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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가정과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온라인 개학
입시 경쟁을 위해 코로나19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3월 31일, 정부는 4월 6일에 개학하려던 기존 계획을 취소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4번째 등교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코로나19 비상 시기에도 대학입시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 한다.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4월 말 순차적 등교 개학을 시사했다. 대학입시에도 반영될 수 있는 고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를 보기 위해 등교 수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등교 수업이나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서 하는 등교도 가능하다고 했다.

4월 9일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수학능력시험을 포함한 대학입시도 2주가량을 연기할 뿐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4월 24일 전국연합학력평가(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모의고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적 등교 시험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전국의 고3 학생 42만 명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고3만 비켜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발상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니, 이 체제에서 학교 교육의 목적과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요구해 온 것처럼 대학평준화와 수능 자격고사화 등이 실현됐다면 고3의 등교 압박도 지금보다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대학입시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려는 것과 관련 있다. ‘생활 방역’은 기업 이윤 손실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방역 완화를 뜻한다.

정부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4월 19일까지로 2주 더 연장하고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듯한데, 교육부가 4월 말 순차적 등교를 거론하는 것도 정부의 이런 방침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대유행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미국·유럽 등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확진자가 1000명이 넘고, 전국 확진자가 1만 명을 넘는 등 거리두기를 결코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등교 개학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결국 교육부는 4월 말 개학은 기대 섞인 예상이었고, 전국모의고사는 추후 상황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4월 총선 이후에는 얼마든지 이런 계획을 강행할 수도 있다.

한편, 등교 개학 후 학급을 오전·오후반으로 나눈다고 해도 한 학급에 학생이 15명 이상 모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긴급돌봄 지침 중에는 한 교실에 학생이 10명을 넘으면 안 된다는 지침이 있는데 말이다. OECD 상위 수준으로 학급 당 학생수를 감축하고 교사를 증원했다면 감염 위험이 덜했을 테지만, 문재인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오히려 교사 수를 줄이려 해 왔다.

게다가 정부는 오전·오후반을 다 맡아야 하는 교사들의 노동강도나 방역 대책에 대한 고려는 없는 듯하다. 그래서 개학을 앞두고 각 학교에서는 일제고사 때나 썼던 가림막을 구입하는 등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학교의 방역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4월 9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으로 학급 조회를 하고 있다 ⓒ조승진

교사와 가정에 책임 전가하는 정부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 재난으로 돌봄과 교육을 떠맡게 된 가정을 지원하는 것이야 한다. 이런 목적에 맞춰 온라인 수업은 교과의 성격이나 상황에 맞게 과제제시형, 콘텐츠형, 실시간 쌍방향 수업 형태 등으로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조차 대학입시를 위한 점수 경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실시간 쌍방향 형태의 수업만 생활기록부 기재와 수행평가가 가능하다고 제약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온라인 수업이더라도 소통의 한계가 커서 면대면 수업을 대신할 수 없다. 더구나 각 가정마다 온라인 수업을 지원할 상태와 조건이 달라 어떠한 평가도 공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에서의 학생 평가를 강제화해서는 안 되며,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교육 당국은 원격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등교 수업이 시작되면 보충 수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마도 이렇게 되면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은 등교 개학 후 엄청난 양의 보충 수업을 한꺼번에 들어야 할 것이다. 가난하고 돌봄이 어려운 가정에 이중의 차별과 낙인을 부여하는 셈이다.

온라인 개학은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을 보충하고, 재난 상황에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한편,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역량 있는 교사”라며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해 교사들에게 매일 출근하라는 공문을 내리고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실천 안 하고 감염되면 엄중 문책한다는 모순된 공문도 내렸다. 이처럼 정부는 교사 개개인에게 온라인 개학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할 뿐이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 교육부는 우리 나라가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정작 교육부 자신은 팔짱만 끼고, 교사들에게는 사기업에 의존하라는 식이다. 자신의 학년과 과목에 맞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도 하루가 소비될 만큼, 정보 제공과 안정된 지원이 부족하다. 열흘 만에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게끔 교사 개인이 알아서 역량을 쌓고,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수업 내용을 만들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셈이다.

사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진행된다 해도, 가정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의 효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육부 조사를 보면, PC나 스마트폰을 보유하지 못한 온라인 소외 학생이 전국적으로 17만 명(전국 초·중·고 학교의 67퍼센트만 조사)에 이른다. 전라남도의 경우 전체 가정의 40퍼센트에 PC가 보급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자녀 가정에서는 자녀 수만큼 온라인 장비를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조손가정의 경우에는 3월 학교 휴업 기간 동안 인터넷으로 학습을 한 경우가 3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온라인 접근이 어렵다.

