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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인터뷰 :
“김용균 1주기,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는 12월 10일은 발전소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다 스물네 살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의 1주기다. 죽음의 진상은 규명됐지만, 고인을 사망케 한 외주화의 철회와 발전사 기업주 등 책임자 처벌,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용균의 동료들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 11일부터 광화문에서 1년 전 그대로인 죽음의 발전소를 바꾸고, 문재인 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2일 현재] 92개 단체들이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를 결성하고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1주기 추모 주간을 진행 중이다. 12월 7일(토)에는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가 열린다.

발전 비정규직 농성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이태성 간사 ⓒ이정원

곧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입니다.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투쟁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좋은 평가를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약속했던 정규직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특조위는 다른 특조위와는 다르게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들었는데요, 그만큼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강제할 수 있고,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국민적 관심도 컸기 때문에 ‘설마 [문재인 정부가] 이것마저 배신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특조위를 만든 이유가 ‘국민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 끌기였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계속 죽어 나가는 집배원, 조선소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여러 조사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국민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않았나 싶어요. 권고안을 냈는데 이행도 안 한다면 특조위 같은 걸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김용균] 특조위의 핵심 골자는 이렇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것을 해결하려면 노동자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인 직접고용 형태가 가장 낫다. 그리고 노무비를 [하청업체가 착복하지 말고] 노동자들에게 100퍼센트 지급해야 한다. 또, 1급 발암물질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여러 가지 법적 조항을 바꿔서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

발전소 노동자들만을 위한 권고안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위한 권고안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정부가 단기·중기·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요.

바뀌지 않고 있는 발전소 현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발전사가 유일하게 한 것은 [1급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 폭로된 뒤] 마스크를 바꿔 준 것밖에 없는데, 그 마스크마저도 바뀌지 않은 곳들이 있어요. 원청은 ‘정산해 줄 테니까 특급 마스크 써’ 이렇게 공문 하나 보내면 그만이에요. 그러면 하청업체는 ‘마스크 재고가 남아 있으니까 그 재고 다 쓰고 특급 마스크로 바꿔 줄게’ 하고 있어요. 원청은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지급됐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니예요? 그것이 원청의 책임 강화 아닌가요?

김용균 사망 후 2인 1조 운영을 위해 인원이 1차로 170명 정도 늘었어요. 노조는 490명이 더 충원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1차] 이후로는 투입되는 인원이 하나도 없어요. 결국은 돈이 드니까 안 하는 거에요. [정부와 사측이] 의지가 없다고 봐요. 노동자를 여전히 소모품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려고 하지 않아요.

저희가 더 잘 싸워야죠. [김용균] 1주기를 맞이해서 발전소 현장이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걸, 문재인 정부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려 합니다.

죽음의 외주화 철회, 발전사 기업주 처벌,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용균 1주기를 앞두고 광화문에 차려진 분향소 ⓒ이미진

정부는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늘었습니다.

〈경향신문〉이 이번에 우리 사회에 큰 물음을 던졌죠. 하루에 노동자 3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발전소 노동자들은 아침에 서로 이런 얘기를 해요. ‘오늘도 안전하게 일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 이게 우리들끼리의 인사예요.

또, 이런 얘기도 있어요. 어느 날부턴가 부인이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얼굴을 꼭 보면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한다는 거예요. 부인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했는데, 오늘 식사가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저녁에 못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예요. 엄청 슬픈 얘기죠. 그렇게 자식들 얼굴을 보고 출근하고.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노동자 1692명이 죽었다잖아요? 우리가 왜 그런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산재 사망자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나머지 반은 죽어도 된다는 거예요? 이미 죽을 걸 알고 있으니 반이라도 줄이겠다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노동자의 안전을 얼마나 경시하는지를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이 꼭 필요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화·법령화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았잖아요. 정부는 하위법령이나 대통령령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저희한테 거짓말한 겁니다. 그렇게 얘기해 놓고는 결국은 [산안법 하위법령을] 더 후퇴시키고.

노동시간 단축도 마찬가지에요. 주 52시간 상한제도 노동개악으로 없애려 하고요.

지금 발전소 교대근무의 경우에도 인력 충원이 잘 안 되니까 휴가를 못 내요. 인원이 많으면 휴가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데, 원청인 발전사는 인력을 좀 충원해서 해결하는데 하청업체[에 속해 있는] 저희는 아직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는 어떤 상태인가요?

정부가 정규직화에 대한 대책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어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 들어가 보면,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뻔해요. 산업통상자원부나 발전사 원·하청 업체들의 저항이 거세요.

그러니까 그냥 자회사로 가라고 해요. 그런데 자회사가 발전사와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자기결정권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자회사가 아니면 사실상 무늬만 정규직인 거죠. [2월 5일 정부·여당이 발표한 대책(자회사 방안)은]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들어 직접고용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여전히 원·하청의 구조가 똑같아요.

고 김용균 1주기를 맞아 12월 7일(토)에 추모 대회가 열립니다.

지난 겨울,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반쪽 짜리지만 산안법도 28년 만에 개정됐고 수많은 대책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대책들이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어 투쟁을 합니다.

[1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세요. 12월 7일에 1주기 추모 집회가 있습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이 와 주신다면, 저희도 이 싸움 더 열심히 잘 해서 발전소가 죽음의 외주화 사업장이 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촛불행진

일시: 12월 7일(토) 오후 5시

장소: 서울 종각역 네거리

주최: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 추모대회 후 청와대 방면으로 촛불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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