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창업주는 수백억 원 챙기면서 노동자는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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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개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감소하자 지난 3월 말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중단(셧다운)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2월 임금은 40퍼센트 밖에 받지 못했고, 3월 임금은 체불된 상황이다. 4월 휴업수당도 체불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은 이것도 모자라 전체 노동자들의 20퍼센트인 34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이미 3차례에 걸쳐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희망퇴직’ 인원이 적자 정리해고에 나선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 매각이 결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리해고 시도는 매각에 앞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스타항공 부실에 책임이 없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저비용 항공사들이 잇달아 출범하며 고속성장을 해 왔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50퍼센트를 넘으며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도 2007년 창업 이후 몸집을 불려 왔다. 2009년 여객기 6대로 첫 취항한 이후 현재 여객기 23대를 보유한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저비용 항공사들의 과다 경쟁과 2017년 이후 미중과 한일 갈등에 따른 국제선 여객 감소로 적자가 불어나면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2019년 연말에 제주항공으로 매각이 결정됐다.
이스타항공이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등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만, 창업주인 이상직과 두 자녀는 이스타항공 매각으로 545억 원이라는 막대한 매각 대금을 챙기게 됐다. 이스타항공 2대 주주라는 지위도 누릴 수 있게 됐다. 부실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매각으로 수혜를 입게 된 꼴이다.
창업주인 이상직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요직을 맡기도 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역겹게도 ‘일자리 전도사’를 자임하며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런 자를 공천한 여당과 정부도 책임이 있다.
4월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의 예외라며 매각을 승인해 줬다. 정부가 정리해고의 수순인 매각을 묵인하고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또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시도는 제주항공에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구조조정의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빅3’ 항공사로 몸집을 불릴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으로 2000억 원을 지원받기로도 했다.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풀기’이다.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시도가 보여 주듯이, 문재인 정부는 기업에게는 막대한 재정 지원으로 특혜를 주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는 뒷전이다.
최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동자 정리해고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일자리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