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죽음 잊지말자”면서:
너덜너덜 산안법 시행령 통과시키다
〈노동자 연대〉 구독
12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산안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은 개정 산안법이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의미 있는 법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산안법 시행령은 안 그래도 보잘것없던 법안을 한층 더 후퇴시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원래도 제한적이었던 ‘위험의 외주화’ 금지 범위를 4가지 화학 물질과 관련된 설비의 개조 또는 해체 작업만으로 또 축소시켰다.
게다가 기업주가 해당 물질을 제거했다는 자료를 제출하면 외주화를 허용해 주기로 했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것의 적용 대상 또한 이것저것 ‘제외’ 투성이다.
시행규칙에서는 작업중지를 졸속으로 풀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주말 포함 4일 이내에 해제심의위원회를 열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미 산안법 자체에서 전면 작업중지 원칙을 부분 중지로 후퇴시켰는데 말이다.
문재인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김용균 특조위의 22개 권고안에 대해, 정부 부처들이 대책 이행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일주일 전 정부·여당은 민간 기업들의 이윤 확보와 경쟁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며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의 핵심인 외주화 금지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거부했다.
이처럼 고 김용균의 죽음 이후 정부가 한 일은 온통 책임 회피였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고 김용균의 죽음을 잊지 말자”느니 “[안전은] 비용의 낭비가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느니 위선과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산재 지옥 여전
한편, 문재인은 “지난해부터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망 사고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색낼 수준이 결코 못 된다.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2019년 1~9월 산재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산재 사망자 수는 6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63명 줄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이 광업 노동자다.
그러나 광업의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망 노동자 수)은 여전히 29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평균은 0.85였다.
무엇보다 산재 사고 사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서는 사망자가 6명 늘었다. 올해 9월까지만 건설 노동자 4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조업에서도 사고 사망자는 17명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업 노동자가 6명 늘어 총 25명이 사망했다.
사망만 봐선 안 된다. 사망자를 포함한 전체 재해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0명이 늘었다.
또, 사고 외에 질병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57명 늘어났다. 특히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386명이었다.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중독으로 사망한 노동자도 증가했다.
국무회의 직후 민주노총은 정부를 규탄하며, 현장을 바꾸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 말처럼 산안법 시행령 후퇴와 노동개악에 맞서 위선적인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