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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학교 휴업 장기화와 긴급돌봄:
“돌봄전담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안전한 학교 돌봄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개학을 연기한 3월부터 정부는 초등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하는 긴급돌봄 정책을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 만큼, 정부는 노동자들이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에게 맡겨둔 채, 기업의 이윤만 걱정하고 있다. 무급휴가나 해고 압박을 받는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일터로 나가야 하고, 그 자녀들은 학교 긴급돌봄에 맡겨진다.

긴급돌봄이 확대된 만큼 돌봄교실의 방역과 돌봄전담사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초등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 이상이 시간제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홍순영 돌봄전담사(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돌봄지회 지회장)에게 현재 긴급돌봄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순영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돌봄지회 지회장

긴급돌봄이 시행되고 있는데, 실제 참여 학생 규모와 이를 담당하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우선 시간제 전담사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학기 중에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하교 시간부터 4시간의 돌봄 노동을 해 왔습니다. 이 4시간은 정확히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고, 돌봄과 관련된 준비·정리와 행정업무 시간은 제외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초과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과 학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초과근무를 신청조차 못 하게 하며 우리를 쥐어짜 왔죠.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를 확대하겠다면서도 이를 시간제 돌봄전담사로만 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제 전담사들은 질 높은 돌봄을 위해 노동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습니다.

3월부터 긴급돌봄을 하면서 온종일(8~10시간) 돌봄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견은 배제된 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탄력 근무를 강요받았습니다. 우리는 아무 때나 일하라고 하면 일하는 기계가 아닌데 말이죠.

2019년 시간제 전담사들이 서울시교육청과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본인 동의를 구해야 근로시간 변형이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시간제 전담사들에게 긴급한 상황을 맞추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긴급한 상황이라면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게 정답이죠!

또 우리의 근무가 ‘탄력적으로’ 된다는 것은 각 전담사가 맡고 있는 돌봄교실들을 합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정부 방침과 반대로 돌봄교실은 빽빽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는 3차 학교 휴업 시기에 아이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면서 긴급돌봄 수요가 5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각 교실당 아이들이 15명이 넘게 돼서 분반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한 공간에 10명 이상 있지 말라고 하잖아요. 이렇게 밀집도가 높아지도록 합반을 강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런데 학교 관리자들은 평소 돌봄교실에 아이들이 25명까지 있었으니 합반해도 된다고 해요. 교육 당국은 긴급돌봄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는데, 합반과 분반의 기준조차 학교장 재량으로 놔둔 상황이어서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이런 억지 합반과 강제적 근무시간 변경이 문제가 돼, 일부에서는 돌봄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공백을 방중 비근무자의 대체 근무 또는 정규직 교사 투입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년째 요구해 왔듯이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전일제로 전환했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를 모르는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일하기 싫어서 업무를 미루고 있다고 오해하는 일도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긴급돌봄으로 돌봄교실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으니, 시간제 돌봄전담사들도 각 반의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정부와 교육청은 방학 중 비근무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또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 연장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긴급 돌봄교실도 누더기로 만들어 놓는 거죠.

돌봄과 함께 돌봄교실 방역 활동도 하실 텐데, 방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교육 당국에서 지원이 충분한가요? 코로나19 긴급돌봄 운영에서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서울교육청이 추경으로 초등 돌봄교실 1개당 긴급 방역물품비용 2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생색내기용 같습니다. 학교 현장에는 지원이 전혀 도달하지 않고 있거든요.

어떤 학교에서는 각 반당 이제까지 마스크 5장을 지급받고, 교사용은 2장만 지급받아 버티고 있다고 해요. 운 좋게 지난해에 사 놓은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있어서 계속 버티는 학교도 있고요. 보건실에 문의했더니 1월에 주문한 마스크가 4월 말에 올 거라고 하네요. 학교마다 지급 상황이 제각각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한 시간제 전담사가 아이들과 꿈에 대한 글을 써 보는 활동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줬는데요. 한 아이가 꿈이 ‘돈 많이 벌기’라고 썼는데, 돈 많이 벌어 무엇에 쓸 거냐고 물으니 “마스크 살 거예요. 그래서 돈 많이 벌어야 해요”라고 답했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답답하지만 열심히 마스크를 쓰려고 합니다.

