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우리 학교 제2공학관(302동)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 한 분께서 사망하셨습니다. 고인은 낮 시간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아래에 고인께서 돌아가신 휴게실을 저희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 찍은 사진을 덧붙입니다. 처음 휴게 공간을 보았을 때,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 모두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계단 아래에 간신히 마련된 간이 공간. 너무 덥고 비좁은데다 지하 구석에 위치해 환기조차 잘 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던 공간. 그 곳을 고령의 노동자들은 ‘휴게실’이라고 부르며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날,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였습니다. 그렇게 더운 날, 8068평에 달하는 건물을 매일 새벽에 출근해 쓸고 닦던 노동자에게 내어진 공간은 고작 한 평 남짓한 간이 공간뿐이었습니다. 누구도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가장 큰 규모의 재원을 운용하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학에서 그런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공간이 고장났다는 이야기입니다.
학교 측은 이 사망이 단지 고인의 ‘지병’에 의한 것이었다며 먼저 선을 그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이 정말 대학이라면, 그리고 고인의 노동에 의해 학교의 일상적 운용이 지탱되어 왔음을 생각한다면,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입니다. 또한, 67세의 고령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그렇게 더운 날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그를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측의 책임입니다. 이런 내용의 책임 인정이나 사과 없이 언론에 고인의 죽음을 지병에 의한 죽음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학교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살아생전 고인께 갖추지 못한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노동자의 인간적 대우에 관심 없는 학교의 모습을, 폭염에조차 불평등이 스며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죽음에는 우리 사회가 저임금 노동자, 용역업체 비정규직 출신의 노동자를 대해 온 방식이 녹아 있습니다. 힘없는 늙은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그가 생을 마감한 공간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보고도 “사인은 개인 지병”이었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일부 언론은 대체 어떤 진실을 보도하고 있습니까?
이제 우리가 고인의 죽음에 답해야 합니다. 평소에 아마 우리 중 대부분은 고인께서 어떤 환경에서 일하시는지, 식사는 어디서 하고 휴식은 어디서 취하시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지내면서도 그의 존재 자체도 몰랐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죽음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닥친 지금에서야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어서야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땅히 고인께 갖춰야 할 예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관심 갖고 행동하는 일입니다.
이 죽음은 사회적 죽음입니다. 이 땅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울대학교는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실태를 전수 조사해 열악한 휴게 공간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고인을 고용해왔던 사용자로서, 이제라도 그를 살아생전 비인간적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근무환경과 처우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고인께서 더 이상 외치실 수 없기에 우리가 내야 할 목소리입니다. 이 죽음에 우리가 답해야 합니다. 잊지 말고 실천함으로써 말입니다.
2019.08.14.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