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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파시즘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일까?

극우파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브라질 대통령 당선은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에 맞선 투쟁에 나설 잠재적 힘이 있다는 것은 보우소나루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가능함을 뜻한다고 알리스터 패로우는 주장한다.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11월 1일 보우소나루 당선 후 저항 운동 건설을 논의하는 상파울루의 대학생들 ⓒ출처 Margarida Salomão(트위터)

극우파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인구가 2억 1000만 명이고 경제 규모가 세계 8위인 국가의 운전대를 극우파 인사가 잡은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여성, 성소수자, 흑인 등 모든 천대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협이다. 보우소나루는 저지돼야 한다.

평론가들은 이 선거 결과를 보며 보우소나루와 그의 정치를 뭐라 규정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역사학자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이렇게 썼다. “보우소나루의 포퓰리즘은 히틀러 시대를 연상시킨다.”

핀첼스타인이 쓴 글의 제목은 이렇다.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롤모델은 [이탈리아의 부패한 우익 정치인이자 전(前) 총리]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노동자당(PT)은 보우소나루를 히틀러와 나치당에 빗대는 홍보 영상을 내보냈다.

혁명적 좌파 일부도 보우소나루를 파시스트나 유사 파시스트로 봤다. 보우소나루가 파시스트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중요하다. 좌파가 보우소나루 정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브라질의 계급 세력 균형이 어떤지, 보우소나루 당선의 국제적 의미는 무엇인지, 저항의 가능성은 어떤지 등과도 관계 있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파시즘을 프티부르주아의 대중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프티부르주아는 농민, 상점주, 소자본가 등 중간계급을 일컫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농민에게서는 상당수의, 노동자들에게서는 소수의 지지를 받았다.

파시즘의 특징

파시즘의 목표는 노동계급의 힘과 조직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파시즘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독특한 위협이고, 따라서 분쇄할 필요가 있다.

파시즘은 사회적 위기가 극심한 상황에서 권력을 잡는다.

자본가 계급은 보통의 의회민주주의로는 더는 사회를 통치할 수 없게 될 때 파시즘의 지배라는 도박을 감행할 수 있다.

파시스트들은 권력을 잡은 후에는 [자신을 권좌에 올린] 옛 지배계급과 반목하는 경우가 흔하다.

[1920~1930년대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파시즘이 부상했던 주된 맥락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다.

당시 전 세계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의 반란 정신이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파시즘은 그 정신을 꺾을 극약 처방이었다.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팩스턴은 《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교양인, 2005)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날] 볼셰비키 혁명은 위협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이어서 팩스턴은 오늘날에는 “고전적 파시즘”과 비슷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파시즘의 구체적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다.

1920~1930년대의 이탈리아 파시즘은 독일 나치와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파시즘은 과거의 파시즘과 차이가 있다.

위험한 적

물론 보우소나루를 파시스트로 규정하든 아니든 그가 위험한 적이며 반드시 저항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보우소나루를 파시스트로 보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보우소나루 진영의 몇몇 인사들은 정말로 파시스트라고 할 만하다. 보우소나루는 증오를 부추기고 좌파를 공격할 목적으로 대중 시위를 조직한다.

보우소나루(오른쪽) ⓒ출처 Tomaz Silva/Agência Brasil

대선 전에 열린 집회에서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에서 “좌파 범죄자들”을 일소하겠다고 공언했다.

보우소나루의 극도로 인종차별적인 연설 때문에 파시스트의 기세가 오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에 대한 지독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1964~1985년 군부 독재를 비판하는데,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보우소나루는 “군부 정권이 못한 일, 즉 3만 명 숙청의 과업”을 하겠다고 말한다.

보우소나루는 중간계급 사람들에게 구애한다. 노동자당 소속의 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에게 공격당했다고 느끼는 그들의 감정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브라질에서 파시스트가 권력을 장악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직은 브라질 자본주의는 파시즘의 힘에 기대야 할 만큼 위기가 심각한 것도 아니다.

보우소나루 지지 거리 운동은 지금까지는 보우소나루의 선거 전략에서 보조적인 것이었다.

이제 보우소나루는 국가의 힘에 기댈 수 있다.

보우소나루는 자기 권력의 기반을 대중 운동이 아니라 이 기성의 억압 기구에서 찾는다.

