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청년희망적금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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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로 여러 은행 앱들이 마비됐다. 청년희망적금은 비과세 혜택과 정부의 저축장려금 등을 포함해 약 10퍼센트의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다. 2년간 매월 최대 50만 원을 납입하면 약 100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난 한 주만 200만 명이 이 적금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부가 애초 준비한 예산은 고작 38만 명분이었다. 청년들의 불만이 일자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였던 가입 기간을 3월 4일로 단축하며 기간 내 가입한 청년들에게 모두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가입 대상도 논란이다. 정부는 ‘청년층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광고했지만, 소득이 아예 없는 청년들은 배제됐다.
또, 가입하려면 연소득 3600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4대보험 등을 제하고 계산해 보면 월급 265만 원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임금근로자 평균임금은 월 273만 원이다. 평균 수준의 임금만 받아도 대상에서 탈락한다.
‘연 10퍼센트 이자 효과’라며 큰 혜택인 양하지만, 사실 2년간 꼬박 월 50만 원을 납입해도 손에 쥐는 돈은 월 4만 원 정도로 용돈벌이 수준도 못 된다. 적은 월급으로 월세, 생활비, 공과금, 교통비 등을 부담하면서 매월 50만 원을 저축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이처럼 청년희망적금은 가입 조건도 까다롭고 충분한 지원도 못 되는 생색내기 수준의 복지다. 쥐꼬리만한 지원금에도 가입 신청자가 몰리는 것은 한국 청년들의 빈곤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5퍼센트가 은행 등에 부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주거비 마련(38퍼센트), 생활비 마련(26.1퍼센트), 학자금 마련(19.8퍼센트) 등이 그 이유였다. 한국 청년 빈곤층의 빈곤 탈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30.7퍼센트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폭 오른 생활 물가는 생활비 중 식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들에게 더한층의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들은 청년희망적금 가입 대상에 외국인이 포함되는 게 불만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년들의 현실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내가 낸 세금을 외국인이 가져간다’는 이간질도 먹힐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고통은 이주민 탓이 아니다. 이간질에 반대하며 정부가 기업 지원보다 복지에 더 투자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더욱 타격을 입으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 심각해졌다.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집값 폭등으로 덩달아 오른 월세, 치솟는 물가, 정부가 예고한 공과금 인상까지 청년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