 덩치 큰 경찰에게 우리는 가겠다고 하며 짐을 챙겨 골목으로 들어가려는데, 서초경찰서에서 나올 거니까 기다리라면서 ‘사보텐’ 옥외주차장에 우리를 붙잡아 두었습니다. 노상 감금 상태에서 우리도 근처에 올 만한 사람들과 인권단체 등에 연락을 했습니다. 경찰은 우리를 붙잡고, 계속 더 높은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경찰차와 사복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그분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할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관 이종순은 우리 짐을 뒤져서 현수막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연좌를 하고, 신문 판매가 선거법 위반이냐며 항의했습니다. 9시 30분이 되자, 경찰은 우리에게 야간 집시법 위반이라고 말하며 강제연행 했습니다.”
변호사 “옥외 감금 당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등의 고지를 받았나요?” “아뇨” “우리는 또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되겠기에, 혜화역의 판매 행위를 혜화경찰서에 집회신고 하러갔더니, 신문 판매는 불법이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피고인 김지태 진술한다. “2009년 창간부터 신문을 판매해 왔습니다. 7시 50분에 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관 두 명이 판매를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란 말을 하길래, 무슨 검증을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엔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경찰관이 세 명 더 왔습니다. 경찰은 신문과 소책자를 사진 촬영한 후 이종순 경찰관이 우리 가방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습니다. 그리곤 건드리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했습니다.”
검사, 밥값을 하려고 다시 묻는다. “소책자엔 어떤 내용이 적혀있죠?” “진보적 관점의 책들입니다.”
변호사 “검찰은 신문판매 행위를 옥외집회로 보고, 집시법 위반 혐의로 이들에게 총 8백만 원의 벌금과 몰수를 명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집시법 6조1항
검사님, 판사님, 자, 1년 치 〈레프트21〉 내용 섹션별로 떠 먹여 드립니다!
판사, 피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최후진술 시간 되겠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지태 : 지난해 5월 7일
경찰과 검찰은 우리의 혐의에 대해 오락가락 하였습니다. 판매를 집회로 몰고, 연행에 항의하자 그것도 집회로 몰았습니다.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 선거법 위반이다 하며, 1시간 넘게 잡아두고, 무단으로 짐 수색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연좌를 하니 기다렸다는 듯 야간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했습니다. 그러나 야간 집시법위반이 위헌판결로 무력화되자, 다시 우리의 혐의는 ‘미신고 집회‘가 되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안보 위기는 사기다. 군비증강 말고 복지를 늘려라“ 등의 우리 신문의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종순은 국가보안법과 사상검증을 운운하며 우리를 연행했고, ‘내용에 따라 규제여부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검사는
여기는 어디? 난 누구? 싶게 연설에 몰입되어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판사, 살짝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박수는 치지 마세요.” 그리곤 “나머지 최후 진술은 좀 짧게 해주세요.” 요청한다.
신명희 :
기독교 전도계에는 ‘여호와의 증인‘, 진보 운동계에는 ‘다함께’
짝짝짝.
이들에게 최후 진술의 기회를 주었으니, 싫든 좋든 여섯 명의 연설을 다 들어야 할 판이다. 판사는 그제서야 사태를 심각하게 느꼈는지, “저...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 밖에는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노동자 서민들이 공판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요. 가능한 짧게 줄여주시던가, 아니면 서면으로 제출을 해 주시면, 저희가 꼭 다 읽어보겠습니다.“ 사정을 한다.
김형환 : 지난해 5월 7일, 경찰은 불법철거를 하고, 감금, 협박하고, 연행 하였습니다. 피고석에 있어야 할 사람은 6인이 아니라, 경찰들입니다. 그날 현장은 경찰의 무법천지였습니다.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들의 행위에 이명박 정부의 본질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마디로 고통전가 정권입니다. 서민들에게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무상급식 반대 … 자신과 국무위원들의 연봉은 천만원 넘게 인상 … 재산이 4억 원이나 증가 … 이건희와 정몽구는 주가상승으로 10조 원의 이익을 … 많은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삭감 … 화물운송을 하는 나는 기름 값 폭등으로 수입이 절반 … 그러나 홍대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 … 학생들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투쟁 …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 … 계속 해서
짝짝짝. 노래방에서 한 곡 듣고 나면 저절로 박수를 치듯 자동으로 박수가 나왔다. 판사 얼굴색이 점점 노랗게 변해간다. “박수치지 마세요. 그런 말은 좀 들으셔야지 … 어떡합니까 … 재판이 너무 길어져서 … 나머지 세분은 써오신 것을 제출해주시면 … 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일반 서민들 중에 재판받으러 온 사람들도 … 좀 …”
아직 진술하지 않은 피의자가 말한다. “이 사건으로 1년 넘게 재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은 줄이겠지만, 공개재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최후진술의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 생각합니다.”
