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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아프가니스탄:
상처 입은 위험한 야수 ─ 제국주의의 실패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참패했다는 증거는, 카불에서 미군이 최종 철군하는 과정 전반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카불 공항에 대한 폭탄 공격. 미군의 목숨을 여럿 앗아간 이 공격은, 탈레반이 제시한 철군 시한이 되기 전에 미군이 철군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었던 듯하다.

둘째, 애초에 미국(뿐 아니라 점령군 소속 다른 군대들 누구도)은 탈레반이 제시한 철군 시한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

셋째, 미국이 IS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서뿐 아니라 난민들의 공항 진입을 막는 데서도 탈레반 전사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이는 미국의 이라크전 패배의 또다른 반향이다.

이라크 전쟁도 미국이 세계 지배력을 재확립하고 “미국의 두 번째 세기”를 열어젖히려 약 20년 전에 시작된 전쟁이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저항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철군해야 했다. 미국 침공의 희생자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 일부가 그런 저항에 나섰다.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침공의] 여파로 벌어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적 중 하나에 의존해야 했다.

2014년 이라크 재침공이 불가능해지자, 미국은 이라크 파괴의 부산물인 ‘이슬람국가’(IS)에 맞서는 일을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 세력들에 내맡기고 이라크를 떠났다.

미국의 이라크전 패배 때문에 이란이 미국의 지배력에 도전을 키울 수 있었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 때문에 중국에 여지가 생겼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 지배력에 대한 최대의 경제적·군사적 도전이다. 전 세계 GDP(전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미국보다 많다. 또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곳곳의 나라들과 무역 협정을 맺어 왔고, 그런 나라들을 지원하려고 대규모 인프라 사업도 벌였다.

상처 입은 야수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 한다 ⓒ출처 Gage Skidmore(플리커)

그래서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중국을 미국의 “최대 도전자”라고 하는 것이고, 중국에 맞서 서방을 결집시키는 데에 집착하는 것이다.

탈레반 지도부는 중국 외교관·정치인들과 회담을 여러 차례 가졌는데, 지난주에 있었던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의 만남도 그중 하나였다. 중국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교역 관계를 증진시키려는 듯하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20년째 진행 중인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적 패배의 정점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정치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과 미국 지배계급은 손해를 감수할 태세가 된 듯 보인다. 이번 철군은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심지어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중국이 탈레반과 관계 맺는 것이 중앙아시아를 통제할 조처라도 되는 양 환영하는 태세다.

블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웃 나라들은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다. 반면 이 지역이 항구적인 내전에 접어들거나 탈레반의 손에 떨어져 득을 보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일면 이는 미국의 취약함을 나타내는 또다른 징후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를 계속 단속하려면 최대 경쟁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긴다는 것도 동시에 보여 준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이 더는 미국의 골칫거리가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약 10년 전 당시 미국 민주당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축소하려 시도했었다. 대신 오바마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에 착수하고 싶어했다.

이는, 태평양의 동맹들과 무역 협정을 새로 맺어 중국에 맞서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저항 운동 진압에 실패해 발목이 잡혔다.

도널드 트럼프도 같은 것을 원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바이든이 실제로 철군했고 다시는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IS에도 말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지난주 폭격으로 “대규모 군사 작전 없이” IS 지도자들을 “처치했다”며 이를 확실히 했다.

바이든은 중국이 탈레반과 관계 맺는 것도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고문이자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주용비아오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패배에서 득을 보고자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주 교수는,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거둘 경제적 이득이 많지 않은 반면, 중국 지배자들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단연코 세계 최강이다. 바이든과 미국의 동맹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그 힘에 기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위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의존하는 주요 항로이기도 하다. 이제 바이든은 남중국해를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초점으로 삼고자 한다.

보수당 의원, 영국이 ‘수에즈 이후’ 최대 위기라고 시인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에서 영국이 입은 타격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크다.

전직 군인이고 하원 외교위 의장인 보수당 의원 톰 투겐하트는 이 패배가 영국이 저지른 “1956년 수에즈 사태 이후 최악의 대외 정책 실패”라고 했다.

수에즈 사태는 대영제국의 몰락을 결정짓는 사건이었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둘 나세르는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했다. 영국이 사실상 통제하던 이 항로는 중요성이 엄청났는데, 영국의 중동 지배에서 핵심 수단이었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이집트를 침공했는데, 미국은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격분했고, 이 침공 때문에 중동에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해를 입을까 두려워했다.

미국은 유엔에 개입해 영국과 프랑스에 철군을 요구했다. 이는 영국 지배자들에게 굴욕이었다. 바로 그 때 영국 지배자들은 앞으로 다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행동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 후 영국은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했다. 영국 정부는 그런 관계를 맺음으로써 영국이 유럽연합에 대한 영향력을 얻게 되고, 유럽연합에 속해 있음으로써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얻게 되리라 여겼다.

영국은 이를 막대한 군비 지출로 뒷받침했다. 그로써 영국은 군사력 면에서 특별한 위상을 얻으리라 기대했다.

노동당 전 총리 토니 블레어도 군사력에 기댔다. 영국의 이라크 전쟁 수행 과정을 조사한 하원의 칠콧 보고서에서 많은 증거를 들어 이를 밝힌 바 있다.

블레어는 조지 부시가 유럽연합 대 영국의 갈등에서 영국을 편들어 주리라 기대하고 부시 편에 섰다. 블레어는 영국이 유럽연합과 유엔에서 온건파인 양했지만, 그러면서 줄곧 침공을 옹호했다.

