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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노조의 위험 경고 무시한 사측의 이윤 몰이가 원인이다

노동자와 주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돈벌이 중단하라 5월 17일 유증기 유출 사고 현장 ⓒ한화토탈 노동조합 제공
서산시에 있는 석유화학기업 한화토탈 공장에서 유증기 대량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는 17일에 한 번, 18일에 또 한 번 일어났고 최소 100톤의 유증기가 대기 중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1일 오전 9시 기준 무려 703명이 구토와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환경부 발표). 현재는 1000명 이상이라는 보도가 있다.

사측은 1차 사고 직후 “(유증기에서) 유독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협력업체 노동자와 플랜트건설 노동자, 인근 공장 노동자들이 응급실로 후송될 지경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18일 새벽에 발생한 2차 사고는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다 들통났다.

환경부 합동방재센터도 “대기 중 오염도가 기준치 이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수백 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단 말인가? 애초 기준치가 문제라는 말밖에 안 된다.

초기에 환경부는 단지 악취 때문에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유출된 유증기의 90퍼센트는 ‘스티렌 모노머’라는 스티로폼의 원료다. 사측이 직접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만 봐도 이 물질은 발암, 유전적 결함, 심한 눈 손상 등 8가지 건강 유해성을 유발한다.

한화토탈 공장을 비롯해 석유화학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서산시 대산 공단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난다. 오늘(5월 22일) 오전 10시 20분경에는 한화토탈 공장 내에 있는 협력업체 그린케미칼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돼 전 공장 노동자들이 대피했다. 유증기 유출 이후 나흘만이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단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유독 가스에 질식해서 다 죽어야 대책을 세울 것이냐”, “맹정호 [서산]시장 안일함에 짜증이 난다!”

노동자가 나눠 져야 할 책임 없다

이번 사고는 노동자 파업 중 사측이 투입한 사내 일반직 대체인력의 미숙한 탱크 조작과 뒤늦은 위험 감지로 인해 일어났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5월 22일 현재 28일째 전면 파업을 하고 있다.

기업주들을 비호하는 〈한국경제〉는 연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파업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고연봉 노동자들이 ‘배부른 파업’을 벌여서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학용(자유한국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강성 노조의 비정상적인 파업 문화” 운운하며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개악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파업 파괴 행위인 대체인력 채용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맹정호 서산시장은 사측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노동자들을 향해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양보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고에 조금치도 책임이 없다.

노조는 대체인력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줄기차게 경고해 왔다. 노조는 오히려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말라며 싸워 왔다.

그러나 사측은 이 경고를 깡그리 무시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돈벌이를 지속하려고 일반직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장 가동을 강행했다.

고용노동부나 서산시 지방정부도 노조의 경고를 무시해 왔다. 특히 맹정호 서산시장은 그간 파업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반면, 한화토탈 사측의 새로운 대규모 공장 증설 투자 계획에는 즉각 환영했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노동자들더러 사고의 책임지라는 것인가? 이는 서산시의 책임과 주민들의 불만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밖에 안 된다.

노동자들은 더 물러설 곳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승리야말로 노동자·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옳은 길이다.

임금 삭감 위협에 맞선 파업, 지극히 정당하다

사측과 보수 언론들은 ‘억대 연봉’ 노동자 운운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수십, 수백억대 연봉을 받는다.

한화토탈 등기임원들은 1인당 연봉이 약 33억 원이다. ‘조폭 재벌’ 회장 김승연은 2013년 연봉으로 331억 원을 받았고 2014년엔 계열사 4곳의 퇴직금으로 179억 원을 받았다.

진짜 ‘배 부른’ 자들은 누구인가? 일하지 않는 자들은 이렇게 많이 가져가는데, 왜 공장에서 죽어라 일하며 피땀 흘린 노동자들은 ‘배 부르면’ 안 된단 말인가?

엄청난 연봉 격차 자본가들은 '억대'가 아니라 '수십 수백억대' 연봉을 받는다

사측은 지난 5년간 수익을 5조 원이나 거둬들였다. 곳간에 쌓아 둔 사내유보금은 2019년 3월 기준 3조 4000억 원이나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토탈 사측은 올해 825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 수준(1년에 약 65억 원)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무엇보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한화토탈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는 고정급(기본급)이 낮고 변동급(성과급)이 30퍼센트나 된다. 예컨대 29년간 일한 한 노동자의 기본급은 4000만 원에 불과하다. 월급으로 치면 350만 원 남짓이다. 나머지는 초과해서 일하고, 밤에 안 자고 일하고, 쉬는 날 없이 교대 근무를 해서 받은 수당과 성과급이다.

성과급을 최대치로 받아야 연봉이 1억 원을 넘는데 이것은 최근 3년간 이례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 이전에는 성과급이 ‘제로’일 때도 많았다.

문제는 사측이 올해 영업 성과를 7000억~8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낮춰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임금이 30퍼센트 깎이게 생긴 것이다.

한화토탈은 LG화학 등 동종사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기 때문에, 똑같이 석유화학 업황이 안 좋아도 한화토탈 노동자들은 더 큰 폭으로 임금 삭감을 강요당할 수 있다.

현재 사측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액의 몇 배나 되는 손실을 입으면서도 한사코 양보하지 않고 있다. 이 싸움이 단지 올해 임금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임금 공격과 노사간 세력관계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전면 파업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도 정당하다.

사측은 돈벌이에 눈먼 위험천만한 공장 가동과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하라. 그리고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라.

한편,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일부 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독이 시행된다고 사고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공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계획도 아니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 한화토탈 공장 안에서만 파업 기간에 4차례 사고가 났다.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는 공장 전체에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한화토탈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자. 사측에 대한 공분이 높고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때,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조직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