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해리스의 역겨운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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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대선 후보로 조 바이든을 8월 17~20일 전당대회에서 추대할 때 가장 기뻐할 자들은 대기업들과 군 장성들이다.
바이든은 1973년에 처음 델러웨어주(州)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이래 줄곧 기업을 비호하고, 복지를 삭감하고, 미국이 벌인 전쟁을 지지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코로나19 방역에 처참히 실패한 덕에, 바이든은 유능하고 믿을 만한 후보를 자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의 부통령 이력에서 얼마쯤 후광을 얻는다. 이는 대중의 환멸을 사는 동료 민주당 실세들보다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편 정책들은 트럼프에 대항하는 운동이 요구하는 것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범죄
바이든은 “범죄 엄단” 발언으로 유명하다. 바이든은 1994년에 ‘폭력범죄 단속 및 법집행법’의 초안을 작성했고 법안 통과에 일조했다.
이 법으로 경찰이 10만 명 이상 충원돼 거리에 배치됐고 교도소 재정이 확충됐다.
이 법은 미성년자를 성인에 준해 기소하는 것을 조장했다. 주(州) 사법부가 범죄에 중형을 선고할수록 그 주가 보상을 받게끔 했기 때문이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 한 것을 비난했지만, 그 자신도 국경 단속 강화를 지지한다.
바이든은 전국민 단일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 도입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전국민 단일건강보험이 민간 의료보험 업계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은 여러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에 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바이든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한 어떤 행동에도 사과할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바이든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보다 차악인 것으로 흔히 여겨진다.
물론 트럼프는 물러나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급진적 변화에 대한 완충 장치 구실을 하고, 무엇이 쟁취 가능한 것인지 그 한계를 단속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
좌파와 대중 운동은 공화당을 저지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을 숱하게 반복해 왔다.
그 결과는 민주당의 좌경화가 아니다. 민주당은 좌파·노동운동·사회운동이 자신을 지지할 것을 알기에 오히려 거리낌 없이 우경화한다.
투표 부대
그리고 좌파는 민주당 선거 운동의 투표 부대로 전락한다. 진정한 변화를 성취할 힘이 있는 운동을 건설할 일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중요한 개혁을 쟁취해 왔다.
예컨대 로스앤젤레스 시장 에릭 가세티는 시경(市警) 재정을 1억 5000만 달러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애틀에서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시경 재정 삭감과 교도소 개혁을 쟁취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트럼프를 저지하려면 민주당을 선명하게 지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런 압력은 새 정권을 흔들지 말라는 주장으로 바뀐다.
오바마 정부가 전임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보다 이주민을 더 많이 추방했다는 사실은 그런 선택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임을 잘 보여 준다. 부시 정부 때는 광범한 저항이 있었지만 오바마 정부 때는 그러지 못했다.
미국 사회를 진정으로 바꾸는 길은 바이든으로 통하지 않는다.
카멀라 해리스 ─ 경찰을 대변하는 고위 정치인일 뿐
민주당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가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다.
바이든이 해리스를 택한 것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호감을 사려는 계산에서다.
민주당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전투성과 ‘경찰 재정 삭감’ 등 급진적 요구에 반대하지만, 이 운동을 민주당 기구의 테두리 안으로 몰아 넣고 싶어한다.
연대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의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알리시아 가자는 해리스가 부통령 직에 “매우 재능 있고 자격 있는” 부통령감이라고 옹호하기까지 했다.
체계적 변화
그러나 운동 내 다른 사람들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체계적 변화이지 “흑인들을 고위직에” 더 많이 앉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경찰 단속 강화와 흑인을 훨씬 많이 수감시키는 현재의 사법 제도를 옹호한 역겨운 전력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샌프란시스코 검사를 지낼 당시 해리스는 더 무거운 처벌을 옹호했으며, 심지어 사형을 옹호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서 해리스는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성전환 수술을 막으려 했다.
상원의원 재임 중 해리스는 낙태 시술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안에 두 차례나 반대표를 던졌고, 트럼프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했다.
샌더스, ‘내가 아니라 바이든-해리스를’
카멀라 해리스는 좌파와 불편한 관계였다.
예비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민주당 내 압력 단체 ‘진보적 미국 민주당원들’은, 해리스가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던]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경찰이 저지른 끔찍한 직권 남용[폭력과 살해] 행위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샌더스는 해리스를 지지했다. 해리스가 “일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서 말이다.
억만장자들이 바이든-해리스를 지지한다
카멀라 해리스가 예비경선에 출마했을 때, 해리스 선거운동본부는 출범 두 달 만에 20명 넘는 억만장자들에게서 기부금을 받았다.
바이든은 해리스 지명 후 기업 후원금이 더 많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이미 90명이 넘는 억만장자들이 바이든에게 막대한 기부금을 냈다.
클린턴의 바이든 지지 — 2016년 대선을 돌아봐야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전쟁광 힐러리 클린턴을 후보로 세웠다기 낭패를 맛봤다.
당시 클린턴은 아무런 변화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트럼프에게는 당선 가도가 열렸다. 클린턴의 바이든 지지 선언을 보며 오히려 트럼프는 내심 웃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