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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환영: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의 성과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제269조 1항,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심판 대상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법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이 결정에 따라 현재의 낙태죄 처벌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돼야 한다.

낙태가 죄가 아님을 국가가 인정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투쟁에 함께한 모든 이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해 온 낙태죄 조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다고 여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늘 낙태죄 폐지가 훨씬 우세했다. 그래서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조차 대중의 낙태죄 폐지 염원을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대중 의식의 진보와 함께,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옹호하는 여성운동이 이번 결정이 나오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비웨이브,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이 임신중단 합법화, 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여 왔다. 올해는 민주노총도 낙태죄 폐지 집회를 공식 지지하고 참가했다.

노동자연대도 이런 운동에 적극 동참해 왔다. 일관되게 낙태권을 옹호해 왔고, 가톨릭교회의 반(反)낙태 운동에도 앞장서서 반대했다.

최근 몇 년 새 낙태 허용 여부가 국제적으로 쟁점이 돼 왔고, 특히 지난해 5월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낙태 금지법 폐지 측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도 고려됐을 것이다.

헌재 판결 직전, 〈노동자 연대〉는 헌법불합치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었는데, 돌아보건대 이는 달라진 현실, 달라진 대중의 의식과 염원이 사법기관에 압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다소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좋은 일이지만, 낙태죄 폐지와 여성의 낙태권 보장이 예정된 것은 아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앞으로 낙태 반대 운동을 거세게 벌일 것이다. 이들과 연계된 국회의원들은 꼼수 법안들을 발의할 수 있다. 기간과 사유 등에서 여러 제한을 두는 법안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심지어 낙태 반대론자들 일각에서는 여성의 처벌은 삭제하되 의사 처벌은 유지한다는 꼼수가 이미 거론된 적이 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낙태죄 폐지만이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가 여성의 권리로 보장될 조처들이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 없이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조처들은 당연히 미프진 등 낙태약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런 가시적 개선을 위해 낙태죄 폐지 운동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받는 낙태 전면 합법화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쟁의 제2라운드는 더 유리한 조건에서, 더 자신감 있게 시작하게 됐다. 더욱 힘을 모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함께 투쟁해 나가자.

2019년 4월 12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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