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두 국가’ 아닌 ‘한 국가’ 방안이 해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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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06년 8월 12일에 발행된 주간 〈맞불〉 7호에 실린 기사다. 이스라엘이 며칠째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벌이고 있고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지금, 진정한 대안이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읽어 볼 만한 글이다.
카나 대학살은 이스라엘이 지금껏 수많은 전쟁에서 저지른 끔찍한 야만의 전형적 사례다. 이 학살은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 즉 이스라엘이 다른 중동 국가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전 세계 좌파와 진보적 여론층의 많은 지지를 받아 온 팔레스타인 운동은 지난 30년 동안 ‘두 국가’ 방안을 공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두 국가 방안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별개의 두 민주주의 국가로 평화 공존함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을 지낸 야세르 아라파트는 1993년 오슬로협정이 두 국가를 향한 일보전진이라고 평가하며 이스라엘과의 협정 체결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 이후 “평화 프로세스”의 경험은 두 국가 방안이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줬다. 먼저 양 진영 사이에 힘의 차이가 엄청나다.
미국의 지지와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가장 강력한 군사대국 가운데 하나다. 반면, PA(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조각난 영토에 대해 제한적인 통치력만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유럽연합 같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외부 세력들은 하마스의 등장 이후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정책은 PA를 계속 취약하고 외부 의존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이런 불균형을 영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사악함 때문이고, 또 팔레스타인인들의 무능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PA를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즉, 유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필요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은 위선만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식민지 정착민 국가다. 다시 말해, 특권을 가진 외부인들이 서방 제국주의 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원주민들한테서 영토를 빼앗아 건설한 국가다. 모든 정착민 국가들은 그들이 빼앗은 땅에 원래 살던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마주하기 마련이다.
정착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원주민들을 몰살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수백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가 이 정책의 성공 사례다.
또 다른 해결책은 원주민들을 정착민들의 노동력인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로디지아(오늘날의 짐바브웨)·케냐·알제리에서 이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 정책은 쫓겨난 원주민들이 조만간 조직화해 영토를 되찾고 만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앞선 모든 사례가 그러했다.
시온주의 식민주의자들은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대부분을 인근 지역으로 내몰았다. 나머지는 여전히 이스라엘의 지배하에 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의 지배를 증오하며 이에 맞서 저항하고 있으며, 이것은 아랍 대중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영원히 불안정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쫓아낸 이들과 끝없이 전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결코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살할 수 없다. 나치조차도 홀로코스트를 추진하는 데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구실이 필요했다. 이스라엘의 우익 정치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웃 나라들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아랍 세계의 반감을 증대시킬 뿐이다.
해결책
하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도 없다. 진정한 해결책은 팔레스타인 난민 수백만 명의 귀환을 허용하는 것뿐이지만, 이것은 배타적인 유대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릴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책’은 결국 속임수일 뿐이다. 이스라엘 전 총리 이츠하크 라빈이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한 이면에는 PLO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질서를 강요할 수 있는 비민주적 기구라는 냉소적 가정이 깔려 있었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약간만 진전해도 ― 예컨대 하마스의 총선 승리 같은 ―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수 있다.
단 하나의 진정한 해결책은 PLO가 일찍이 1970년대 중반에 포기한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유대인과 아랍인,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평등하게 함께 사는,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하나의 팔레스타인 국가 말이다. 지금처럼 대량 학살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것은 완전히 몽상적인 대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이 야만 때문에라도 급진적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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