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본색 드러내고 있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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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1위 대선주자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세다. 지난주 연이은 신자유주의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여파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120시간 노동’ 발언이었다. 윤석열은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120시간 노동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발언은 그가 정말이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하등 관심이 없음을 보여 준다.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한 달 전 서울대에서 한 여성 청소 노동자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눈을 감는 일 등이 이어져 왔다.
비판이 일자 윤석열은 이렇게 해명했다.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부족하므로 [주52시간제의] 예외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 유연성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규제를 무력화하고,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시기별로 유연하게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게 해 줘야 하는데 고용 보호가 지나쳐서” 일자리 창출이 실패했다고 강변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기존 노동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면서 일자리 창출 운운하는 것은 앞뒤도 안 맞는다.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일자리 증진 효과가 없었던 진정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주52시간제를 도입하자마자 무력화(즉, 윤석열이 가리킨 방향대로) 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노동시간제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적용 유예, 적용 대상 축소 등등.
현재 주52시간제는 300명 이상 대기업에만 적용되고, 5~29명 사업장엔 적용 연기를 거듭하다가 올해 7월에야 시행된다. 전체 노동자의 30퍼센트인 5명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도 주52시간제 개정 이후 실제 노동시간은 고작 0.5~1.3분 줄었다.(‘2018년 근로시간단축법 시행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 2020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 발표)
주52시간제로의 개정은 조건이 너무 심하게 나쁜 사람들의 노동시간만 줄였을 뿐, 기존의 주 40시간 초과 노동 현실을 인정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파 환심 사기
이처럼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 — 개혁을 추진하는 척하면서 실은 박근혜 정부와 다름없는 친기업 정책 추진 — 을 이용해 더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방향을 정당화하려 한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수행실장) 등이 “주52시간제에 예외 조항이 전혀 없는 줄 아느냐”며 윤석열을 반박한 것은 기업주를 붙잡으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이 우파적 발언을 할 때마다 조국과 친문 지지자들이 ‘내가 옳지 않았냐’며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은 한심하고 넌더리나는 위선이다.
윤석열은 부동산 문제에서는 민간 주도의 공급과 재개발 활성화를 주장하고, 기업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구조조정 할 때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파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대구에 가서 박근혜 사면을 우호적으로 언급했다. ‘민란’ 발언(‘지난해 봄 코로나 유행으로 대구 봉쇄가 얘기될 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이 났을 것’이라는 발언)도 아부의 일종이었다.
윤석열은 전 법무부장관 조국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 등으로 ‘반부패’의 상징이 됐지만 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측근인 윤대진 검사의 형 윤우진(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받을 때, 당시 대검 중수부에 있던 윤석열이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검사가 피의자의 편의를 봐 줬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적 없다고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꿨다. 최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윤우진의 증언이 공개됐다. 일단 부인부터 하고 보는 행태가 벌써부터 기성 정치인 뺨을 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둘 다 싫어 혹시나 하고 윤석열에게 호감을 보이던 사람들이 윤석열의 친우파 발언 이후 하나둘씩 실망을 표한다.
그러나 정권교체 염원이 더 높은 것도 봐야 한다.
지금 우파 지지층만이 아니라 민주당 실망층도 잡겠다며 윤석열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있지만, 결국은 어떤 형태든 우파의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이다.
주류 정치에 실망한 정서가 윤석열 같은 인물을 매개로 우파의 재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반사이익은 민주당이 개혁 염원을 배신해 커다란 환멸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생겼다. 진보정당들은 사람들의 불만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답답한 상황을 바꾸려면, 민주당을 변호할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활성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