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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선거:
파시스트의 득표는 줄었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프랑스 대선의 전초전이라 여겨진 6월 20일(1차), 27일(2차) 지방선거에서 가장 커다란 패배를 겪은 쪽은 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다.

마크롱의 ‘전진하는 공화국당’(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은 1차 선거 때 전국 평균 11.2퍼센트, 2차 선거 때는 겨우 7퍼센트를 득표했다(프랑스여론연구소 출구조사). 마크롱이 당선한 2017년 대선 1차 투표(24퍼센트)나 2019년 유럽의회 선거(22퍼센트) 때보다 현격히 줄어들었다. 지역별로 봐도 ‘전진하는 공화국당’이 3위 안에 든 곳은 공화당과 연합해 출마한 한 곳뿐이다.

마크롱은 2017년 당선 직후부터 대중의 삶을 가차없이 공격했고 큰 저항에 부딪혔다. 유류세 인상 시도가 촉발한 노란 조끼 운동, 몇 달 간 이어진 대규모 연금 개악 반대 파업, 지난해 말 보안법 반대 50만 시위 등.

그럴 때마다 마크롱은 군사화된 진압 작전을 공격적으로 벌이고 권위주의적 조처를 잇달아 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웠다. 이런 일들로 마크롱은 인기를 크게 잃었다.

사실 2017년 마크롱의 당선 자체가 유력 파시스트 정치인 마린 르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보 유권자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마크롱에 투표한 덕분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마크롱 4년에 대한 대중의 커다란 반감을 보여 줬다. 그리고 마크롱이 “파시즘에 맞선 장벽”이 되기는커녕 선거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음도 드러냈다.

파시즘

한편, 마크롱이 위기 때마다 권위주의를 강화한 것은 정치 지형을 우경화시켰고 파시스트가 성장하는 데 득이 됐다.

마린 르펜과 그의 정당 국민연합(RN)은 사회 불안정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위협적으로 부상했다. 르펜과 국민연합은 마크롱이 탄압하겠다는 이른바 “이슬람-좌파 동맹”에 가장 잘 맞설 세력을 자처하며 성장했다. 그러면서 최선두를 다투는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연합은 득표율이 소폭 줄어, 6개 주(州)에서 승리한다는 르펜의 호언장담을 실현하지 못했다. 국민연합은 전국 평균 19(1차)~20퍼센트(2차)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다. 지난번 2015년 지방선거(27.7퍼센트)나 2019년 유럽의회 선거(23퍼센트) 때보다 약간 줄어든 것이다.

국민연합이 아직 전국적·기층 수준에서 탄탄하게 뿌리내리지는 못한 것이다.

선거 직전인 6월 12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시위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6월 12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 ⓒ출처 Photothèque Rouge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합은 프랑스 제2도시 마르세유가 포함된 프로방스알프코테다쥐르주(州)의 1차 투표에서 35퍼센트 이상 득표해 1위를 하며 만만찮은 저력을 보여 줬다. 르펜은 내년 대선까지 “전국적 조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기성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전국 평균 27.3퍼센트(‘입소스’ 출구조사)를 득표해 1위를 했다. 이제 내년 대선에서 “파시즘을 저지하는 장벽” 구실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그자비에 베르트랑이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공화당의 성적은 2017년 대선 때 마크롱에게 빼앗긴 표를 일부 되찾은 수준으로, 마크롱의 추락에서 반짝 반사이익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 지역 단위로 봐도 공화당은 기존에 지자체장을 보유한 곳을 수성한 수준이다.

게다가 베르트랑은 사르코지 공화당 정부 시절(2007~2012)에 노동·보건부 장관을 지냈던 자로, 연금 개악 등 여러 신자유주의적 공격에 책임이 있는 자다. 이런 자가 집권한다고 해서 프랑스 대중의 심각한 고통이 완화될 리 만무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고통이 국민연합이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이전에도 프랑스 공화당은 “파시즘을 저지하는 장벽” 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다. 외려 파시스트들은 공화당 정부하에서 크게 성장했다.

1995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자크 시라크는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NF) 대표 장-마리 르펜(마린 르펜의 아버지)과 표를 뒷거래했고, 이후 지방선거에 국민전선 인사들을 공화당 후보로 공천해 줬다.

이후 국민전선은 시라크 정부(1995~2007)가 자행한 신자유주의적 공격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성장했다. 그 결과, 2002년 대선에서 장-마리 르펜은 파시스트 후보로서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결선 투표에 올랐다.

당시에도 르펜을 저지하려면 시라크가 재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시라크 재선은 국민전선의 성장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재선한 시라크는 첫 임기 때와 꼭 마찬가지로 대중의 삶을 공격했다.

사르코지 정부의 무슬림 혐오와 “국가 정체성” 운운하는 민족주의에서 가장 득을 본 것도 바로 국민전선이었다.

대중적 반파시즘 운동이 시급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좌파는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는 후보가 출마한 곳에서 (지난 유럽의회 선거보다 출마한 지역구가 많이 줄었다) 5퍼센트 안팎의 득표를 했는데,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멜랑숑이 19.5퍼센트나 득표한 것에 견주면 턱없이 낮은 것이다.

프랑스 좌파들은 그간 마크롱 정부의 이슬람 혐오와 민족주의에 기회주의적으로 대처하거나 양비론(‘정부도 이슬람도 모두 문제다’)을 펴 왔고, 인종차별·파시즘에 맞선 대중 운동 건설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분노와 저항에 효과적으로 접속하지 못하고 분열과 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열을 정비하고 파시즘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 대중적 반파시즘 시위가 계속 이어져 거리에서 파시스트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한 공동전선이 프랑스에서 건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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