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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일자리 불안 키우면서 기업주들에겐 막대한 특혜

최근 문재인 정부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극심한 자금난에 빠져 이미 지난해부터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한 이후 정부는 새로운 방안을 낸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을 통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30.77퍼센트)을 사들일 계획이다.

애초의 부실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심각해진 경영난이 겹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1조 2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와 올해 이미 3조 5400억 원을 지원받았고 앞으로도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 1600억 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에 투입할 8000억 원까지 보태면 정부는 무려 7조 7000억 원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 돈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모두 사들이고도 남는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은 기업주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런 엄청난 지원을 통해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기업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됐다.

조원태(대한항공 대표이사, 한진그룹 회장)는 정부의 뒷받침으로 세계 7위 규모로 덩치가 커진 항공사의 소유주가 되게 생겼다. 갑질과 막말로 유명한 한진그룹 조 씨 일가의 장남답게 조원태는 인하대 운영에 문제제기를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상욕을 하고, 차량 뺑소니, 70대 노인 폭행 등의 막장 전력이 있다. 한진칼은 현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런 조원태를 확실히 밀어 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금호그룹 박삼구 일가도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됐다. 박삼구 일가는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막대한 빚을 지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면서 회사를 심각한 부실에 빠뜨렸다. 아시아나항공을 담보로 빚을 늘려 다른 기업을 인수했고,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낳은 박삼구 일가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3800억 원이 넘는 지분 판매대금을 챙겨서 떠날 것이다. 정부는 박삼구 일가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고 지분을 고스란히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기업주들에게 막대한 특혜를 주면서 이번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항공사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경영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인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2017년 한진해운 파산과 같은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당시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해운 산업의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11퍼센트에서 3퍼센트대로 급락했다. 세계 순위는 2010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할 경우 국제 시장에서 한국 항공운송산업의 위상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독과점을 강화시켜 경쟁을 저하시킬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일각의 주장은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이번 통합은 경쟁력 약화가 아닌 오히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위한 이런 경쟁력 강화 논리는 그 자체로 결코 이롭지 않다.

이윤 경쟁

게다가 이와 같은 친시장적 방식의 정부 구상이 성공할지도 매우 불투명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위기를 맞은 것에서 보듯 항공운송산업은 저비용항공사들의 성장과 경쟁 격화로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항공 기업들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이미 수조 원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했지만 이 기업들의 부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 8400억 원가량으로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무려 2291퍼센트에 달한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비해서도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대한항공도 부채는 24조 2558억 원, 부채 비율은 1099퍼센트에 달한다. 두 회사가 앞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부채만 10조 원이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을 상황에서 기업 파산을 막으려면 앞으로도 막대한 지원이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합병은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윤 경쟁을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는 당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심각한 경영난을 보자면 그 말이 지켜지리라고 믿기가 힘들다. 게다가 설사 당장 해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후퇴 등의 압력이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소속 노조들과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는 이번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합병이 대규모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도 통합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통합은 저비용항공을 포함해 항공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기업주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특혜를 받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어 왔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70퍼센트가량이 휴직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대폭적인 임금 삭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경영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의 ‘희망퇴직’을 받으며 해고 압박을 해 왔다. 이런 노동자 희생의 대가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2,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의 최대 노동조합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이 “고용안정을 전제로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은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두 항공사가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강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경제지들이나 우파 언론들은 통합 이후 노동자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따라서 통합 자체를 반대하면서 정부가 국유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제대로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유화해서 일자리를 보호하라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기에 책임이 있는 기업주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정부의 막대한 지원은 노동자들을 구제하는 데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실 기업이 또 다른 부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는 식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완전히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유화는 얼마 전 독일 정부가 루프트한자 항공사를 일시 국유화한 것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위기에 빠진 루프트한자를 국유화했지만 구조조정 등의 과정을 거친 후 2023년까지는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일시 국유화를 한 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동자 구조조정 등을 하고 민간에 되파는 방식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 한국의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쟁취하려면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초 이 글에 아시아나ACS 등 아시아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량해고를 당했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삭제했다. 아시아나ACS 사측은 올해 8월에 노동자 196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항의한 결과 해고는 철회하고 무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이 점을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측에서 알려와 기사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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