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당일(4월 11일), 저녁 7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환영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700여 명이 모여 기쁨을 나눴다. 대학생이나 노동자로 보이는 20~30대 여성들이 많았다. 젊은 남성들,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한 중년 여성들, 청소년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여성단체들과 진보 정당들의 여성위원회, 좌파 단체, 동아리 등에서도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구호와 발언들이 이어졌다. “낙태죄는 폐지됐다, 우리가 승리했다!”, “우리가 시작했다, 낙태죄 없는 세상!” 등의 구호를 외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참가자들은 신나는 노래를 따라 다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낙태죄 폐지를 기념하는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페이스페인팅 이벤트에도 길게 줄을 섰다.
발언자들은 그동안 한국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와 활동이 이어졌음을 언급하며 오늘의 선고가 “헌법재판소가 그냥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쟁취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동에 함께 해 온 참가자들을 서로 격려했다.
한편, 오늘의 선고가 낙태죄 폐지 운동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지적하는 발언들도 있었다.
꾸준히 낙태죄 폐지 집회에 참가했다고 소개한 한 시민은 “오늘 승리의 기쁨은 누리겠지만 향후 정부 부처의 법 개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놓치지 않고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위헌소송 대리인단의 천지선 변호사는 앞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법률[형법 269조와 270조 및 모자보건법]을 대체할 “후속 법령들은 여성의 재생산권,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진보연대 김진영 씨는 ‘낙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 등을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나고서도 자리에 남아 노래를 부르고, 기념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여성의 낙태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