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친부자 윤석열 VS 부자 증세 이재명 VS 서민 주거 보호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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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 종부세 폐지, 부자 위한 규제완화, 서민 고통 키울 것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은 노골적인 친시장·친부자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론이 대표적이다.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 종부세 면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종부세만이 아니라 보유세, 양도세 등도 인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퍼센트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인 0.5퍼센트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 더욱 낮추자고 하니 그가 얼마나 부자들의 이익에 충실한지 알 수 있다.
임대차 3법도 개악하겠다고 한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4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하고, 재계약을 할 때 전월세 인상률을 5퍼센트 이내로 제한한 법이다. 세입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책마저 후퇴시키려 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5년간 주택 250만 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중 대부분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민간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대장동 사태에서 민간 사업자들이 부동산 개발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게 드러났는데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들의 이재명 비방 공세가 역겨운 위선인 이유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태로 이재명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민간 사업자들의 이윤을 제한하는 법안들의 도입에는 반대하고 있다. 공공 개발 사업에서 민간의 이윤 제한, 개발 이익 환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등.
윤석열은 청년층 표심을 잡으려고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시중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고는 분양가의 20퍼센트를 먼저 내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장기 저리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5년 거주 후에 시세 차익의 30퍼센트를 국가에 반납하고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민주당 대표 송영길도 비슷한 취지의 ‘누구나집’ 사업을 제시했다. 이미 실행된 바 있는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 주택’이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와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 사업들은 원리금을 월세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서울 대림동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26~38제곱미터의 소형 주택도 월세가 98만 원(보증금 7000만 원)이나 됐다.
게다가 이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짜여진 정책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노동자·서민의 주거 안정 대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재명 — 국토보유세로 부자 증세, 기본주택 100만 호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의 종부세 폐지론을 비판하며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를 통해 토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퍼센트로 올리겠다고 했다.
국토보유세는 이제까지 토지를 주택용·상업용·공장용 등으로 나눠서 과세해 오던 것을 바꿔 0.3~2퍼센트의 세율로 통합해서 과세한다. 공장·골프장 같은 종부세 비과세 토지, 최고세율이 0.7퍼센트에 불과한 사업용 토지 등 기업과 부유층이 소유한 토지의 세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경우 세금이 29억 원에서 365억 원으로 늘어난다. 종부세는 국토보유세로 통합이 된다.
국토보유세로 거둬 들일 세금은 33~34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중 지방정부에 교부되던 종부세 분을 제외한 30조 원은 기본소득으로 국민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게 이재명의 계획이다.(연간 1인당 60만 원가량)
토지 보유세를 늘려 부자와 기업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자는 것은 마땅히 지지할 방안이다. 벌써부터 우파들은 국토보유세가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공격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1000원짜리 껌 하나를 사도 소비세를 10퍼센트씩 내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보유한 땅에 감세 혜택을 준 것 자체가 문제이다.
이재명은 기본주택 100만 호 공급 공약도 내놨다. 이제까지 공공임대주택은 대부분 40제곱미터 이하로 가족이 거주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는데, 이재명은 기본주택을 통해 33평까지 공급해 어지간한 노동계급 가족이 살 만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이 시장 중심의 주택 공급을 강조하는 것에 비하면 이재명이 기본주택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나은 방안이다.
그런데 이재명의 기본주택은 월 임대료가 60만 원이나 되는데, 보통의 노동계급 가구가 부담하기에 적지 않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는 국가의 재정 투입은 최소화하며 기본주택을 공급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무엇보다 이재명의 계획대로 기본주택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1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낮다.
물론 이 정도의 정책도 시행이 되려면 우파들과 기업주들의 상당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최근 민주당의 양도세 인하 추진은 묵인하고 있다. 이재명이 민주당 주류와 타협할수록 개혁 염원 대중의 기대가 수그러들며 자책골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심상정 — 종부세 강화, 토지초과이득세 부활, 서민 주거 보호 강화
정의당의 대선 후보 심상정은 종부세를 강화하고,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시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1987년 대중 투쟁의 여파 속에 1989년 제정됐지만 우파들의 반발을 받으며 1998년 폐지된 바 있다.
심상정 후보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공공주택을 전체 주택의 20퍼센트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44퍼센트에 이르는 집 없는 가구 중 절반을 “질 좋은 그린공공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이 임대차 3법을 개악하겠다는 것과 반대로, 전월세 임차인의 ‘계속 거주권’을 보장하고 모든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료 5퍼센트 상한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모두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다.
최저주거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무주택자 주거수당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반지하, 옥탑, 고시원 등에 사는 주거 빈곤가구가 200만 가구가 넘는 상황에서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이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에는 노동자들의 주거난을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런 공약이 실현되려면 종부세에도 호들갑 떨는 우파·부유층의 반발을 이겨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투쟁을 일으키는 일에 크게 일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