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마땅히 산재로 승인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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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과중한 노동강도와 갑질에 시달리다가 숨진 서울대 청소 노동자 A씨의 유족이 9월 3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이날 고인이 속했던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도 유가족들은 산재가 최종 승인되기 전까지 마음 졸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게 현실인데도 기자회견 전날, 문재인 정부는 누더기 중대재해법을 더 후퇴시키는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A씨의 죽음과도 관련 있는 과로사 질병은 중대재해에서 제외됐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예방할 의무도 시행령에서 빠지게 됐다.
한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50억 원 대부분이 이명과 어지러움 등에 대한 ‘산재 위로금’ 명목이라며 ‘해명’했다.
노동자의 목숨은 기업 이윤보다 뒷전이고, 권력자 자녀의 이명만도 못하게 취급되고 있는 분노스러운 현실이다.
과중한 노동강도
산재 신청을 대리한 권동희 노무사는 관련 기록과 동료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망의 주요 원인은 과중한 노동강도에 있다고 역설했다.
기숙사 청소 노동자들은 고인이 담당했던 925동이 다른 동보다 업무량이 많고 청소가 힘들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있어 물청소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도 없어 4층짜리 건물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청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층 샤워실은 환기가 되지 않아 곰팡이가 자주 꼈는데, 천장에 낀 곰팡이와 물때를 매일같이 청소하느라 A씨는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을 앓기도 했다. A씨가 다른 동으로 순환 근무를 가고 싶어했다는 동료 노동자의 증언도 나왔다.
쓰레기 양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과로의 한 요인이 됐다. 서울대 당국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925동에서 배출된 쓰레기 양은 2019년 이후로 2배 이상 늘었으며,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도 하루 평균 4개 이상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고인이 학기 중인 3~6월에 날라야 했던 쓰레기의 양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무 기록을 분석한 결과, A씨는 6월 26일 사망하기 전 3개월 동안 7일밖에 쉬지 못했다. 열흘 이상 연속근무도 4번이나 있었다.
게다가 6월 초 새로 부임한 중간관리자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드레스코드”를 요구하고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직장 갑질을 자행했다. 이런 강화된 통제는 A씨에게 더한층의 혹사를 강요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았고, 서울대 총장이 사과하고 인권센터도 고용노동부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9월 10일 해당 관리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여전히 책임 회피하는 서울대 당국
이처럼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의 누적이 A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런데도 서울대 당국은 고인은 산재로 사망한 게 아니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산재를 신청한 A씨의 남편 이모 씨는 “서울대 당국은 또다시 제 아내의 죽음이 과로에 의한 산재가 아니라며 모든 상황을 오리무중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오세정 총장은 노동강도를 완화시키는커녕 오히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주말 청소업무를 외주용역으로 맡겨 간접고용을 부활시키고, 휴일근무 수당을 삭감해버리는 기숙사 당국의 ‘대책’을 승인한 것이다.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고 한 약속과 달리 최근엔 관리자의 갑질을 증언한 계약직 청소 노동자에게 해고(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이런 노동조건 악화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한 유족의 산재 신청은 마땅히 승인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