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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대화재로 생지옥이 된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이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해안을 강타하며 “종말론적” 풍경이 대륙 전역을 휩쓸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시드니, 멜버른 등 대표 도시들이 속한] 뉴사우스웨일스·빅토리아 두 주(州) 전역에서 전에 없던 대규모 대피 작전이 벌어져 주민과 관광객 수만 명이 피신했다.

12월 31일 빅토리아 해안 도시 말라쿠타에서는 주민과 발이 묶인 관광객 약 4000명에게 해변으로 피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그들은 사이렌이 울리면 바다로 뛰어들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1월 3일에 그중 약 1000명이 해군 함정을 타고 대피했다.

몇 달 동안 전례 없는 산불로 적어도 2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서만 산불이 약 200건 발생했고, 다른 주들도 진화에 애쓰고 있다. 여러 불길이 한데 합쳐지면서 화마가 커지기도 한다.

기후 위기가 부른 재난 이번 화재로 서울 면적의 100배 넓이의 땅이 전소했다 ⓒ출처 유럽우주국(ESA)

빅토리아주 소방청장 스티브 워링턴은 화재 피해가 극심한 다수 지역에 소방관들이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몇몇 지역들에는 소방차조차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화재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요.”

서울 면적 100배 전소

웨일스 전체 면적의 3배[서울 면적의 100배]에 가까운 600만 헥타르가 전소했으며 건물은 적어도 1200채가 불탔다고 추정된다. 몇몇 소도시는 사실상 완전히 파괴됐다.

이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1월 4일에도 날씨는 “극심한 대규모 화재가 벌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이 기사는 1월 3일에 쓰였다].

1월 3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 7일에 걸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소방대의 통제력과 권한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불길이 잡히는 데에 최대 2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내다 본다.

수도 캔버라는 대기오염 수준이 ‘유해’ 기준치보다 21배나 높다. 연기는 뉴질랜드 남섬 대부분을 뒤덮을 만큼 멀리까지 퍼졌다.

당국은 화재 위험이 큰 지역의 주민들에게 제때 알아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도움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소방청 부청장 롭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계속 남겠다면 그건 본인들 책임입니다.”

“신고를 해도 소방차가 바로 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고, 한동안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피해야겠다는 마음을 너무 늦게 먹는 것만큼 나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식수 고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해변이나 전소된 구역에 있는 대피소로 내몰린 사람들도 있다.

여러 도시들에서 식수가 고갈됐고, 수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시드니 교외 도시 밸모럴의 소방청장 브렌던 오코너는 이번 화재를 “생지옥”이라고 묘사했다.

“사방이 온통 불타고 있었습니다. [반면 화재를 진압할] 우리 자원은 너무 부족했어요. 추가 자원을 확보할 수 없었고, 사방이 불길이라 손 쓸 수 없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 자체가 쉽지 않다.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 비어 있고 주유소는 기름이 없기 일쑤다. 도로가 봉쇄되거나 쪼개진 나무와 내려앉은 송전선 따위 잔해로 뒤덮히는 등 길이 험해져 탈출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

최소한 동물 5억 마리가 화재로 죽어, 멸종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분노

이렇듯 화재가 커지면서 집권당인 보수 자유당에 대한 분노도 타오르고 있다. 총리 스콧 모리슨은 화재 피해를 심각하게 입은 뉴사우스웨일스의 소도시 코르바고에 방문했다가 빗발치는 야유를 피해 도망쳤다.

코르바고의 한 주민은 총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총리는 멍청해요. 정말 멍청해요.

“사람들이 죽는데 어쩔 건가요?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또 어쩔 건가요?”

모리슨은 산불이 거세질 때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가 대중의 분노가 확산된 후에야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왔다.

정부의 생존자 지원 대책은 개탄스럽다.

정부는 화재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사람들에게 성인 1인당 531파운드[한화로 82만 원], 어린이 1인당 212파운드[한화로 33만 원]를 한 번 지급하겠다는 쥐꼬리만한 구제책을 내놓았다.

모리슨 정부의 보잘것없는 대책은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 비상사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모리슨의 시간은 끝났다. 기후 위기에 맞서고, 이를 야기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전투다.


산불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산불은 기후 위기가 급격히 진행된 결과다.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이 기록적인 고온과 오랜 가뭄에 시달린 탓에 산불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빈번하고 심각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몇 년이나 계속돼 불길이 더 쉽게 번지고 있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었고, 브라질의 아마존 우림은 이윤 추구 때문에 발생한 산불로 휩싸였다.

기후 변화 때문에 진화도 더 어렵다.

원래 지역소방청은 산불이 통제를 벗어나 번지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방 인력의 통제 하에 야생 관목과 풀을 태우는 “위험 요인 제거 소각 조처”를 시행하곤 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고 건조해질수록 지역소방청이 이런 예방 조처를 취하기가 어려워진다. 지난 3년 동안은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건조했기 때문에 소각 조처를 시행할 수 있는 기간이 유례없이 짧았다. 이 때문에 산불이 나면 이전보다 더 빠르게, 거주지역과 더 가까운 곳까지 번지게 됐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산업 때문에 극한의 기상 이변이 벌어지고 기온이 상승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현 정부는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기는커녕 퀸즐랜드주에 대규모 탄광 개발을 허가했다.

여기서 카마이클 탄광을 신축 중인 [인도 최대 광산업체] 아다니는 이 지역의 연간 석탄 채광량이 6000만 톤에 이를 것이라 기대하며, 탄광을 추가로 6곳 더 신축하기를 바란다.

현 정부는 2019년 1월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아다니와 계약을 맺었다.

이런 행태는 정치인과 석유·가스 기업들이 자본주의의 화석연료 중독을 줄일 마음이 없고 우리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저지하려면 대단히 위협적인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