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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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 방역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대폭 줄었고 최근 우한시에서 신규 확진자가 0명을 유지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최근 중국 내 신규 확진자들이 수십 명 수준이고 그것도 해외 역유입 확진자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2월 내내 매일 수백에서 수천 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했다는 점은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통계 조작 논란이 존재한다. 홍콩 언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 무증상 환자 4만 3000여 명이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나 폐 이상이 없으면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무증상 감염이 극히 드물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장을 근거로 공식 통계에서 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확진자 다수가 무증상 환자인 경우가 많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30만 건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한 한국에서도 전체 환자의 20퍼센트 정도가 퇴원할 때까지 무증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도 확진자 712명 중 333명이 무증상 감염자였다. 유럽연합(EU)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탈리아에서는 무증상 환자가 4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3월 25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우한 퉁지의학원, 상하이 푸단대,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이 무증상과 경증 환자를 포함하면 코로나19 감염자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여전히 무증상 환자들이 많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들을 통계에서 제외해 놓고 신규 확진자가 대폭 줄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시진핑 정부는 여전히 상존하는 위험성을 무시한 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살리려고 성급하게 승리를 선포한 듯하다.
고통 전가
시진핑 정부가 코로나19를 비교적 빨리 진정시킨 것은 강력한 통제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감염병 통제에서는 서방보다 중국이 더 우월하다는 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몇 가지 점에서 잘못이다.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 공공 의료시설의 열악함,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환경 파괴, 도시 빈민시설에서의 과밀집 인구 등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등장한 배경이었다. 처음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 중국 정부는 발병 사실을 은폐해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 이 때문에 ‘시진핑 책임론’이 등장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매우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부가 서방에서는 할 수 없는 강력한 통제를 한 것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할지라도 이런 방식을 지지할 만한 것으로 여길 수는 없다.
더욱이 시진핑 정부가 추진한 강력한 통제는 이윤에 타격을 주는 방식보다는 대중의 삶을 희생시키는 방식이었다. 1월 23일 우한 봉쇄령을 내렸지만, 우한시에 갇힌 사람들에게 생필품, 공공서비스, 적절한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 지병이 있는 노약자들은 병원을 방문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했고, 백혈병에 걸린 딸이 우한 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그 어머니가 애원하는 장면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급조된 병상들, 의료 장비 부족 등으로 의료진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은 제대로 된 방역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사망했다.
우선순위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때 중국 정부가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한과 후베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그 대응도 상이했고, 중앙정부의 닥달과 지방정부의 성과 경쟁 때문에 제각각인 방안들을 도입하는 지역들이 늘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의 노력이나 하이테크 기술보다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의료진들의 희생정신 덕분이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급히 확산된 데에는 중국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발전에 매진하면서 공공 의료를 경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감염병과 질병에 대비해 백신 개발이나 공공의료 및 공중 위생 시설들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2017년 중국 1000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2.0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중환자 치료 병상 수는 3.6개로 이 또한 하위권이다. 도시에서는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3급 병원이 많이 있지만, 농촌에서는 의료시설과 의료 인력이 취약한 기층 병원들만 있어, 공공의료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대중의 생명과 안전이 아닌 이윤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동자 대중에게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필자 한수진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으로, 중국에서 10대를 보낸 대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