판사, 입씨름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럼 한 분당 1분씩만 하세요.” 판사는 자포자기인 듯, 의자 뒤로 고개를 젖힌다. 검사의 얼굴을 보니, 이 상황이 나름 재미있고 유익한 듯, 똘똘이 학생 같은 자세로 열심히 듣는다.
김문주 : 이명박 정부는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천안함 위기를 불러왔고....
여기는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게, 이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웃음이 스멀스멀 솟는데 이를 틀어막으려니 숨이 캑캑 막히면서 어느 순간 눈물이 찔끔 났다. 판사와 검사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몸을 내맡긴 채 별다른 저항도 없다. 판사는 “다음 분 빨리 하세요” 하고 눈을 반쯤 감는다.
김득영 :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 고통은 강화되고 … 대중의 항의와 저항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날치기와 언론 탄압·통제 …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측근을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하고, 조중동의 돈벌이를 위해 미디어법을 날치기 하여 …
섹션별로 잘도 짚어준다. 이로써 검사와 판사는 아까 묻던
그러나 아직 이들은 에이스가 아니었다! 아까 공판중심주의 운운하며 최후진술권을 주장하던 조익진 동지, 마이크를 잡았다. 와, 집회장에서 들으면 살짝 흥분 돋는 한 옥타브 높은 음색이 짱이다. 이로써 ‘나는 연사다‘ 왕중왕 전의 끝판왕은 음색이 탁월한 저분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조익진 : 한국은! 지독하게 불평등합니다! 3백조 원의 기업잉여금이 쌓여있는 한편 70만 명의 아이들이 급식비가 없어 굶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G20, 언론 장악, 한미FTA, 경쟁교육, 핵발전, 파병정책 등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쥐벽서’ 박정수에게 한 마디 쏴주었다. “자긴 너무 소심했어~!”
이건 뭐. 박수를 안치려야 안칠 수가 없다. “솔깃하다! 허/경/환!” 개콘식 구호가 튀어나올 지경이다. 연사의 격앙된 목소리는 살짝 소름이 끼치면서, 뿅 가는 도취감에 빠지게 했다. 수십만 명이 운집한 집회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지금 배경에 수십만 명 청중을 CG로 입히면, ‘백만 민란’의 현장이라고 뻥을 쳐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판사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서는 선고는 7월 28일에 하겠다고 말했다. 뭐, 6월 28일이 아니고? 장내가 웅성거렸다. 판사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7월 28일이요. 7월!” 하고 폐정을 선언했다. 이런 식으로 6차 공판을 해서 1년을 넘겼구나, 에효~ 명 짧은 사람은 죽겠다. 외국 가야 되는 사람은 어쩐다니? 하여간 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무려 1시간 45분짜리 집회, 아니 공판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다함께’ 동지들 얼굴이 아주 환하다. 1년 동안 벼르고 수정해 온 최후진술문을 오늘 발표하여, 후련한 모양이다.
“검사 얼굴 봤어? 되게 열심히 듣더라.
나도 마찬가지다. 80년대에 이런 재판이 있었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직접 보진 못했다. 사법 당국과 배치되는 자신의 사상을 화끈하게 ‘커밍아웃’하며, 좌파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재판은 처음 보았다.
재판을 본 감흥이 상당하다. 마치 부흥회에서 ‘영발’을 받은 것처럼, 쥐그림 사건으로 은근 스트레스 받던 심정이 훅 날아갔다. 이렇게 용기 있게 싸우는 동지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에게 닥친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걸 ‘연대의 마법’이라 하나?
이 사람들을 보라! 법정이고 나발이고, 절대 기죽지 않고, 판사나 검사나 너님 무시해가며, 우리는 무죄다, 너흰 우리말을 들어라, 하며 공판장을 충격과 공포의 집회장으로 만들며 버리는 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