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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자본주의 위기 탓임을 호도하는 윤석열

“명불허전” 우파 본색 문제의 발언이 나온,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출처 윤석열캠프

윤석열이 우파 본색에 이어 여성 차별 온존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강연에서 윤석열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페미니즘을 지목했다. 페미니즘이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막는 역할”을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싶어도 돌봄 부담 등 아이를 기르기 어려운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을 무시한 채 ‘저출산’을 다른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만적이다.

윤석열의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윤석열 캠프 측은 교활하게도 급진 페미니즘 중에서도 특히 급진성이 과도해 대중에게 방어받기 어려운 쪽을 겨냥했다.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 신지호는 “페미니즘을 빙자한 젠더 혐오”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리주의적(즉, 남성 혐오) 페미니스트 여성학자 윤지선 교수의 논문(‘관음충’의 발생학)을 내세워 윤석열의 발언을 옹호했다.

그 논문은 불법촬영물 범죄를 다루면서 남자 아이를 “한남유충,” 성인 남성을 “한남충”으로 묘사하고 남성 일반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성들을 이렇게 싸잡아 규탄·매도하는 주장은 사람들의 반발을 낳기 쉽거니와, 자본주의 체제가 여성 차별을 온존시키는 주범이라는 점도 가린다.

이런 분리주의적 주장은 우파에게 이용되기 쉽다(관련 기사: 〈노동자 연대〉 379호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의 크기와 성격’).

그러나 이런 과도함을 윤석열·신지호 같은 우파가 비난할 자격은 없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따른 대중의 환멸에서 반사이익을 챙기려고 일각의 백래시와 거부감을 이용할 뿐, 성차별 해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윤석열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려운 사회적 여건”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문제(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성별 임금 격차·불안정한 일자리·편중된 양육 부담 등)에 대한 해법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알량한 ‘출산지원금’조차 “세금 낭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국가의 “성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육 지원은 최소화하면서도 여성 노동력은 계속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어하는 지배계급의 관심사를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의 오십보 백보

민주당과 그 당의 대선 후보들은 윤석열의 발언에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청년들이 ‘출산 포기’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비롯한 문제라며, 윤석열의 “무지”를 꼬집었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게 별로 없다. 기업 지원에는 천문학적 돈을 쓰면서 복지 지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우파 야당과 실로 오십보 백보였다.

문재인은 말로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을 뿐, 집권 내내 실질적인 여성 평등 지향 대책을 내놓은 게 거의 없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알맹이가 빠져 있고, 코로나로 악화된 여성 고용과 돌봄 위기 대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성별 임금 격차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때처럼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가 대폭 증가했다.

낙태죄를 유지하려다 여성들의 반발로 중단된 일도 있었다.

여성 차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미온적이면서 페미니즘을 정략적으로 이용만 하는 위선적인 작태는 우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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