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빈 라덴 암살 ─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출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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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오는 7월 21일~24일에 열리는 ‘맑시즘 2011’ 연사로 방한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는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했다는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밤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이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미국 거리에서 환호하던 군중도 똑같이 승리감에 젖어 자축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두 결론은 이런 도취감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첫째, 이번 사건에 관한 유치한 언론보도의 주종을 이루는 ‘위인이 역사를 움직인다’는 사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서방 지도자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든 서방의 적들을 악마화하는 것이든 말이다.
빈 라덴이 죽었다고 해서 미국과 동맹들을 노린 지하드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제이슨 버크는 《알 카에다》에서 알 카에다가 단일한 중심을 가진 중앙집중적인 테러리스트 조직인 적이 없었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버크는 9·11 이전 영향력이 절정에 도달한 빈 라덴을 벤처 자본가에 비유했다. 당시 빈 라덴은 서방을 공격한다는 (그가 보기에) ‘전도유망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려고 이슬람주의 조직들에게 돈과 기술을 제공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전쟁으로 지하드 조직들은 크게 약화됐다. 그들은 아랍 혁명 과정에서 철저히 주변화됐다.
그러나 일부 무장 조직들은 살아남았다. 빈 라덴은 이들을 지휘한 적이 없다 . 그는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저항의 상징이었을 뿐이다. 이제 미국의 손에 죽었기 때문에 빈 라덴은 앞으로도 단지 조직된 지하드 집단들뿐 아니라 서방의 인종차별주의와 제국주의에 분노한 청년 무슬림들 속에서 그 구실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오바마는 빈 라덴을 암살한 덕분에 자신이 어차피 하고자 하던 일 ―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입 수위를 낮추는 것 ― 을 좀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거의 3년 전에 아나톨 리벤은 냉소적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에서 일하는 서방 정보원들은 오사마 빈 라덴 암살을 일순위로 삼아야 한다.
“빈 라덴 암살은 전 세계적 테러 위협을 줄이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 그러나 그것은 승리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더 쉽게 만들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증파는 이곳에서 서방의 위치를 좀더 유리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방 군대가 탈레반을 격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한편, 경제 위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약화된 미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변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증대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면 미국 정부가 이 두 전쟁에 투입되는 역량을 줄여야 함을 오바마는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주 오바마는 군 최고지휘관을 교체하면서 국방장관 자리에 로버트 게이츠 대신 중앙정보국(CIA) 출신 레온 파네타를 앉혔다.
파네타는 전 하원의원으로 빌 클린턴 정부에서 예산국장과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를 “대단히 중요한 워싱턴 정계 인사”로 묘사했다. 파네타는 미국의 방대한 재정적자를 삭감하기 위해 오바마가 줄이려 하는 국방부 예산 삭감을 주도할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전 미국 국방부 관료인 로렌스 콜브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게이츠가 국방부 장관으로 남아있는 한 국방예산 삭감은 가능하지 않다. 오바마는 파네타를 임명해 이 일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오바마는 CIA 국장 자리에 현 아프가니스탄 총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앉혔다.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점령이 붕괴하는 것을 막은 2007~2008년 미군 증파를 입안한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이 될 야심을 가진 영리한 정치형 군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논의와 좀더 연관된 점을 말하자면, 그는 오바마가 7월부터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의 대폭 철군 일정을 연기하기를 원해 왔다. 따라서 오바마는 그를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최근에 지적한 것처럼, CIA 자체가 “무장한 무인폭격기를 사용해 파키스탄에서 폭격을 벌이고 … 아프가니스탄에 비밀 기지들을 건설하고 극비 임무를 수행하는 준군사 조직”이 됐다. 이슬라마바드와 가까운 병영 도시인 아보타바드에서 미국 해군 특수부대가 빈 라덴을 제거했기 때문에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지금보다 악화될 것이 뻔하다.
오바마는 미국 제국주의가 벌여 온 전쟁의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와 미국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무자비하게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