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
마크롱 신당이 승리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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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프랑스에서 총선 1차 투표가 실시됐다. 1차 투표 결과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낮은 투표율이다. 48.7퍼센트로 역대 최저치이다. 2012년 총선 때의 57퍼센트보다도 훨씬 낮다. 그만큼 마크롱의 정치적 지향에 프랑스인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신호다.
둘째, 전통적 중도계 정당들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2년 총선에서 27퍼센트를 득표한 중도우파 공화당(당시 당명은 대중운동연합)은 이번에는 15.7퍼센트를 득표했다. 중도좌파 사회당은 몰락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29퍼센트를 득표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했던 사회당이 이번에는 7.4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해 5위로 주저앉았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폐단, 장기 경제 침체, 긴축재정, 이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분노가 낳은 정치 위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철저한 좌파’ 장뤽 멜랑숑은 이번 총선이 프랑스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 줬다고 지적했다.
셋째, 장뤽 멜랑숑의 정당 ‘불굴의 프랑스’가 11퍼센트를 득표해 크게 성장했다. 2012년 멜랑숑의 좌파전선은 6.9퍼센트를 득표했는데, 이번에 거의 갑절로 득표한 것이다. 득표수로 약 70만 표가 증가했다. 기존 정치세력 중 유일하게 득표를 늘렸다. 투표율이 낮은데도 득표가 오히려 늘었으니 더욱 값진 성과다. 멜랑숑의 성장은 정치 양극화의 왼쪽 측면으로서 선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좌파적 개혁주의가 성장하는 현상의 일부이다.
영국 총선 결과와 함께 멜랑숑의 성장은 유럽이 ‘우경화’했다는 일각의 관측이 일면적임을 보여 준다.
넷째, 그럼에도 프랑스의 나치 정당인 국민전선의 득표가 ‘불굴의 프랑스’보다 높다. 국민전선은 13.2퍼센트를 득표해 3위를 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 13.6퍼센트를 득표한 것보다는 조금 떨어졌다. 득표수도 약 50만 표가 줄었다.
그래도 국민전선이 약 3백만 표나 얻었으므로 반자본주의신당 NPA 등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반나치 공동전선을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전진하는 공화국당’(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이 언론들의 예측대로 전체 5백77석 중 4백 석 이상을 차지해 대승을 거두더라도, 그 정부에 예상만큼 큰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전진하는 공화국당’은 28.2퍼센트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지만, 2012년 총선 때 사회당의 득표율 29.3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낮은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전진하는 공화국당’은 전체 유권자의 단지 15퍼센트의 지지만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마크롱의 신당이 70퍼센트가량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프랑스 선거 제도의 특성*과 투표의 분산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래도 마크롱은 의회에서 다수파를 형성한 것을 기반으로 그동안 공언해 온 자신의 정책을 펼쳐 나가려 할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12만 개를 줄이고, 6백억 유로(약 75조 원) 규모의 긴축재정을 실시하고,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친기업·반(反)노동자 정책, ‘이슬람주의 테러’를 막는다며 경찰 1만 명을 늘리는 인종차별 정책,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제국주의 정책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마크롱은 1년 반 동안 유지된 국가비상사태를 올해 11월까지 연장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집회의 자유 등 민주적 권리를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의 계획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위기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부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프랑스 노동자들은 전임 사회당 정부 하에서도 저항을 했다. 게다가 마크롱 정부는 사회당 정부와 달리 노조 상근간부층에게 ‘우리의 정부’라고 인식되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