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 일본, 인도, 독일을 참여시키는 것을 권고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의결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의 정보 동맹체다.
미국 하원의 권고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주된 위협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제기되므로, 이 국가들과 벌이는 “강대국 간 경쟁”에 더 많은 동맹국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 확대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에 역할 제고를 촉구하는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감시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기를 기대해 왔고,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일본의 정보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였다.
8월 31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과의 격심한 경쟁”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이번 달에 뉴욕에서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12월에는 ‘민주주의 정상회담’도 열린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에도 쿼드 협력 등 대중국 견제 협력 강화를 요구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참여 문제는 미국 의회의 권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요청할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이 즉시 ‘파이브 아이즈’에 정식 참여할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은 협력 강화를 요청할 수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쿼드에 정식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협력하기로 미국에 약속한 것처럼 말이다.
2013년 전前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한국은 대북 첩보 면에서 NSA와 이미 협력해 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파이브 아이즈’의 첩보 체계인 ‘에셜론(ECHELON)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이런 협력이 이제 대중국 감시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정찰위성과 첨단 정찰기 등을 도입하거나 늘리려 애써 왔다.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는 우주 감시·대응을 위한 고출력 레이저 위성추적체계, 레이더 우주감시체계 개발이 포함돼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머지않은 미래에 ‘파이브 아이즈’ 참여를 비롯해 미국과의 대중국, 대러시아 정보 협력의 기반이 될지 모른다.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연동돼 왔듯이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군비 증강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일조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파이브 아이즈’ 참여는 물론이고 군비 증강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