보우소나루의 대선 공약 하나는 경찰을 해방시켜서 자신이 반대파로 지목한 사람들을 탄압할 사실상 무제한의 힘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보우소나루는 육군 대위 출신의 직업 정치인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파시즘 운동으로 아래로부터 부상한 것과는 달리, 보우소나루는 [대중] 운동을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보조적 도구로 본다.

이것은 파시스트들의 전통적 권력 장악 방식과 다르다.

트로츠키는 파시즘이 “프티부르주아지와 탈계급화되고 사기가 떨어진 룸펜프롤레타리아 무리”의 대중 운동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다고 묘사했다.

보우소나루와 그 지지자들이 트로츠키의 설명에 들어맞지 않으니 그들의 위험성을 가벼이 여기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궤적이다.

보우소나루 정부 하에서 진정한 파시즘 운동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가능성도 많다. 예컨대 군부 독재가 다시 들어설 수도 있다.

위선적이게도 보우소나루는 노동자당의 부패에 맞선 중간계급 주도 운동의 지도자를 자처했다.

브라질연방대학의 연구원 사브리나 페르난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브라질 극우파 운동은 무엇보다 중간계급을 동원했다. 지우마 호세프 탄핵에 즈음해서 벌어진 운동은 특히 그랬다.”

보우소나루는 세르히우 모루 판사를 법무장관에 지명했다. 모루는 [노동자당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 수사 당시] 노동자당 전(前) 대통령 룰라를 수감한 인물이다.

모루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에 주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보우소나루는 공격을 늦추지 않을 것이며, 지지자들은 계속 운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운동 건설

보우소나루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점차 파시즘적인 방식으로 조직해야 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우소나루가 경제 보좌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영기업 147곳을 민영화한다면 노동자들은 저항할 것이다. 노동자 투쟁이 벌어진다면, 보우소나루는 군대를 동원해 파업을 분쇄하고 거리 시위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보우소나루가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파울로 구에데스는 보우소나루 정부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경제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피노체트는 1973년에 잔혹한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다.

그런 정책을 밀어붙이면 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격돌에서 보우소나루는 패배할 수도, 국가 폭력을 부추길 수도, 파시즘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보우소나루는 대선에서는 압승했지만, 의회에서는 고립돼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 보우소나루의 정당인 사회자유당(PSL)은 하원 의석을 기존의 1석에서 52석으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56석을 차지한 노동자당이 여전히 제1당이다.

이번 브라질 의회에는 역대 최다인 30개 정당이 저마다의 의제를 관철하려 쟁투를 벌일 것이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가 어느 정당과 연합을 맺든 그 연합은 매우 취약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우소나루는 프티부르주아의 대중적 파시즘 운동이 아니라 군부를 동원해 자기 의제를 관철하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우소나루는 군 장성들로 주변을 채우고 있다. 국방장관 지명자 아우구스토 헬레노는 군부 독재 종식 이후 최초의 군 출신 국방장관 지명자다.

부통령 당선인 해밀튼 모라우 역시 군 장성 출신이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자유당 국회의원 당선자 다수가 군 관련 이력이 있는 인사들이다.

보우소나루가 강세인 상파울루에서 사회자유당 후보 15명이 국회의원에 당선했는데, 그중 9명이 군 장교 출신이다.

대선 투표 전날 군대가 대학들을 침탈해 사람들을 체포하고 반파시즘 모임들을 해산시켰다. 군부는 [보우소나루 당선] 이전에도 브라질 사회에서 매우 강대한 기구였다.

노동자당 집권기에 군부의 힘은 더 강화됐다. 노동자당 정부는 국방비를 대폭 증액했다.

노동자당 정부는 브라질 군대를 아이티에 파병하기도 했다. 2004년 아이티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를 미국 특수부대가 납치해 추방한 후, 사후 뒤처리를 담당한 유엔군을 돕기 위해서였다.

[당시] 브라질 군대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빈민가를 습격해 수십 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 이런 자들이 현 보우소나루 정권의 핵심부에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파시스트 국가가 아니지만, 보우소나루 정부는 브라질과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위협이다.

보우소나루가 기어이 군부 독재로 회귀하더라도, 지난번 군부 독재가 대중 파업으로 무너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브라질 노동조합은 여전히 강력하고 보우소나루와 우파에 타격을 가할 잠재력이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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