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해고자 농성장 강제 철거한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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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오전, 종로구 아시아나 본사 앞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천막 농성장이 강제 철거됐다. 농성장을 설치한지 단 3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경찰과 종로구청은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침탈했다. 민주당 구청장인 종로구청은 행정집행 전 경고장인 계고조차 알리지 않았다.
같은 시각, 광주 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은 “오월 정신”을 운운하며 “우리에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많은 광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쳐놓고 말이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문재인 정권은 폭력을 휘둘러 정리해고를 무자비하게 강행한 사업장을 비호했다”며 규탄했다.
5월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는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을 정리해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 위축을 이유로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을 강요하다가,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한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은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다.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사측이 내야야 할 휴직수당의 10퍼센트조차 부담하고 싶지 않아서 무급휴직을 밀어붙였다.
반면에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순간에도 6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챙겼다.
문재인 정부는 항공산업에 3조 3000억 원의 기업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주 지원일 뿐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정부는 해고를 금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무급휴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4월 22일 문재인 정부는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이는 무급휴직 노동자에게 고용보험 기금으로 3개월 동안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실업급여 지급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정부는 항공업 같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에서는 1개월의 유급휴직을 진행한 사업장이라는 조건 조차 없애줘서, 항공사들이 더 쉽게 무급휴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강제 철거가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논의할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 직전에 벌어진 것도 정부의 위선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데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