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 노동자들이 4월 25일부터 전면 파업을 하고 있다. 3월 말에 5일간 시한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전체 조합원 900여 명 가운데 협정근로(단협으로 쟁의 행위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것)로 지정된 조합원을 제외한 750여 명이 매일 공장(충남 서산군 대산읍) 안에서 집회를 열고, 100만 평이 넘는 공장 안을 기세 좋게 행진하며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장이 정기 보수를 마치고 재가동해야 하는 시점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석유화학업체 특성상 하루라도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사측이 수백억 원을 손해 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노조는 이미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사측이 무리하게 재가동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전면 파업 둘째 날인 4월 26일에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노동자들이 파업 중인 때에 사측이 무리하게 재가동하려고 하면 언제든지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투쟁 강도를 높이며 또다시 파업에 나선 것은 실적에 비해 낮은 임금, 기본급은 낮고 성과급 비중은 높은 열악한 임금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다.
3월 말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시한부 파업에 돌입하자, 경제지를 포함한 보수 언론들은 “억대 연봉 받으면서 임금 더 달라”고 한다며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한화그룹이 삼성토탈을 인수한 이후, 한화토탈은 매년 막대한 실적을 올려 왔다. 5년간 영업이익이 5조 원이나 된다. 석유화학업계 호황 시기인 2016년과 2017년에는 연속으로 1조 5000억 원가량을 벌었고, 불황으로 접어든 2018년에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섰다. 한화토탈이 한화그룹의 복덩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런 막대한 수익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다. “정기 보수 기간에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2,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월 300시간에서 340시간까지 일해야 했습니다.”(김수환 노조 후생복지부장)
그런데 한화토탈 임금 체계는 성과급 비중이 35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높다. 게다가 회사 영업이익이 7000억 원으로 떨어지면 성과급은 제로가 된다고 한다. 석유화학업계 업황이 나빠지고 있으니, 조만간 임금이 3분의 1 이상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파업 찬성률이 86.2퍼센트로 높게 나온 까닭이다.
게다가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온 것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사측은 단협상 통보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의원 대회, 노조 수련회 참가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겠다는 둥 협박을 했고, 수련회를 위해 섭외해 둔 버스를 회사가 개입해 못 쓰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노조 상급단체 출입조차 막기도 했다.
회사의 협박은 파업 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협정근로 숫자를 부풀려, 노조와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불법’, ‘손배소 청구’를 운운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 활동까지 방해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부터 불황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처를 한국에 적용하기로 한 것도 사측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란산 원유는 싸고 질이 좋아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이득을 줬다. 그러나 앞으로 더 비싼 다른 나라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면 수익이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는 고정급 임금 인상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한화토탈 조합원 대다수는 매일 진행되는 파업 집회와 행진에 열의 있게 참가하고 있다. 4월 29일에 한화 본사 앞 상경 투쟁을 하고, 5월 1일에는 천안에서 열릴 세종충남 세계 노동절 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임금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우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동시에 연대와 지지가 확대돼야 승리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