외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모두 영국에 또다른 굴욕이었다. 영국군은 이라크 바스라와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저항에 패배했다.

이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영국에 남은 영향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드러냈다.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가 점령을 사실상 무기한 이어가고 싶어하는 듯한데도 말이다. 바이든은 영국을 비롯한 이들 나라 모두를 무시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유럽 어느 나라도 미국과 따로 독자적으로 행동할 힘이 없다고 했다. 영국은 미국과 관계가 밀접하다지만 영국도 미국의 철군을 말릴 수 없었다.

영국이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해서 영향력을 얻는다는 생각은 파산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끝없는 전쟁을 간절히 바란 사람 중 다수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영향력을 잃었다고 한탄한다는 사실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반길 이유 중 하나다.

3월 영국은 중요한 대외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미중 갈등에서 미국을 근접 지원하면 특별한 영향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썼다.

그런데 현재 영국은 분명히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실질적 영향력이라고는 전혀 없다. 제국주의 강국 영국의 유혈낭자한 역사를 혐오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는 좋은 점이다.

‘선한 전쟁’이라는 신화 ─ ‘인도적 개입’의 기원

정부들이 피에 굶주리고 탐욕 때문에 벌이는 것이라 인정하면서 시작되는 전쟁이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숭고한 목적이 있다고 포장된다.

100년도 더 전에 영국이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표면상 이유는 “용맹한 소국 벨기에”를 독일의 침공에서 수호하는 것이었다. 한편, 독일은 러시아의 폴란드 억압을 종식시키기 위해 싸운다고 했다.

사실 양측 모두 제국주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벌인 것이었다.

그후, 군사적으로 대응할 특정 외국의 “잔학행위”를 찾아내는 지배계급의 전통은 거듭거듭 되풀이됐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며 무언가가 바뀌었다.

베트남 전쟁은 1973년에 미국 제국주의의 참패로 끝났다. 이는 베트남 해방 투사들과 바로 미국 안에서 벌어진 강력한 반전운동의 결합 때문이었다.

허위

당대를 살았던 한 세대의 사람들은, 1960년대 후반 동원된 것 같은 허위 정보와 악선동에 훨씬 덜 흔들렸다.

권력자들은 전쟁을 책동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런 전략을 도입한 사람이 바로 토니 블레어였다.

블레어는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키고, 막대한 부정의를 회복하고, 폭정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키겠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블레어는 서구의 권위를 무시하는 국가들에 대해 “강경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레어는 그런 일은 강대한 권력자·정치인들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1999년 발칸 전쟁은, 블레어가 말한 인도적 목적을 위해 벌이는 “대의를 위한 전쟁”의 초기 시험장이었다.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이웃한 코소보로 영토를 넓히려는 계획을 발표하자, 블레어와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세르비아에 나토의 폭격을 쏟아부었다.

수도 베오그라드에 밤마다 폭격을 퍼부어 병원·학교·기념비·다리를 파괴했다. 중국 대사관도 폭격을 맞았다.

나토가 여러 편으로 갈린 내전에서 한쪽을 공격한 것 때문에 인종 청소 광풍이 촉발됐다.

결국 미국·유럽연합·러시아가 발칸 지역 전체를 민족에 따라 분할했고, 그에 따라 분할된 민족 집단을 폭력배들이 주무르게 했다. 그런 노골적인 제국주의에 좌파 전체가 분노의 목소리를 드높였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좌파 지식인·논평가 일부는 폭격을 지지하는 데까지 후퇴했다.

전쟁을 지지한 이 부류 사람들은 “선한 전쟁”이라는 관점을 옹호했다. 이 때문에 서구 열강은 독재에, 심지어 “파시즘”에, 혹은 밀로셰비치와 유고슬로비아 군대에 맞설 때 도덕적 우위를 얻게 됐다.

하지만 그런 서구 열강은 목표를 자의적으로 선택했다. 서구 열강이 지원하는 잔혹한 독재자들은 결코 표적이 되지 않았다. 서구 열강 자신의 전쟁 범죄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하게도, 이런 [전쟁을 지지하는 좌파 지식인·논평가] 집단은 블레어의 제국주의 프로젝트에 “급진적” 외피 구실을 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과정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영국이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급진 좌파 출신 인사들 일파가 이를 지지했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실제로 잔혹했다. 하지만 이 잔혹상은 영국이 군사력을 과시하고, 다국적 광업 기업을 만족시키기 위한 핑곗거리로 이용됐다.

심지어 [강대국의] 개입을 지지하는 비영리 국제기구 ‘국제위기그룹’조차 영국이 시에라리온을 침공해 “오랫동안 고통받은 시에라리온 사람들을 대신해 [시에라리온을] 자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국가로 만들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 “성공적”인 침공 이후 영양실조와 질병이 시에라리온을 휩쓸어, 어느 모로 보나 내전 시기를 방불케 하는 참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때쯤에는 전쟁 지지 좌파는 다른 쟁점으로 옮겨간 후였다. 그 좌파들은, 갈등과 빈곤의 책임이 체제에 있다는 비판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런 집단이 지금까지 해 온 가장 중요한 구실, 즉 아프가니스탄 침공·점령을 옹호하는 일을 할 상황이 조성돼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 전쟁이, 9·11 공격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에서 벌어졌지만 “해방과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 속임수가 속속들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사죄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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