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형병원 간호사가 전하는:
코로나19 방역 제일선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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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병원은 1200병상이 넘는 서울 강남의 대형 대학병원이다.
최근에 내가 일하는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고용 간병인 없이 간호 인력이 입원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서비스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노인 인구가 늘고 간병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책으로 정부 정책으로 확대돼 왔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보호자 없는 병동’이 필요하다는 여론 덕분에 더 확대됐다. 정부 지원으로 중소 병원부터 점차 확대되다가 2~3년 전부터는 대학병원들도 간호간병통합병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병동도 일반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바뀌면서 간호 인력이 갑절 가까이 늘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12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보조인력도 생겼다. 일반 병동에서는 하지 않던 업무들이 늘어나긴 했어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더욱 안전하게 환자를 간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 병원의 1200병상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고작 200병상에서만 시행된다. 나머지 1000병상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일하기 힘들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더 신속히 확대돼야 한다.
병원의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간호 인력이 간병인과 보호자의 감염 여부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열이라도 나면 혹여나 코로나 감염일까 봐 간호사들은 노심초사한다.
살얼음판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입원을 통제하다 보니 얼마 전에는 환자 수가 조금 줄기도 했다. 하지만, 부서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시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병동 입원 환자는 상주하는 보호자가 한 명만 허용된다. 보호자가 교대할 수도 없다. 보호자도 최대한 외부 접촉을 자제하고 퇴원까지 병원 안에 있어야 한다. 이 조처에 따를 수 없다면 간병인을 써야 하고 간병인이 있으면 보호자의 환자 면회는 제한된다.
인력 부족 때문에 보호자와 간병인을 내보내지도, 충분히 허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만큼 간호 인력이 있다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환자와 보호자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 나가거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평범한 노동자·서민은 가족을 돌보느라 병원에 상주하는 것이 대단히 큰 부담이다. 그러나 간병인을 고용하려면 하루 간병비만 7~10만 원이나 든다.
코로나19로 병원 인력 확충이 얼마나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근무하는 동료 간호사들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노동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매일 수시로 바뀌는 업무 매뉴얼과 간호 인력 충원 없는 환자 관리 규정 강화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감염병 노출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환자가 언제 발생할지 몰라 병원 전체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선별진료소가 있지만 응급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하는 중증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와 폐 CT 검사가 필수다.
그런데 이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증 환자를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보내지 못하고 대기시켜야 하니 상태가 악화될까 봐 우려스럽다. 응급실에 온 폐렴 의심 환자의 경우 음압 격리실이 부족해서 격리할지 말지, 검사는 언제 어떻게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나마 메르스 경험 덕분에 규정 등이 많이 개선된 게 이 정도다.
병원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병원 규정이 자주 바뀌고 강화되고 있다.
65세 이상 환자들은 의사 판단에 따라 엑스레이를 찍거나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규정이 바뀌어 진료를 받거나 입원해야 하는 환자 모두 안심진료소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야만 진료와 입원을 할 수 있다.
인력·시설·장비 확충
그런데 검사는 의무화하고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는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병원 내 전파를 막겠다며 전수조사를 하는 상황에서 이는 부당하다.
병원마다 방어 대책도 다르고 검사비 부담 여부도 각기 다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생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국가나 병원이 비용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병원들이 의료 인력을 늘리고 의료 시설과 장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간호사들이 인력과 의료장비 부족에 항의해 시위를 하고 있다. 독일의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위험수당과 초과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한국의 병원 노동자들도 이런 요구를 해야 한다. 선진국이라던 유럽과 미국의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의료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한국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의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와 병원에 제대로 된 대책과 준비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의료시스템, 무상 공공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