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
주소 제대로 찾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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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한 지 한 달 만이다.
윤석열은 그동안 국민의힘 입당을 미뤄 오면서 우파 지지층뿐 아니라 민주당 이탈 중도층까지 아우르겠다고 해 왔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 환영 행사를 준비하기도 전에 도둑처럼 입당해 버렸다.
여권의 전방위 공세에 시달리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연이은 우파적 발언과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그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조직이 더 급하게 필요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며 기회주의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던 시도는 별 소득 없이 끝난 셈이다.
사실 그는 이미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때 국민의힘과 정치철학이 같다고 했다.
‘친박계’
6월 말 대선 출마 공식 선언장에도 이미 5선 정진석, 4선 권성동을 비롯해 재선, 초선 국민의힘 의원 24명이 참석했다.
‘윤석열계’로 불리기까지 하는 이들의 규모는 국민의힘 의원단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중에는 친박계도 상당하다.
윤석열은 입당 직전인 25일 자신의 대선 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친박계 이학재(3선 전 의원)와 박민식(재선 전 의원), 뉴라이트 대표 주자이자 의원 출신 신지호, 종편 우파 평론가로 활동하는 김병민, 이두아 등.
캠프 영입 1호는 모피아(친기업적인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 출신 경제관료인 이석준이었다.
호남 공략을 위해서는 광주 북구에서 의원(국민의당)을 지낸 무소속 김경진을 영입했는데, 그는 부장검사 출신이다.
윤석열의 중도 확장 ‘빅텐트’론은 말만 무성했을 뿐, 오른쪽으로만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한때 박근혜 구속, 검찰총장 지명을 두고 갈등하던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이제 문재인의 개혁 배신과 정치 위기에서 오는 반사이익을 챙기려고 손을 잡았다.
신자유주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보면,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자이다.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에게 경제 정책을 조언했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을 틈만 나면 인용한다.(그리고 곧바로 구설수에 오른다.)
그래서 윤석열은 최악의 실업률과 경제 침체의 시기에 복지와 사회안전망 강화가 아니라 시장 자율과 경제주체들의 선택의 자유를 강조한다.
‘주당 120시간’ 발언에서도 말꼬투리 잡기 논란을 빼고 보면, 요점은 노동시간이 탄력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능률과 효율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합리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탄력근로 확대는 착취율 강화와 이윤 증대의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는 불가능하다. 이른바 플랫폼 노동을 보면,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자신의 노동-노동조건-임금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윤석열의 선택지에는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답안은 없을 것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강조해 온 ‘자유’는 가진 자들의 자유다. 그의 자유민주주의는 부자들의 민주주의다.
부정식품 단속 발언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그저 말꼬투리 잡고 늘어지지만, 그 발언의 진정한 취지는 박근혜 정부 등의 영세상인 단속에 반대했던 자신의 온정주의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온정주의가 전혀 온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햄버거 50전(센트)짜리에 (그것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시장에 존재해야 하므로) 햄버거 5불(달러) 수준의 규제를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의 진정한 문제는, 국가의 복지 투자로 양질의 햄버거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의 논리는 자유시장을 괜히 규제하려고 들면 역효과만 난다는 우파의 신자유주의 논리다.
그가 반부패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우파의(심지어 친박계에게서도) 환대를 받는 이유를 이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윤석열은 국민의힘의 보호와 지원 사격 속에서 대선 행보를 이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약점이 노출된 그가 이후에도(당내 경선을 포함해) 마냥 보호만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재형은 들러리?
한편 윤석열보다 먼저 입당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윤석열의 당내 경쟁 대상이다.
최재형은 감사원장 시절, 월성 핵발전소 경제성 조작을 집중 감사하면서 우파의 환심을 샀다.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탈핵 정책을 수행하지 않고 배신했기 때문에 우파의 탈핵 반대는 정부 안팎에서 별로 반대가 없다.
또, 최재형 감사원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을 특별 채용 형식으로 복직시킨 일을 문제 삼아 고발했다.
최재형은 과거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고무찬양 혐의), 반공법(이적표현물 제작 혐의)으로 유죄를 선고하거나, 전심보다 형량을 높인(“올려찍기”) 판결 이력도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며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지역간 물가 차이를 명분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재계의 염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안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었다.
최재형은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한때는 민주당에 의해 “미담 제조기”로 떠받들여졌던 인물이다. 최저임금 발언을 보니, 그저 악담 제조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