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동맹 복구, 목적은 무엇이고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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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뮌헨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서 유럽 동맹들을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에 맞선 장기간의 전략적 경쟁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중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 관행과 강압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 문제에도 함께 대응하자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 노선을 표방하며 미국의 기존 동맹 질서를 유지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선 때부터 바이든은 동맹 ‘복구’를 대외 정책의 주요 목표로 천명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들과 파리기후협약 등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정부의 리더십 ‘회복’과 ‘동맹 복구’ 노선은 트럼프 정부와 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바이든 취임 100일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국내 문제가 산적하지만, 바이든은 미국의 굳건한 세계적 리더십을 복구하려고 큰 걸음을 내디뎠다. … 그러나 커다란 시험이 여전히 앞에 있다.”
주류 국제관계학자인 존 아이켄베리의 지적대로, 바이든의 대외 정책은 1945년 이래 미국 엘리트들이 고수해 온 (그러나 트럼프 정부 때는 다소 흔들린) 신조를 재천명한 것일 수 있다. “국제 질서를 건설하고 주도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킨다.” “동맹과 국제기구들은 미국의 힘을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며, 정당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다.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지역들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갉아먹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도전을 동맹의 결집과 확대로 누르겠다는 의도다. 주요 국제기구들을 주도하고 많은 동맹국들을 확보했다는 점은 중국 등이 아직 따라잡지 못한 미국의 강점이다.
트럼프는 나토(NATO)를 가리켜 “한물갔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나토와 대서양 동맹의 의의를 강조하며 유럽 동맹국들한테 손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쿼드(Quad)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고 한다. 바이든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를 다 합치면 중국 등을 압도하고도 남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국제 질서를 유리하게 주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은 바이든의 대외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권위주의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쿼드
바이든 정부는 취임 후 지금까지 몇몇 외교 무대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3월 쿼드 정상회의에서 미국·인도·일본·호주는 코로나19 백신 생산·공급 확대부터 핵심 기술 워킹그룹 구성 등 여러 현안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5월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는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석 지지를 포함해 중국·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미국 엘리트들은 세계적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바이든의 노력이 첫발을 잘 뗐다고 대체로 만족하는 듯하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앞에는 만만찮은 모순과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의 자유시장 자본주의 국제 질서는 미국에 가장 유리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미국은 그 유지 비용을 감당하고 동맹들의 이익을 위해 일정 양보도 감수했다. 미국이 자국 주도로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을 관리하려면 그들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역량이 만만찮게 투여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미국 제국주의의 역량은 전성기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미국 엘리트들은 미국 경제의 상대적 지위 하락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패배 등 여러 지정학적 실패를 겪었다.
경제 위기도 문제다. 경제 위기는 국가들의 불협화음을 키우고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든다.
바이든도 트럼프 못지않게 중국과의 경제 갈등에서 단호하다. 그래서 첨단 기술과 몇몇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서방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바이든 정부는 극심한 경쟁을 각오하라고 위협하며 동맹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미국-유럽 동맹의 상황을 보면, 바이든 정부의 ‘동맹 복구’가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6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광범한 의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이 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6월 6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수준 높은 대체재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 등이 아니라 이 국가들이 무역과 기술에 관한 규칙을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의제들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유럽 강대국들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과 경계심을 갖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탈과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자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 싫고, 중국 기업들이 첨단 산업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프랑스·영국 등의 군함들은 흑해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거나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한다.
그러나 중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도 많다.
그래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에서 중국을 강하게 비난하지만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반대한다. 독일의 촉구로,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은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을 타결했는데, 이는 타결을 잠시 늦춰 달라는 바이든 측의 요청을 무시한 결정이었다.
또, 바이든 정부의 제재로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 지연되자 메르켈은 “우리[미국과 독일]의 이해가 늘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하며 미국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 노선에 반발해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며 유럽 자체의 방위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됐지만, 마크롱은 여전히 유럽 스스로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EU 탈퇴로 프랑스가 EU 안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강국임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의 행동을 자국 전략에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성명의 수위를 조절하라고 요구해 중국과 러시아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이 미국의 바람대로 100퍼센트 관철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쿼드의 경우에도, 바이든 정부 인사들은 공식적으로 쿼드가 나토와 같은 군사 동맹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바이든 정부가 쿼드를 반중국 군사 동맹으로 규정하면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쿼드와의 협력을 주저할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동맹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질서’가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동맹국들의 이익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 국가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며, 그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끝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상업, 환경, 지적재산권, 기술에 관한 기본 규칙을 보호하고 강화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는 특정 쟁점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동맹국들을 최대한 중국을 견제·봉쇄하려는 자신의 전략적 목표로 끌어들이려 한다. 필요하면 그들을 압박해서라도 말이다.
바이든의 이런 시도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중국·러시아 등의 반작용을 부를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지정학적 불안정을 더욱 키울 것이다. 특히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말이다.
배터리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한국 지배자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한미정상회담에서 협력 분야로 정한 배터리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름잡고 있고 미국도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지만, 한국은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원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한국의 재벌들도 한미동맹을 우선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꺼린다. 얼마 전 SK가 세운 최종현학술원이 낸 보고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비전에서 한국의 참여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과 ‘디커플링’ 시도가 심화될수록 한국 지배자들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이 미국에 협력할수록 대외정책의 모순은 커질 것이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넣는 데 동의하자, 6월 6일 미국은 대만에 지원하는 백신을 실은 군용기를 한국의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이륙시켰다. 이런 일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정학적 갈등에 더 깊이 휘말려 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