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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당 눈치보기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이자 당 좌파 인사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당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그가 대중의 변화 염원을 어느 정도 표현한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실망했어도 우파의 정권 탈환이 싫은 사람들은 민주당 주류와는 기반과 행보가 달라 보이는 이재명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노총, 정의당, 진보당 등이 우파에 맞서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개혁을 얻겠다는 노선을 취해 오다가 올해 들어 이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계급세력 균형의 주목할 만하고 지속적인 변화의 일부가 되고 있지는 못하다. 계급투쟁의 활성화가 지체된 탓에 변화 염원이 수동적으로 민주당 좌파를 향해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우파는 문재인의 개혁 배신이 낳은 대중의 실망과 환멸을 이용해 일정한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우파는 문재인의 부동산 가격 폭등 등 환멸의 요인을 이용해, 변화 염원과 행동은 소용이 없거나 역효과를 낼 뿐이라고 시사한다.

이재명에 대한 계속되는 비방 공세도 그 일환이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대장동 의혹 공세는 이재명에게 부패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것이었다.

우파는 또한 이재명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불안하고 “과격한” 인물로도 묘사한다. ‘소시오패스’ 공방과 ‘로봇 학대’ 논란도 그 일환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로봇을 개발하는 실험장에서 이재명이 로봇을 넘어뜨린 것을 두고 잔인한 성품이 드러났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우파가 말하는 ‘자유’는 본질적으로 기업주 등과 부자들의 자유이자 이윤 획득의 자유다. 보통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아니, 그들을 이용하는 데만 관심있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재명의 ‘억강부약’(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도와 줌) 공약들이 “공평한 파멸을 바라는”(원희룡) 서민층의 “사회적 증오심”(홍준표)을 나타낸다고 입을 모았다. 우파가 이재명에게서 무엇을 걱정하는지 보여 주는 비방이다.

정치적 책임

그러나 최근 이재명의 몇몇 행보는 당 주류의 선거 지원을 강하게 의식하며 중도(이른바 ‘합리적’ 우파)와 친문 핵심부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그는 10월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계승을 다짐했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문재인은 노동자·서민에게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 놨을 뿐, 실제로는 지지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오히려 대중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어 환멸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가장 기대가 컸던 20대 청년층이 지금 문재인 정부를 가장 싫어하면서 정치적 유동층이 돼 있는 이유다.

이재명이 문재인과 코드를 맞춘 결과는 학살자 노태우의 장례식장에 조문 가는 것이었다.

이재명은 노태우 조문 사흘 전 윤석열의 전두환 비호 발언을 비판하며 광주 망월동 묘역을 방문해 전두환 비석 밟기를 했다. 이런 행보는 ‘전두환과 노태우는 다르다’는 정부와 민주당의 얄팍한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본지가 이미 지적했듯이, 이재명의 기반과 민주당의 성격 사이에 다소 부조화가 있어 이재명 정치에는 모순이 있다. 그런 모순들 가운데 하나로, 우파의 대장동 의혹 공세에 정면 대응을 하지만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 때문에 문재인 청와대의 엄호를 받으려고도 한다. 사이비 개혁인 ‘검찰개혁’ 소동 끝에 등장한 현 검찰 수뇌부가 친청와대 성향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장동 의혹 공세와 노태우 국가장 논란을 의식하며 주4일 노동제를 공약으로 검토할 듯이 얘기했다가 이내 물렀다.

그러고는 동시에 재난지원금 전 국민 추가 지급 문제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이를 반대한다.

국민의힘 후보들에 맞서 박근혜·이명박 사면은 절대 안 된다고도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재명은 자신의 집권을 민주당이라는 뿌리를 이어가는 새로운 가지라며, “권력 교체”라고 했다. 또한 ‘성장’을 통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늘려 주고 싶다고 했다. “사이다 발언”보다는 “사이다 행보”로 불러달라고도 했다. 상이한 사회 세력이 가하는 상충하는 압력을 무마하려는 ‘고난이도’ 언사들이다.

어쩌면 이재명은 선거 득표를 위해서는 이런 모순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영리한’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계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 여권의 위선과 부패, 그리고 검언 ‘개혁’ 같은 사이비 개혁에 한통속처럼 보이는 것은 지지층인 변화 염원 대중의 실망을 부를 뿐이다.

이재명이 그런 줄타기를 통해 주류 질서에 위협적이지 않고 ‘책임감’ 있는 후보임을 보이려 하거나, 문재인 정부 계승을 말할수록, 이재명에게 실망과 냉소의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고 우파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모순 이재명이 문재인과 코드를 맞춘 결과는 학살자 노태우의 장례식장에 조문 가는 것이었다 ⓒ출처 이재명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