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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기업 한화토탈 노동자들, 혹심한 탄압에도 기본급 인상 위해 싸우다

석유화학기업인 한화토탈의 노동자들이 ‘억대 연봉’, ‘귀족 노조’ 공격에 굴하지 않고 3주 넘게 전면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실적에 비해 낮은 임금, 기본급 비중이 낮은 열악한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다. 파업 노동자들은 이탈자 없이 매일 공장 안에서 집회를 열면서 결속과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천안에서 열린 5월 1일 세계 노동절 집회에도 대거 참가해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고, 대열 선두에서 힘차게 행진했다.

5월 15일에도 서산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주최로 연대 집회가 열렸다. 같은 대산 공단 내 화학 공장 노조들과 충남지역 플랜트건설노조, 자동차판매연대노조 등 15개 노조와 단체 등 1000여 명 이상이 참가했다.

같은 공단 내 화학 공장 노동자들과 지역 노조의 연대가 돋보였다 5월 15일 서산시청 앞 연대집회 ⓒ박충범

새 발의 피

5월 13일 2차 상경 집회에서 맹진석 한화토탈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화는 5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단기 순이익의 75퍼센트를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한다. 그러나 인건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2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한화토탈 사측은 벌어들이는 수익에 견줘 ‘새 발의 피’ 수준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5월 14일 교섭에서 사측은 기존 안에서 고작 0.1퍼센트 인상한 안을 제시했다! 협상은 결렬됐고, 투쟁 중인 노동자들은 “우리를 농락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분노했다.

특히 내년은 한화가 삼성토탈을 인수한 지 5년째 되는 해로, 고용·노동조건 등을 유지하기로 한 기간이 만료되는 때다. 여러모로 사측의 공격이 예고되고 있다.

사측은 노동조합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탄압했다. 노조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각종 권리를 무시했다. 현장 감시와 통제도 강화하려 했다.

파업 중에도 협정근로(공공부문의 필수 유지 업무 같은 것)자를 임의로 선정해 현장에 복귀하라고 협박하고, 바리케이드와 쇠사슬로 공장 내 행진과 집회를 방해하면서 노조를 도발했다.

이런 노조 탄압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한화가 삼성에게서 동시에 인수한 회사 4곳 가운데 노조가 없거나 약한 곳은 모두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빠졌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노조 탄압에 분노하는 이유다.

위험한 공장 가동 강행하는 사측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면 자칫 대형 참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측은 파업을 무력화하려고 정기 보수 후 공장 재가동을 강행하려 한다.

숙련되지 않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보수·점검을 졸속으로 해치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파업 다음 날인 4월 26일 잔류 가스 폭발로 발생한 사고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 줬다.

사측은 파업 노동자 탓을 하며 “안전” 운운한다. 그러나 돈벌이를 앞세우며 안전을 내팽개치는 행태를 보여 온 곳은 바로 한화 사측이다.

지난해 사측은 폭발 사고를 내고도 은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름 탱크가 밀집한 공단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섬뜩한 장면이 4개월이나 숨겨졌다가 폭로됐다.

그룹사인 대전 한화 방산 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연달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를 포함한 젊은 노동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남도와 서산시도 공장 재가동 전 안전 점검을 요구하는 한화토탈 노조와 지역 노동·시민 단체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산업재해로 이미 악명 높다.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가 충남도에 있고, 그 사망 직후 한솔제지 충남 장항 공장에서도 같은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2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지역에는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도 있다. 화학 공장이 밀집한 서산시 대산 공단에서도 가스 폭발 사고가 빈번하다.

3월 7일 충남도지사 양승조는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를 만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산시장 맹정호는 1급 발암 물질인 페놀 유출 사고(4월 18일) 이후 “사고를 대하는 인식과 대처하는 방안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한화토탈 사측의 공장 재가동을 방관한다면, 이것이 노동자와 주민들의 생명을 걸고 한 거짓부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파업 무력화 중단하라

파업 초기에 사측은 ‘2000억, 3000억 원 손해 봐도 회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둥 파업이 별 효과가 없으리라고 뜬소문을 퍼뜨렸다. 파업 대오를 흔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바람과는 달리 파업 대오는 단단히 유지됐고, 전면 파업이 이어질수록 사측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김수환 한화토탈노조 후생복지부장은 전면적 공장 재가동이 지연되면서 사측이 입은 손실은 최소 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고되는 불황에 대비해, 이윤을 지키고 노사 세력 관계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사측의 버티기도 결코 만만치 않다.

사측은 정기 보수 기간부터 파업 중인 지금까지 멈춰 있는 나프타 분해 공장(NCC) 재가동을 엿보고 있다. 원료를 만들어 내는 이 공장이 멈추면 다른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이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고숙련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 중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미숙련·일반직 대체인력으로 그 일을 하려 한다. 지금도 대체인력 노동자들은 원래 4조 3교대로 하는 업무를 맞교대로 하면서 집에 가지도 못한 채 과도한 노동시간·강도에 시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한화토탈노조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화학섬유연맹 등은 5월 15일 고용노동부 서산 출장소를 방문해 공장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위험 요소들에 대한 행정 조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즉각 응답해야 할 것이다.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연대

한화토탈 노동자들을 방어해 준 고마운 손길은 민주당 지자체가 아니라 같은 공장 안에서 일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들로부터 왔다.

4월 26일 사고 직후 충남지역 플랜트건설노조는 즉각 사측을 비판하고 한화토탈 노동자들을 방어하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측의 작업 지시를 거부하라고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가스 제거 작업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이 작업이 미흡해서 나는 사고가 가장 많다.

그런데 가스 제거 작업은 숙련된 한화토탈 노동자들과 협력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측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 대신 투입한 인력은 숙련돼 있지 않은 데다 수도 부족하다.

사고 당시 한화토탈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한 플랜트건설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은 5조 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그렇다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 그거 주기 싫다고 버티면서 대체인력을 투입해서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나 같은 일용직 플랜트 노동자에게 온다. ...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꼭 이기면 좋겠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거대 자본과 싸우는 노동자들이다.”

연대가 확대돼야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업계 자본가들은 오르내리는 유가와 영업 성과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기본급은 낮게, 성과급 비중은 높게 유지해 온 것이다.

석유화학업계 빅3(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지난해 업황이 어두워지자 곧바로 성과급을 축소했다.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에서는 이럴 때 임금이 큰 폭으로 삭감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토탈 파업이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단호한 투쟁에 나서자 석유화학업계 자본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몇몇 언론들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석유화학 업계가 투쟁 확산을 염려한다고 보도했다. 한화토탈 사측이 동종업계 자본가들 눈치를 보며 쉽사리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이유다.

이것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투쟁이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승리가 동종업계, 더 나아가 다른 많은 노동자들의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슷한 조건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기 일처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대는 확대·발전돼야 한다. 동종업종과 지역 노조들, 더 나아가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연대가 절실하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무할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승리를 위해 지지와 관심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