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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노동자들, 19일째 단호한 전면 파업 중
노조 무시 말고 임금 인상하라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억대 연봉’, ‘귀족 노조’ 공격에 굴하지 않고, 3주 가까이 전면 파업을 단호하게 이어 가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이탈자 없이 매일 공장 안에서 집회를 열고, 체육 대회도 하는 등 결속과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천안에서 열린 5월 1일 세계 노동절 집회에도 대거 참가해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고, 대열 선두에서 힘차게 행진했다.

5조 원 벌어 줬다, 노동자 몫을 달라

한화토탈은 지난 5년간 5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돈을 벌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 낸 수익이다. 그런데도 그 몫의 일부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냉혹하다.

노조 집행부가 두 차례 임금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사측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노조가 임금 인상안을 낮췄지만 회사 태도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자신들의 안을 고수하면서, 우리더러 더 낮은 안을 가져오라고 합니다.”(한화토탈 노조 후생복지부장)

“한화토탈의 최대 실적은 노동자들의 피땀” ⓒ이미진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업계 자본가들은 오르내리는 유가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기본급은 낮게, 성과급은 높게 유지해 온 것이다.

빅3(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지난해 업황이 어두워지자 곧바로 성과급을 축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 떨어졌으니, 임금이 더 큰 폭으로 삭감될 수 있다.

특히 내년은 한화가 삼성토탈을 인수한 지 5년째 되는 해로, 고용·노동조건 등을 유지하기로 한 기간이 만료된다. 여러모로 공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 탄압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노동조합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사사건건 방해하고 각종 권리를 무시했다. 현장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강화하려 한다.

협정근로(공공부문의 필수 유지 업무 같은 것)자를 임의로 선정해 현장 복귀를 협박하고, 바리케이드와 쇠사슬로 공장 내 행진과 집회를 방해하면서 노조를 도발했다.

이러한 노조 탄압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한화가 삼성으로부터 동시에 인수한 4개 회사 가운데 노조가 없거나 약한 곳은 모두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이 나빠졌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노조 탄압에 분노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토탈 사측은 올해 825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측은 2017~2020년 1조 43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토탈과 함께 공장 증설에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공장에 쓸 돈은 있어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 개선에 쓸 돈은 없다는 것인가?

한편, 충남도와 서산시는 이런 투자 유치를 환영하며 한화토탈에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3주 가까이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시종일관 무관심하면서 말이다.

서산시는 공장 재가동 전 안전 점검을 요구하는 한화토탈 노조와 지역 노동·시민 단체의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돈벌이에 눈멀어 내팽개친 안전

사측이 돈벌이에 눈멀어 내팽개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자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사측은 파업을 무력화하려고 정기 보수 후 공장 재가동을 강행했다. 숙련되지 않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보수·점검을 졸속으로 해치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4월 26일 서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 줬다.

사측은 파업한 노동자 탓을 하며 “안전” 운운한다. 하지만 사측은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지난해 사측은 폭발 사고를 내고도 은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름 탱크가 밀집한 공단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섬뜩한 장면이 4개월이나 숨겨졌다가 폭로됐다.

그룹사인 대전 한화 방산 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연달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를 포함한 젊은 노동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측의 공장 재가동 강행 시도는 파업 파괴 행위인 동시에, 노동자와 주민들의 생명도 위협하는 행위다.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연대

4월 26일 사고가 발생한 뒤 서산 지역 노동·시민 단체들은 즉각 한화토탈 노동자 투쟁을 방어하고 사측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화토탈 사측은 주민들과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공장 재가동을 즉각 중단하라.” 이들은 공장 주변에 현수막도 걸었다.

특히, 공장에서 정비 업무를 하면서 안전 사고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이 한화토탈 노동자들에게 연대했다.

충남지역 플랜트건설노조는 사측을 비판하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4월 26일 사고 당시 한화토탈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한 플랜트건설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은 5조가 넘는 이익을 남겼다. 그렇다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 그거 주기 싫다고 버티면서 대체인력을 투입해서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나 같은 일용직 플랜트 노동자에게 온다. ...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꼭 이기면 좋겠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거대 자본과 싸우는 노동자들이다.”

한화토탈 투쟁의 파급력

몇몇 언론들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석유화학 업계가 투쟁 확산을 염려한다고 보도했다. 한화토탈 사측이 동종업계 자본가들 눈치를 보며 쉽사리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이유다.

이것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투쟁이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슷한 조건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기 일처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5월 15일 서산 시청 앞에서 연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화섬연맹 세종충남본부도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단호한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한화토탈 노동자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승리는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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