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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4월 23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 6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신 연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매각에 차질을 빚을 경우에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로 매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꼭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박삼구 일가의 경영복귀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가 25위에서 60위 밖으로 밀려나 중견그룹으로 축소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채에 기반한 인수합병이 독(毒)이 된 이른바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너인 박삼구는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막대한 빚을 지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했다.

2006년에는 6조 4000억 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대한통운 인수에 4조 1000억 원을 썼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대우건설을 토해내야 했다.

그 뒤에도 막대한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 금호렌트카, 금호고속(재인수했다), 대한통운, 금호타이어 등을 매각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박찬구 형제 사이에 갈등이 생겨 동생 박찬구는 금호석유화학을 가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돼 나갔다.

호시절 같았으면 부채를 끌어다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의 경제 위기와 그 뒤를 잇는 장기불황 속에서 회장 박삼구는 손을 대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의 손’이 됐다.

박삼구 일가는 아시아나항공을 담보로 빚을 늘려 다른 기업을 인수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돌려막기(장기부채를 단기부채로 전환)를 지속했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의 단기대출은 전체 부채에서 절반 정도로 늘어났다.

이윤율 저하

매각의 둘째 이유는 항공산업의 수익 저하 때문이다.

최근 저유가가 지속됐고, 또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해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을 법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 저비용(LCC)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항공산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항공시장에서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반면 대형 항공사들은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2016년에서 2018년 영업이익이 각각 두 배와 세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각각 50퍼센트와 10퍼센트로 크게 줄었다.

그래서 두 대형항공사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값비싼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이보다 저렴한 비즈니스 좌석으로 교체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석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향후 항공시장의 추이로 볼 때 동남아 인근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에서 경쟁 격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 부채 증가로 이자 부담을 지고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이 불황의 먹잇감이 됐다. 워렌 버핏은 이를 두고 바닷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국 경제 불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아시아나항공을 서둘러 매각하려 한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 기업은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는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1조 6000억 원은 금호아시아나 사측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5000억 원이나 금융권의 판단인 1조 원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올해 안에 매각은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불황기에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의 위험 부담, 아시아나항공의 낮은 수익성, 인수 비용의 부담 등이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분리 매각 방안(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갖고 있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 국민기업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본격적인 매각 과정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벌써부터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이전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소 15일부터 최대 3년까지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인력감축), 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 피나는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이제 아시아나항공 차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위기에 책임이 전혀 없다. 박삼구 일가의 잘못된 판단과 시장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인수 기업에게 막대한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려는 정부에 반대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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