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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청소 노동자 사망에 사과
열악한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라

"청소 노동자도 인간답게" 서울대에 차려진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사망한 지 38일 만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공식 사과했다. 서울대 당국의 책임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오세정 총장은 오늘(2일) 입장문에서 “고인과 유족, 그리고 피해 근로자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유족·피해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오세정 총장 임기 동안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두 번이나 발생했다.(관련 기사 : 찜통 같은 열악한 휴게실에서 죽은 서울대 청소 노동자)

이 두 죽음 모두 열악한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다. 기숙사 청소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과로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학교 측 관리자의 ‘갑질’에도 고통받아 왔다.

그런데도 서울대 당국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심지어 학생처장 등 보직교수들은 관리자의 갑질을 감싸며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는 둥 망언을 쏟아냈다.(관련 기사 : 사과는커녕 망언 서울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 모독 말라)

오세정 총장은 논란을 일으킨 학생처장의 보직에서 해임했지만, 인권센터 조사 결과를 보자며 시간을 끌어 왔다.

서울대 당국의 뻔뻔한 태도에 학내외의 비난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노조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받고 있는 연서명에는 단체 200여 곳과 7500여 명이 참여했다.(8월 2일 자정 기준)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사망 현장을 방문해 해결을 촉구했다. 이 방문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월 30일 고용노동부도 ‘필기시험 실시 및 시험성적의 근무평정 반영 관련 의사표시’,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관리자 징계 등의 조처와 개선 방안,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오세정 총장은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당장의 시급한 조치들만이 아니라 학내 독립채산제 등 구조적인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기숙사 당국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노조와 협의도 없이 주말근무 폐지를 추진한 것이다. 이는 노동강도는 높이고 임금은 삭감(22만 원 가량)하는 조치다.

오세정 총장의 사과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서울대 당국은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저 상황을 모면하려는 제스처로 노동자와 연대자들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