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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학교 휴업 연장:
학교 노동자들에게 책임 떠넘기는 문재인 정부
학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야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고, 수도권 등에서 계속 지역 감염이 나타나자, 3월 17일 교육부는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개학을 4월 6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세 번째 개학 연기로 학교 휴업이 한 달을 넘게 됐다.

이미 3월 16일에 만19세 이하 코로나19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을 볼 때, 학교 휴업 조처는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휴업 연장으로 인해 학교의 수업일수 10일 감축을 권고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추가 개학 연기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미진

그러나 정부는 휴업 연장으로 생계에 고통을 받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른 체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중에 급식조리 노동자, 특수교육지도사 같은 방학 중 비근무 직종이나 방과후강사들은 겨울방학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급여통장의 수입이 텅 빌 정도로 임금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데 말이다. 3월 임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생계가 불안정해지고 삶을 제대로 계획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학교 수업일수 감축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간 수입이 줄어들게 됐는데도,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은 정부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매몰차게 말했다.

그러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이 끊겨 생기는 생계의 위협이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의 위협만큼이나 크다. “한 달이 무너지면 빚을 내야하고, 그 빚은 오롯이 우리 삶의 몫이 되고 그렇게 생긴 빚은 방학 때 추가로 근무하는 걸로 결코 메워지지 않습니다. 코로나19보다 이로 인한 생계 위협이 더 무섭습니다.”

그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를 보장하라며 휴업수당을 요구하고, 출근 투쟁을 하는 등 항의 행동에 나섰다. 결국 시도교육감들은 방학 중 비근무 노동자들에게 정기상여금, 연차수당 등을 선지급하고, 4일 이내의 유급휴가를 당겨 쓰도록 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다. 나중 임금을 미리 당겨 쓰게 해 준 것이다. 또, 임금 손실을 줄여준다며, 3월 23일부터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출근해 긴급돌봄 업무 등에 투입된다는 지침도 내려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생계 보장책으로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도, 휴업 기간에 본인의 업무를 할 게 없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굳이 출근을 명령한 것은 “휴업수당은 줄 수 없다”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말로는 기업들에게 유급휴가를 주라고 당부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임금의 일부만 보전하는 휴업수당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니, 어느 기업이 유급휴가를 주려고 나서겠는가.

그러나 출근을 강요하는 정책은 오히려 학교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대중의 건강과 노동자들의 생계보다 기업 이윤을 우선하는 정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휴업수당을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서에 쓰인 연간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는 심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시 공무직화와 호봉제 도입 등으로 방학 중에도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하라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해 온 게 바로 정부다.

정부가 강요한 불안정한 처지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재난으로 더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인데, 이를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게 그리 과도한 것인가? 게다가 질 높은 학교 교육을 위해서라도 학교비정규직의 처우는 상시직화하는 게 맞다.

11조 원이 넘는 코로나19 추경을 통해 기업은 적극 지원해 주면서,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은 이 사회의 계급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 줄 뿐이다.

한편,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학교비정규직의 생계를 온전히 보장해 주지 못한 책임을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 탓으로 떠넘기려는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휴업 기간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닐뿐더러, 교사 대부분도 부모로서 유급 가정돌봄휴가가 필요하다. 사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모든 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줘서 “일 안 해도 생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복무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것에 정규직 교사들이 지지를 보내야 한다.

열악한 긴급돌봄의 현실

한편 정부는 휴업이 장기화되자 아침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긴급돌봄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긴급돌봄에 대한 교육 당국의 지원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계획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재난 상황에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 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가 시간제이다. 본래 3월은 방학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하교 시간부터 4시간 안팎의 돌봄을 맡아 왔다.

그런데 이번 긴급돌봄에서 정부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처우는 개선하지 않은 채 시간제 전담사들에게 변형 근로를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밀집된 돌봄 환경을 방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담사들은 긴급돌봄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에서 긴급돌봄이니 추경이니 뭔가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현장에서는 지원이 피부로 와닿지 않습니다. 오롯이 돌봄 노동자들에게 책임 떠넘기기뿐입니다”

애초에 전일제 전담사들이 돌봄을 맡고 있었다면 긴급돌봄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재난 상황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돌봄전담사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돌봄교실 현장에서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하나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학교 별로 알아서 마스크를 구하느라 돌봄교실마다 제공하는 마스크 양도 제각각이다.

학교가 개학한다면 이것은 돌봄교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개학 후 매일 소독하라는 지침만 내려왔을 뿐, 이를 지원할 인력은 없다. 학생과 교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알아서 소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감염병 대응 지침도 구체화되지 않아 개학 후 혼란이 우려된다.

정부가 예산만 지원할 뿐 방역 물품과 인력을 공급하지 않아 3월 내내 학교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교육 당국은 충분한 방역 물품과 인력 그리고 구체적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 바짓가랑이 잡는” 학교비정규직?

책임 떠넘기는 정부에 맞서 정규 교사와 비정규직이 단결해야

이처럼 정부는 생계 보장을 위해 임금을 보존해달라는 학교비정규직의 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정규직 교사들에게도 재택근무 보안서약서 등을 요구하며 쥐어짜고 있다(이 방침은 일부 교육청에서 있었던 일로 교사들의 항의에 직면해 일부 개선됐다). 학교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며 재난 관리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런데 서울교사노동조합 박근병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업무를 기피해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없게 한다’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다.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마치 학교비정규직 탓인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본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교사들에게 많은 업무가 쏟아지는 것은 비정규직들의 처우가 열악할 뿐 아니라 그 수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교육청은 수년 전부터 시설관리직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있다. 학생수 감소를 빌미로 17학급 이하의 작은 학교에 시설관리 주무관을 배치하지 않고, 교육청 내 센터를 두어 시설관리직을 순회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용역으로 고용이 불안한 단시간제 시설관리직을 채용했다. 학생수가 조금 줄어든다고 안전을 관리해야 할 학교 시설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때문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언제 학교를 방문할지 몰라서, 당장 필요한 시설 보수, 플래카드 달기, 안내장 등사 등을 교사들이 떠맡게 됐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해지고 그 수가 줄자 업무가 교사들에게 떠넘겨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돌봄 업무를 떠넘겨 교사들을 쥐어짜는 것은 돌봄전담사들이 아닌 교육 당국이다.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교사들로 때우려는 것이다.

결국 학교비정규직, 학교행정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부족한 인력 문제가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학교비정규직 투쟁에 ‘바짓가랑이를 잡는’ 서울교원노조 박근병 위원장은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정규직 교사와 학교비정규직에게 업무 떠넘기기를 하는 정부의 술책에 놀아나는 것이다.

학교 노동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모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함께 단결해 교육 당국과 맞서 싸우는 게 진정한 대안이다.

좌파 노조로서 전교조는 코로나19 사태에 생계를 위협받고, 극심한 차별에 시달리는 것에 저항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코로나19의 책임을 학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교육 당국에 함께 항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