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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이윤 추구가 낳은 수에즈운하 위기

인양되는 에버기븐호. 2000년대만 해도 컨테이너 8000개를 싣는 선박을 ‘초대형선’이라 했지만, 에버기븐호는 2만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다녔다 ⓒ출처 수에즈운하청(SCA)

카를 마르크스는 1857년에 이렇게 썼다. “자본은 유통, 즉 교환을 방해하는 모든 지역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를 정복해 시장으로 삼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을 통해 공간을 제거하기 위해, 즉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상품을 — 캘리니코스] 이동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이 말이 오늘날에도 옳은지 확인하고 싶다면, 수에즈운하를 막은 대만 기업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보면 된다.

마르크스는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 “자본의 시대”로 부른 시기에 글을 썼다. 세계경제는 산업 자본주의에 적합하게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철도와 증기선 같은 기술 혁신은 “저렴한 운송·통신 수단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에 기반한 생산의 조건”이라고 했다.

1860년대 이집트에서 아시아와 홍해·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를 건설한 것도 이런 과정의 일부였다. 영국은 재빨리 운하의 지분을 대부분 사들였고 1882년 이집트를 점령했다.

영국은 수에즈운하의 운영권을 확보한 덕분에 주요 식민지인 인도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게 됐다. 또, 인도의 수출품을 유럽과 미국에 공급할 수 있게 돼, 영국의 국제 수지 균형을 맞추는 데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1947년 인도 독립은 대영제국 몰락의 시작이었다. 당시 보수당 총리 앤서니 이든이 1956년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델 나세르의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되돌리지 못하면서 대영제국은 종말을 고했다.

이후에도 수에즈운하는 세계 자본주의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운송·통신 수단”을 혁신하고 있다.

피상적인 논평가들은 종종 세계화가 “지리적 공간의 종말”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컨테이너선은 아시아의 새로운 생산 허브에서 전 세계로 펼쳐진 국제 공급망을 따라 상품을 운송한다. 전 세계 무역의 90퍼센트는 여전히 해상 운송을 통한다.

그리고 이 중 12퍼센트, 하루 평균 50척 분량의 화물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

컨테이너

〈파이낸셜 타임스〉의 브랜든 그릴리는 에버기븐호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선박들이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 2007년에 …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은 컨테이너를 8000개 운반했다. 요즘 어떤 선박들은 2만 5000개에 이르는 컨테이너를 운반한다. 에버기븐호도 2만 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운반한다.”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 제약 때문에 컨테이너선의 길이를 계속 늘일 수 없어 점점 더 폭을 넓히고 화물을 더 높이 쌓아 올리게 됐다.

그릴리의 표현처럼 “바닷물을 들여오려고 24미터 깊이로 판 도랑에 지나지 않는” 수에즈운하에 조종이 쉽지 않은 초대형 선박이 들어갔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은 문외한도 짐작할 수 있는 바다.

급진적 학자 랄레 칼릴리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해, 1956년 수에즈 위기로 8개월 동안,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8년 동안 운하 출입이 막히면서 선박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거쳐 화물을 보내면 시장에 도달하는 데 3주가 더 걸린다.

선박을 키우면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선박들 중 하나가 운하를 막고 하루 거의 1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을 지연시켰다. 이 배는 조만간 인양되겠지만, 해운 기업들은 희망봉으로 가는 길에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해적으로부터 보호받으려고 미국 해군과 접촉해 왔다.

그리고 배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배를 움직이는 것은 160만 선원들의 노동이다. 마르크스는 “운송·통신 수단”이 “이윤 창출의 영역, 즉 자본에 의해 조직된 노동의 영역”으로 기능한다고 적었다.

한 해운업자는 지난해 12월 “숨겨진 인도주의 위기”를 경고했다. “봉쇄 조처로 … 선원 40만 명이 계약이 끝났는데도 선박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이 상기시켜 줬듯, 세계 자본주의는 인간의 피땀어린 노동으로 지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