현재는 집에서 마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은 소수 아이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하는데, 돌봄교실에 오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마스크가 공급돼야 합니다.

방역도 학교 관리자에게 교실을 소독해달라고 강하게 요청을 해야 겨우 되는 정도예요. 그래서 우리 전담사들이 직접 각 구청에 소독을 요청해 보자는 말이 돌 정도였습니다. 하도 소독을 안 해 주니 우리가 락스나 소독제 구해서 직접 닦고 있는데, 실제 돌봄 시간 외에 이런 자가 방역을 해야 해서 초과근무를 하게 되죠. 그런데도 초과근무수당도 못 받고 있어요.

돌봄교실 앞에 ‘긴급’자를 붙이기에는 교육당국의 돌봄 지원은 너무 느리고 턱없이 부족해요. 교육 당국이 긴급돌봄을 하겠다고 했으면 제대로 책임져야 합니다.

돌봄교실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코로나19 최전선이나 마찬가지라서, 돌봄전담사들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교육 당국이 내놓은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무엇인가요?

지역 감염이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돌봄교실은 청정구역이 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돌봄전담사들은 사실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죠. 제 건강뿐만 아니라 저의 가족 건강까지 해칠까 두렵습니다. 더구나 하루 종일 아이들을 대면하며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전담사가 마스크조차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니 불안과 정신적 피로가 극심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교육청에서 개학 추가 연기 교육공무직원 복무 안내 공문이 내려왔는데요. 돌봄 전담 인력에게 ‘유급휴가’ 추가로 2일 부여한다고 써 있더라고요. 그런데 유급휴가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종료 선언 후 ‘20.12.31.까지” 쓸 수 있다고 돼 있더라고요. 긴급돌봄 기간에는 유급휴가를 쓸 수 없는 거죠. 우리는 노동강도가 꽤 센 편인데도 대체할 인력이 없거나 학교에 눈치가 보여서 병가도 제대로 못 써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콜센터 직원들처럼 말이죠.

교육청은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시간제 전담사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맞춤형복지와 근속수당에 대한 차별시정에 승소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어요. 여전히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시간 비례로 절반만 지급하고,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생명보험 등의 가입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습니다.

긴급돌봄 운영으로 전일제 전담사와 똑같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데도 생명보험 가입은 안 되는 차별을 당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가 받았던 차별과 같은 것이에요. 정말이지 반노동, 반인권적인 처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정책이 코로나19 상황에 도움이 되나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앞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계획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재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돌봄교실을 양적으로 확대만 하지, 이를 뒷받침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서 이번 코로나19 긴급돌봄에 어려움이 더 컸죠.

또 사실 학부모 처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 확대 정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을 보여 줍니다.

이번 긴급돌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을 한다고 해서 돌봄 시간이 확대되는 것처럼 얘기됐어요. 그런데 사실 문재인 정부의 돌봄정책 자체가 저녁 돌봄까지 포함돼 있었어요. 문제는 실제로 그렇게 시행되는 학교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죠. 오후 5시 정도면 돌봄교실이 문을 닫았어요. 왜일까요? 바로 온종일 돌봄교실의 80퍼센트 이상을 시간제 전담사들이 책임지고 있어섭니다.

이번 기회로 시간제 전담사들의 노동 시간을 연장하고 전일제로 전환해서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봄교실이 되길 바랍니다. 시간제 전담사들도 돌봄교실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부족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서 제대로 돌봄 노동을 하기 힘듭니다. 시간제 전담사들이 돌봄 교실을 책임져야 교사나 전일제 전담사들에게 업무 전가가 되지 않을 겁니다.

돌봄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돌봄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이 존중받길 바랍니다. 코로나19 비상시기의 어려운 조건 속에서 노동자의 자녀들 돌봄에 최선을 다 하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에게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특히 학교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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