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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커녕 망언:
서울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 모독 말라

왜곡과 망언으로 점철된 서울대 당국 인사들의 입장문 왼쪽은 학생처장의 SNS 글, 오른쪽은 생활관 부관장의 입장문

최근 서울대에서 다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학내외에서 큰 공분이 일고 있다. 또한 학교 측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자행해 온 ‘갑질’이 알려져 더욱 분노를 사고 있다.(관련 기사 : 서울대 또 청소 노동자 사망 —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 갑질에 시달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이하 생활관)을 청소했던 고인은 정원 196명의 넓은 기숙사동 전체를 매일 홀로 청소해 왔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의 기숙사 거주 시간이 늘어나 쓰레기 양이 급증했지만 인력은 확충되지 않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

서울대 청소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2018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 됐다. 그러나 처우는 별로 개선된 것이 없어 여전히 최저시급이고, 노조의 인력 확충 요구는 계속 무시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대 당국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높아지자, 7월 11일에는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서울대에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그런데 서울대 당국 보직교수들은 자기 책임을 덮으려고 오히려 온갖 궤변과 망언을 쏟아 내고 있다.

서울대 당국은 고인이 사망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갑질 관리자에 대해서 “징계 예정은 아직 없다”면서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평소 업무를 잘하던 사람”이라며 그 관리자를 두둔했다.

심지어 고인이 사망한 후에도 관리자의 갑질은 계속됐다. 한 노동자가 건물 청소가 일찍 끝나 휴게실에 갔더니 관리자가 “근무지 이탈”이라면서 반성문을 쓰게 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해당 관리자에 대한 조사를 인권센터에 의뢰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간 끌기용이다. 인권센터 조사 의뢰 바로 다음 날(7월 9일) 구민교 학생처장(행정대학원 교수)은 갑질 관리자를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해당 관리자는 같은 대학원 석사 출신의 제자이기도 하다.

학생처장은 “유족 모두 순수하고 겸손한 분들이었”으나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7월 10일, 생활관 부관장도 “외부 세력의 개입”을 운운하는 입장을 냈다.

사망한 청소 노동자가 민주일반노조 조합원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런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지 알 수 있다. 학생처장이 막말을 하자, 유가족이 “고인을 더 이상 모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

"외부세력"이라는 헛소리 고인은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 7월 7일 민주일반노조가 진행한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 ⓒ이시헌

학생처장은 기숙사 노동 강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노동현장 근처도 가본 적 없는 교수가 무슨 근거로 과로가 아니라고 ‘판정’을 내리는가? 925동 기숙사를 이용해 온 많은 학생들이 “한 사람이 감당할 만 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학생생활관 행정실장은 사망 사건이 알려지기 직전 청소 노동자들을 불러모아 ‘휴일 근무를 폐지하겠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는 그대로 둔 채 휴일 근무만 폐지하면 노동강도는 오히려 강화되는데 말이다! 게다가 임금은 삭감된다.

이처럼 학생처장 등은 지엽말단적인 쟁점을 물고 늘어지고 악의적인 왜곡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오세정 총장은 이런 망언 퍼레이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오세정 총장 하에서 벌써 청소 노동자 두 명이 사망했는데 말이다.

서울대 민교협 등 교수들도 나서서 ‘산재 공동조사단’의 구성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노조는 7월 10일부터 총장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운동에는 단 하루 만에 80여 단체와 수천 명이 참여했다. 같은 날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도 학교 당국의 공식 사과와 청소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학내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오세정 총장은 고인의 죽음 앞에 사죄하고, 지금 당장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해결을 위한 서명 운동

서명 링크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

* 서울대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단체 모두 참여 가능한 서명운동입니다.

** 서명 결과는 서울대 총장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발의 단체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