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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린 뉴딜’ 정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상원의원이 그린 뉴딜을 지지할 뿐 아니라 같은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민주사회주의당(DSA) 당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그린 뉴딜 정책을 제시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 정부가 교육·보건에서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맨 오른쪽) ⓒ출처 버니 샌더스(플리커)

영국 노동당도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이 포함된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 뉴딜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지지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의 정의당도 그린 뉴딜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11월 8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그린 뉴딜 정책을 정의당의 경제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린 뉴딜 정책이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얻은 것은 기후 위기와 불평등의 심화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특별보고서(이른바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가 경각심을 부르는 촉매제가 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시대 이전의 평균 온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재앙에 가까운 변화가 찾아온다. 재앙을 막으려면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퍼센트(2050년까지는 탄소배출 제로)를 줄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2017년에 결성된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단체 ‘썬라이즈운동’이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별 반응이 없자 2018년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 집무실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에서는 ‘멸종 반란’ 운동이 일어나 올해 4월에는 트라팔가 광장 등 런던 시내에서 거대한 시위를 조직한 바 있다.

정의당도 진보적 경제정책으로서 그린 뉴딜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출처 정의당

불평등의 심화와 이에 대한 근본적 변화 열망도 그린 뉴딜이 인기를 얻은 이유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된 반면, 사회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임금은 더 형편없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8년 세계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상위 1퍼센트의 수입은 1980년 전체 소득의 10퍼센트에서 2016년 20퍼센트로 갑절로 증가했지만, 하위 50퍼센트는 같은 기간에 20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감소했다.

그린 뉴딜의 정책 대부분은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만하다. 예를 들어 버니 샌더스는 일자리 2000만 개 창출과 재생에너지 전환,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등을 제시했다. 영국 노동당은 노동조합 설립을 보장하는 고임금 녹색 일자리로의 정의로운 전환과 단기간 내 화석연료의 사용 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대체로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 대규모 정부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의 소득 증진, 사회정의 실현 등을 추구한다. 그린 뉴딜 정책에는 일자리, 노동조합 권리, 보편적 주거와 보건의료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그린 뉴딜 정책은 기성체제에 도전하는 급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나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민주당 주류 세력들조차 그린 뉴딜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30년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 이래로 처음으로 사회경제적 의제를 노동계급에게 유리하게 재설정하자는 시도가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만하다.

재원 마련

하지만 그린 뉴딜 정책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그린 뉴딜 정책이 내놓는 친환경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정부가 많은 돈을 찍어 내면 이것이 마중물이 돼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재원 조달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현대화폐이론’에 기초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정부가 많은 화폐를 발행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그 다음 번에 경기순환이 잘 이뤄져 산업 투자가 순조롭게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윤율이 하락한다면 자본가들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결국 자본가들의 투자에 달려 있고, 자본가들의 투자는 이윤율의 등락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앞의 것과 관련된 것으로, 정부의 초기 투자가 자본가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다면 정부가 발행한 막대한 화폐는 인플레이션만 초래할 것이다. 정부의 화폐 발행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누진세 강화나 부유세 등으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카시오는 최고소득세율을 70퍼센트 높이자고 주장하고, 엘리자베스 워런은 부유세를 매기자고 제안한다. 이런 정책으로 연간 2700억 달러 정도(약 322조 원)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평등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가브리엘 주크만에 따르면, 워런이 내놓은 부유세 신설로 부자들의 자산 대비 조세 부담률이 3.2퍼센트에서 4.3퍼센트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대다수 평범한 미국인들의 자산 대비 조세 부담률 7.2퍼센트보다 여전히 낮다. 또한 미국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연간 7000억 달러(약 835조 원, 미국 GDP의 3.5퍼센트)에 달하는 국방비를 줄이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

1930년대에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추진했지만 미국 경제는 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뉴딜 정책으로 자본가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 지지자들이 주장하듯이 신재생 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려면 민간 투자 증가율이 지금 수준의 3배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윤이 낮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린 뉴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투자와 생산 등에서 우선순위의 변화와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려면 기성체제의 유지에 긴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산업, 금융, 국방, 기성 정치권 등의 기득권 세력들에게 도전해야 하고, 이 사회의 생산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생산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이것은 이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조직되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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