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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또 사망: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재명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다

6년 전 김용균이 쓰러진 그곳에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진 하청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 ⓒ이미진

6월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50세) 사망 사고는 2018년 12월 김용균 씨(24세) 죽음 이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비극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서부발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이후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인 1조 근무 원칙, 발전사 하청 노동자 원청 직접고용, 인력 충원 등을 권고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와 발전사들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반노동적인 윤석열 정부는 아예 무시했다. 그 결과 김용균 씨 죽음 이후 6년간 발전소의 안전은 실질적 개선이 없었다.

김용균 씨 사망 사고 당시부터 외주화가 노동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달았지만, 정부와 발전사들에게 노동자들의 목숨은 관심 밖이었다. 발전소 산업재해 사고는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발전 공기업 5사 산재 발생 현황을 보면, 산재를 당한 237명 중 사망자 5명이 모두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부상자 232명 중 하청 노동자가 193명(83.2퍼센트)이었다.

당시 특조위의 권고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소중한 생명이 쓰러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충현 씨 사망은 정부와 발전사에 의한 “타살”이라고 울부짖는 이유다.

김충현 씨 사고 양상과 원인, 이에 대한 사용자 측의 책임 회피는 김용균 씨 때와 매우 흡사하다.

두 노동자 모두 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참혹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를 다루는 위험 업무인데도 혼자서 근무해야 했고, 작업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기계 주위에 노동자를 보호하는 설비나 장치도 부재했다.

사고 당시 김충현 씨가 했던 선반(금속, 나무, 돌 따위를 회전시켜서 갈거나 파내거나 도려내는 데 쓰는 공작 기계) 작업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조업 사망 사고 10대 작업으로 꼽을 정도로 위험한 공정이다. 그러나 해당 기계 주위엔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호 장치가 없었다.

비상 정지 버튼을 눌러 줄 사람도 없었다. 발전사들은 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분통 터지게도 사고 직후 사용자 측은 이번에도 노동자 과실로 몰아갔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다.

김충현 씨는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1차 하청업체)에 정비 업무를 맡겼고 한전KPS는 다시 한국파워O&M에 2차 하청을 줬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충현 씨가 해당 작업을 ‘임의’로 했다며 회사가 시킨 일이 아니라고 했고, 한전KPS는 김충현 씨의 작업에 대한 ‘오더(지시)가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김충현 씨가 사고 당일 작성한 ‘작업 전 안전회의 일지’에 한전KPS 직원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한전KPS는 사망 사고로 인해 발전 생산에 타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파급 피해·영향 없음”). 사용자들에겐 노동자 생명보다 발전소 가동이 우선인 것이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윤 증대)을 위해 정부와 발전사들이 추진한 외주화가 두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이 다시금 밝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약속 배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약속한 대책을 이행하지 않은 민주당에 책임을 물으며 이제는 이재명 정부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추모제를 마친 고인의 동료들과 유가족이 영정 사진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사고 다음 날부터 태안에서 추모 문화제가 시작됐고, 6월 6일엔 서울역 인근에서 추모 집회가 진행됐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태안화력발전소이며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들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김용균이 죽은 자리에서, 김충현이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서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첫 번째도 민생, 두 번째도 민생, 세 번째도 민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가 진짜 민생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김용균]특조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던 [당시 여]당이 지금의 민주당”이라며 약속 이행을 눈물로 촉구했다.

“그때 했던 약속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고 김충현 님의 죽음으로 우리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애고, 정규직화와 위험한 일은 2인 1조 근무하기로 한 정부의 약속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입니까!”

국회부의장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집회 연단에 올라 발언을 시작하자, 몇몇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내가 김충현이다”를 외치며 항의했다. 약속을 외면한 민주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김용균 죽음 후 약속만 지켰어도”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추모제 참가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김충현 씨의 동료였던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장은 고인이 생전에 《이재명과 기본소득》 책을 읽었다며, “새 정부는 김충현 동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충현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했다.

김충현 씨 사고 다음 날 당시 후보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 글에서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저 이재명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밝혔다. 신속하고 제대로 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발전비정규직연대는 “정부가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시” 파업 등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충현 씨 죽음에 대한 추모와 공분이 큰 상황에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호히 투쟁에 나서 “죽음의 발전소를 끝장”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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