또 연령이 낮은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대한 가정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 또한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는 어렵다.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 다문화 가정 학생들, 예술교육 등도 있다.

물론 교육부는 교육 급여 수급권자들에게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을 지원하고, 장애 학생들에게는 자막, 수어, 점자 형태 콘텐츠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순회 방문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에게 노동자의 유급휴가를 강제하고, 노동계급의 생계를 지원하면서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실행하지 않는 한, 온라인 개학은 가정과 학교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런 식의 온라인 수업은 교육의 계급 격차를 키우고 교육 불평등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등교 수업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입시 경쟁에서 뒤쳐질까 더욱 불안한 학생들, 그리고 돌봄 공백이 큰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협에도 학원과 지역 아동센터로 몰리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학교 교육의 공백을 오히려 고액 과외 등으로 채우고 있다.

요컨대 가정의 뒷받침이 중요해지는 조건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 학업의 계급 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다.

교육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해서도,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는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하고 노동계급의 생계를 보전하기 위해 유급 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을 보전하라

또다시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방과후학교 강사, 방중 비근무 노동자들은 임금 지급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학교 휴업으로 3월 한 달간 임금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던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추가 등교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얼마나 무급으로 버텨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응 추경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된 2500억 원에서도,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지원에서도 이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

방과후학교 강사 노조 2곳은 4월 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과 개학 연기에 따른 강사료 손실 보전”, “방과후학교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고용안정방안” 등을 요구했다.

또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긴급생계자금 지원 대상에서 ‘대구시청 비정규직 공무원인 공무직, 학교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불리는 대구시교육청 교육공무직, 공사와 공단의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이주 여성‘ 등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공무직은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3월 학교 휴업 기간에는 방중 비정규직 근무자라며 월급을 세 달째 받지 못하게 해 놓고서는, 재난 지원할 때는 공무원이라며 지원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이중성이 놀라울 뿐이다.

이중성

그러나 학교비정규직은 학교 교육에 꼭 필요한 노동자들이지만 열악한 처우로 고통 받아 왔다.

예를 들어, 9급 공무원과 학교비정규직인 조리실무사의 연봉을 비교하면 조리실무사의 1년차 연봉은 9급 공무원 1년차의 70.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교사가 1년마다 호봉제로 10만 원씩 임금이 오를 때, 학교비정규직의 근속수당은 3만 5000원만 오르며, 그것도 20년 상한제에 묶여 있다.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규직 대비 80퍼센트의 공정임금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상당수 학교비정규직은 방중 비근무자로 방학 때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방중 비근무자인 조리실무사들의 임금은 1년 12개월 지급에서 10개월 지급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12개월로 나누었을 때 최저임금도 안 되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교육청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휴업 수당을 주지 않거나, 긴급생계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물론 정부는 학교비정규직을 내팽개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서 봤듯이 학교 휴업과 온라인 개학의 부담을 정규직 교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의 불만도 크다. 정부는 고위직 관료들부터 월급 30퍼센트를 자진 삭감한다고 하더니, 결국 공무원 임금 동결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사노조 같은 우파적 노동조합은 이런 교사들의 불만을 학교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이에 대해서는 “코로나19와 학교 휴업 연장: 학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야”를 보시오). 조희연 서울교육감 같은 진보교육감도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교사들을 비난하며 정규직 교사와 학교비정규직을 이간질하려고 시도했다.

심지어 전교조 내 일부 활동가들조차 정부와 교사노조의 이간질에 부화뇌동하며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운동을 지지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의 책임을 학교 노동자에 전가하려는 정부에게만 좋을 일 만드는 것이다.

전교조 같은 좌파 노동조합이 진정으로 조합원들의 이익을 방어하려면 학교 안에 함께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단결은 정규직의 양보를 통해 달성되는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정부와 교육 당국이 학교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강원, 전북, 인천, 대구 등에서는 학교비정규직 노조들과 전교조가 연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휴업 사태에서 학교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뒤늦긴 했지만 전교조 지도부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3개 노조와의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상시적으로 정책협의를 추진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을 지양하며, 학교 내에서 상호협력 하에 교육청과 교육부에 인력 충원 등을 함께 요구하며 나가자는 정도의 결론을 냈다.

앞으로 이런 합의가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전교조는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를 비판할 뿐 아니라 학교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함께 내며 연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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