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점령군은 떠났지만 파장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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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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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정확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무도 모르지만, 수십만 명은 훨씬 넘으리라는 추산이 많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미국은 전략 목표, 즉 경제적 위상이 줄어든 상황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패권을 재천명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미국의 전략
미국은 힘을 과시하기는커녕 힘의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은 이라크 저항을 단속하기 위해 이란의 손을 빌려야 했고, 이 때문에 중동에서 이란의 위세가 더 커졌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아수라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힘을 자랑하거나 적대 세력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상황 통제에
20년의 전쟁과 점령이 실패한 것이다.

미국은 철수하는 와중에도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8월 26일 카불 공항 폭탄 공격으로 미국인 13명이 사망하자
중국과의 경쟁
하지만 미국의 철군 강행은 전략적인 고려의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9
철군의 진정한 목표는 경쟁국, 특히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도모한 바로 그 시점에
지금 바이든도 바로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애쓴다. 바이든이
하지만 이 과정은 질서정연하지 않을 것이며 뒤죽박죽이고 불안정으로 점철돼 있을 것이다.
서유럽 지배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와 연관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논평가 기디언 래크먼은 이렇게 썼다.
〈워싱턴 포스트〉는
탈레반
불안정은 아프가니스탄 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최대 군사
주변 강대국들은 탈레반과 빠르게 협력 관계를 수립하려 애쓰는데,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늘리려는 속셈이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파키스탄이 재건 지원을 발판 삼아 아프가니스탄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하지만 중국에게는
즉각 탈레반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인도와 이란도 각자의 꿍꿍이가 있다. 이슬람 혐오를 부추겨 온 인도의 강경 우익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미국의 패배와 파키스탄의 영향력 증대에 조바심을 느끼며 접경지에 군을 증강 배치했다. 이란 정부는 국경을 넘어오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때문에 정세가 어지러워질 것을 우려해 탈레반에게 국경 지역 경비를 강화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온전히 손을 뗄 생각이 없다.
점령 종식 후 미국은 서방의 후원을 받는 현지 세력
그와 동시에
그러나 제재는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는 더한층 재앙이 될 것이다.
압력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평화를 염원하고, 경제 재건과 불평등 해소를 바란다. 이 염원에 부응하지 않으면 탈레반의 주도력은 금세 힘을 잃을 수 있다.
탈레반은 여기에 커다란 압력을 받고 있다. 억압적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자기 전사들을 거듭 단속하고, 자신들이 적대하던 친점령 세력들까지 모아 연립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나서는 배경이다.
그런 압력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저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카불과 아프가니스탄 주요 대도시에서 여성들이 벌인 시위는, 당장 자녀를 먹일 식량도 물도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이들 중 적잖은 수는 아프가니스탄 시골에 살던 사람들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가뭄 피해를 피해 도시에 와서 생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밖에도 최근 카불에서는 은행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몇 달째 이어진 임금 체불에 항의해 탈레반의 작업장 복귀 명령을 거부하고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런 저항들은 점령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기후 재앙과 가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어진 데에는 점령군이 폭격으로 관개 시설을 파괴해 버린 탓도 있다. 또, 은행 노동자들의 임금이 될 돈을 빼돌린 것은 바로 점령군과 꼭두각시 정부였다.
게다가 이번 폭탄 공격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IS-K 문제가 있다. IS-K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파키스탄
이런 요인들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과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점령도, 열강의 간섭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