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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자회사 실태:
저임금 고착(직무급제), 고용 안정은 미흡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앞두고 6월 1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6월 1일 인천공항과 가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해, 5일에는 청와대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여전히 용역업체 소속으로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주요 성과로 내세우지만, ‘정규직화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에서조차 이 정책은 실패했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9785명 중 9644명이 용역업체에서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지난 4년 동안 인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고작 2.5퍼센트(241명)다. 자회사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우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대다수는 신설된 복리후생 외에는 급여 수준이 이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삭감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평가한다. 관리할 시설은 늘어난 반면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높은 노동강도 문제도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카트 노동자들과 송환대기실 노동자들은 자회사 고용에서조차 배제돼 여전히 용역업체 소속이다.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 명은 직접 고용한다고 했지만, 실제 이행은 중단된 상태다.

이런 문제는 단지 인천공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최근 열린 자회사 노동조건 실태 증언대회(공공운수노조 주최)에서 인천공항, 철도, 발전, 도로공사, 잡월드, 마사회 등 여러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을 폭로했다. 저임금과 차별 처우,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 등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회사, 절반의 성공?

최근 노동부가 공공기관 72곳의 자회사 운영 실태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자회사 61곳에서 직무급제가 도입됐다. 이들의 임금은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85퍼센트 수준인데, 직무급제는 이런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고착시키는 임금 체계이다. 전체 자회사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3000만 원 정도이고, 그중 37퍼센트를 차지하는 환경미화, 일반경비, 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보다 더 낮다.

철도, 한국공항, 산업은행 등의 자회사에서는 사업 범위와 규모 변경을 이유로 인력 감축, 직무 변경, 원거리 전보 등과 같은 구조조정도 벌어지고 있다. 고용 보장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는 것이다.

노동부는 자회사 운영 실태를 100점 만점에 50.4점은 된다고 발표했는데, 노동자들이 말하는 현실을 보면 이조차 지나치게 후한 평가임을 알 수 있다.

노동부는 이런 후한 평가를 바탕으로 자회사 정책을 고수하고자 한다. 물론, 정부는 자회사의 “안정적·독립적·전문적 운영”으로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와, 모회사인 공공기관들이 충분한 재정 투여를 하지 않는데,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을 자회사가 마련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자회사로의 고용 정책은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재정 절감과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입됐다.

5월 28일 세종시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용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 ⓒ출처 〈노동과세계〉

지난 4년 동안 진행된 자회사 전환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의 기만성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 달리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특히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지만, 그 결과는 사실상 사기였던 것이다.

정규직화의 다른 지표들도 사실 내세울 게 없다. 공공부문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 규모는 박근혜 정부 때와 큰 차이가 없고, 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 역시 개선된 게 없다. 20만 명에 이르는 민간위탁도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자회사, 무기계약직, 민간위탁 등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투쟁하고 있다. 6월에는 정부 예산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예산을 포함하라고 요구하며 시기를 집중해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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