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이폰을 위해 죽다 ─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애플과 중국 정부가 만든 ‘죽음의 공장’, 그리고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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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된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아이폰 제작사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두는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소재는 ‘애플’과 ‘폭스콘’이지만, 중국의 많은 노동자와 청년이 처한 불평등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새 세대 농민공의 삶, 엄청난 이득을 챙긴 기업들의 위선,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청년·학생, 이들의 좌절된 꿈과 희망, 그리고 저항까지 고루 다룬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게 한국 얘기야, 중국 얘기야?’ 하고 헷갈릴 정도로 놀랍게 비슷한 사회의 동학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간접 경험하고, 이들의 저항에 연대하고자 하는 청년·노동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운명 공동체”?
‘폭스콘(Foxconn)’이라는 이름은 여우(Fox) 같은 속도로 커넥터를 생산하겠다는 회사의 목표가 반영된 이름이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100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를 고용해 수십 곳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중국 정부는 폭스콘을 강력히 지원해 왔다.
애플과 폭스콘은 마냥 긴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애플은 폭스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조처를 취했다. 그러나 폭스콘은 비용, 속도,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타기업과 경쟁하며, 노동자들을 잘 쥐어짜는 걸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를 지켜 왔다.
폭스콘은 신입 사원들에게 “여러분의 새로운 꿈을 향해 서두르”라며 개인의 노력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을 심어 줬다. 그러나 “일터와 일상 공간은 24시간 내내 고속 생산을 할 수 있는” “노동력” “보관”소였다.
폭스콘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강력한 규율로 통제해 왔다. 노동자들이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기숙사 방을 다른 부서, 다른 교대조, 저마다 다른 방언을 쓰는 사람들로 묶어 배정했다.
그리고 “철저한 보안 조치는 자사의 저작권 보호, 제품 손실 방지, 대량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비밀 엄수라는 애플의 우려로” 더욱 강화됐다.
레이저 납땜을 하는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교대시간 전에 호루라기가 3번 울려요. 첫 번째 호루라기가 울리면 일어나서 의자를 정돈 … 두 번째엔 작업 준비를 하고 … 세 번째 호루라기가 울리면 앉아서 작업을 시작하죠.” 또, “10분 이상 화장실에 가면 구두 경고를 받고, 근무시간에 잡담하면 서면 경고를 받는다.” 한 여성 노동자는 손톱이 길어 벌점을 받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케이블에 감긴 생산라인의 톱니바퀴”로 묘사한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기계를 조작하는 동안 기계도 나를 조작하는 것 같아요.”
폭스콘의 이윤 추구는 노동자들의 건강도 위협했다. 가령, 알루미늄 원료로 아이패드 케이스를 만들 때 발생하는 분진은 노동자들의 호흡기와 피부에 닿으면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 장구는 제공되지 않았다. 2011년 상하이의 한 공장에서는 가연성 알루미늄 분진이 폭발을 일으켜 노동자 61명이 다치고 일부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됐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신세대 농민공이다. 부모 세대가 도시로 이주해서 일해 번 돈으로 자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온 농민공이다. 이들에게 유일한 미래의 희망은 도시로 가는 것이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일하고, 꿈과 희망을 좇아 입사했지만 작은 유대감조차 형성할 수 없었던 젊은 노동자들은 자살로 내몰렸다. 2010년 12월까지 폭스콘 시설에서 노동자 18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노동자 자살이 빈발”했던 이때 “폭스콘은 처음으로 100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섯 번째 팔다리”가 된 스마트폰을 만든 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데, 애플과 폭스콘은 이들의 고혈을 빨아 먹으며 어마어마하게 부를 늘린 것이다.
사측은 판매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압박 속에 “유연한 고용”을 더 늘렸다. 공장의 일부가 자동화됐고 일부 정규직 직원이 학생 인턴과 하청 노동자로 대체됐다.
폭스콘과 폭스콘의 노동자들은 “운명 공동체”가 전혀 아니었다. 기업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노동자들은 더 고통받았다.
중국 정부와 폭스콘의 유착
학생 인턴들은 폭스콘의 “새로운 피”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하면서 숙련 노동자들이 많이 부족해지자 국가 발전 우선순위에서 기술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했다.
지방정부들은 직업교육을 강조하고, 그 기준에 맞는 학교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기업들은 이 직업교육과 연동돼 있는 인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부릴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 과정에서 교사들을 상담사이자 관리자로 배치해 회사에 이롭게 활용한다. 한국의 특성화고 출신 청년 노동자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강하게 유착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개혁파”들이 “마오주의의 연속혁명과 계급투쟁 개념을 거부”해서 이러한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물론 마오쩌둥 사후에 이뤄진 중국 정부의 시장 개방·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후원 등이 불평등을 증대시킨 것은 맞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중국도 결코 불평등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마오쩌둥 시기 중국은 후발 산업 국가로서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강력한 국가 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이 목표를 위해 다른 국가, 자본과 경쟁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마오쩌둥 하의 중국 사회도 시장 개방 수준은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오늘날의 중국과 다르지 않은 국가자본주의 사회였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때 경기 회복을 위해 시장에 돈을 풀고, 부동산 개발을 촉진했다. 노동자들의 필요는 우선되지 않았다.
“2011년 … 폭스콘의 대규모 공장이 위치한 룽화구로부터 홍콩의 북부 경계까지 교통망이 확대됐다. …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잇따라 승인되면서 … 임대료는 새로운 정점으로 치달았고, 토지와 부동산 가격 또한 치솟았다.”
바로 이때 폭스콘과 지방정부가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은 “이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창살”과 “그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자살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지우”는 자살 금지 서약서, 상담 서비스였다.
절망적인 현실 그리고 저항
이처럼 젊은 노동자들이 상경할 때 품었던 희망찬 미래가 현실에서 무너지는 과정은 참혹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저항했다. 특히 사측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거나 휴가철 주문 폭주 상황에서 노동강도를 강화한 것에 항의해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들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타이밍에 용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사측의 공격과 보복으로 실패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2010년 이후 최근 10년간 급속한 사업 성장으로 회사의 수익이 두 배로 증가하는 동안 폭스콘 노동자들은 더 높은 생산성과 이윤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종 ‘유연 노동’ 고용 형태로 전환[됐고,] 노동자들은 이러한 탄압에 맞서 계속 집결했다.”
‘중국노동회보’에 따르면 중국의 시진핑 집권 초기인 2013년부터 5년간 “8696건의 집단적 노동시위가 발생”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상시적 검열 탓에 이 수치가 “모든 노동자 집단행동의 약 5~10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은 미·중 갈등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중국 내외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탓에, 확산되던 노동자 투쟁과 이에 대한 연대가 잠시 주춤한 듯하다. 그러나 그 불만은 분명 물밑에서 끓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