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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특조위 권고 이행조차 거부:
외주화 지속하고 직접고용 거부한 문재인 정부

정부와 민주당은 오늘(12월 12일) 오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고 김용균 사망 1주기 이틀 뒤이자 특조위 권고안 발표 4달만이다. 당정은 이번 대책을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반복되는 산재의 근본 원인인 민영화·외주화를 지속하고 직접고용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 되풀이에 불과했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진 특조위가 제시한 권고안 22개 중 첫 번째는 직접고용 정규직화였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발전 공기업 5사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사상자 중 97.6퍼센트(326명)가 하청 노동자였다. 사망자 20명도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 통계가 보여 주듯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는 고용 문제와 매우 밀접하다.

그런데 정부는 외주화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2월 5일 발표했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즉,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한전 또는 발전사의 자회사를 만들고, 경상정비 분야는 지금처럼 민간 개방 경쟁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의 이윤 확보와 경쟁 체제의 유지를 근거로 들었다. “민간 업체의 파산 ... 발전 산업 경쟁 체제 축소로 기술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이윤

정부는 특조위 권고안인 산업안전보건법 재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공허한 말로 회피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인 개정 산안법은 도급(외주화) 금지 대상이 극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할 수 없다.

한편, 특조위는 발전소에 1급 발암 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청 노동자 30만 명이 이 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업무를 외주화 금지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한다. “향후 호흡기 질환 발생‧정도의 심각성 등을 지속 확인‧점검”하겠다는 공염불만 읊었다.

발전사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발전사가 실행한 대책은 3000원짜리 특급 마스크 지급 뿐이었다. 심지어 이마저도 일부 하청업체들은 기존에 쓰던 마스크 재고가 남았다며 특급 마스크 지급을 미뤄 왔다. 그러나 발전사는 이런 하청업체들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짐짓 모른 체하며 “특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대단한 성과인 양 말했다.

또, “개정 산안법에서 사업주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고도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처벌의 하한형이 도입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상한선이 높아져도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이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외면하고 있다.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 책임자들이 여태껏 처벌받지 않은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인 1조에 따른 인력 충원 문제에서도 정부는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아직도 컨베이어 벨트 등 위험한 업무에 노동자가 홀로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 종료되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3월 “노사 합의를 거쳐 위험 작업 기준을 확정하고 2인 1조·교대제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조위는 이미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49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시간 끌지 말고 즉각 필요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솜방망이

하청업체의 노무비(인건비) 착복 문제도 외주화의 심각한 폐해였다. 고 김용균은 탄광 같은 열악한 현장에서 주야 4조 2교대로 일했다. 그러나 노무비 착복으로 160만 원이나 빼앗겼다. 결국 실제 월급은 240만 원에 불과했다.

하청업체의 노무비 착복으로 하청업체는 그간 노무비의 39~53퍼센트를 착복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해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임금 수준은 제시하지 않아 처우가 얼마나 개선될지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정부는 2월에도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노무비를 삭감 없이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0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아 왔다.

요컨대 정부의 이번 방안은 민영화·외주화 철회,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죽음의 발전소’를 막기 위한 핵심을 모두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기존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우원식은 “직접고용 권고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정 이행 계획을 부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주 52시간제 시행 유예에 이어, 발전소 외주화 철회와 직접고용을 거부한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이윤 보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완전히 내팽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